전국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개최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및 유가협 부모님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유가협 부모님들이 참석자들의 응원에 화답하고 있다. / 뉴시스
전국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단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개최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및 유가협 부모님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유가협 부모님들이 참석자들의 응원에 화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이른바 ‘민주유공자법’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운동권 특혜’를 위한 것이라며 연일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여권 내에선 ‘거부권 행사’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또다시 정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민주유공자법 처리에 대해 “반민주적 날치기 처리”라고 날을 세웠다. 윤 원내대표는 “법안에 여전히 독소조항이 많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했지만, 민주당이 들은 체도 안하고 또 한 번 의회 폭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민주유공자법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을 넘어 다른 민주화 운동을 포괄하는 법안이다. 그간 국회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법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하면서 논의의 불씨를 살렸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민주유공자법을 단독으로 의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해당법이 민주화 운동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유공자법 제정은 사필귀정”이라며 “일제강점기로부터 나라를 구한 이들을 독립유공자로, 건국유공자로 받들어 모시고 있으며 건국 후에는 국가 수호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애쓴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모셔 받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운동권 카르텔’ 규정한 국민의힘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유공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은 유형만 145개가 되는 전례 없는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곧 서울대 민간인 고문사건과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 등의 사건에 연루된 이들까지도 해당 법을 통해 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윤 원내대표는 “국가유공자는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 있는 희생이 있어야 인정되지만, 민주유공자는 간접 관련성만으로도 쉽게 인정된다”며 “사회 정의와 국민 정서에 한참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막대한 ‘예산’도 문제로 꼽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보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보훈부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초기 5년에만 소요되는 예산 규모를 총 96억7,900만원으로 추계했다. 연평균 19억3,580만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한 국민의힘의 ‘우려’가 기우라고 지적한다. 해당 법의 취지를 오도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지적했다. 법안 자체가 이미 이런 사건들을 제외했을뿐더러, 방지책을 고려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아울러 법이 제정되더라도 주무 부처인 국가보훈부가 이를 다룰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국민들이 인정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들을 유공자로 선정해 예우를 해 주자는 것”이라며 “돈이 들어가는 것도, 특혜를 받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사실상 해당 법안에 대해 ‘운동권 카르텔’이라고 규정한 만큼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가보훈부마저도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정쟁의 불씨가 타오르는 형국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로는 제가 국가보훈부 장관을 그만두더라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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