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혁신위)가 당을 향해 작심 비판에 나섰다. “오합지졸 콩가루 집안”, “자중지란 모습”, “이중적 태도” 등 온갖 쓴소리를 쏟아냈다. 혁신위는 또 각종 논란을 빚은 민주당 인사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이 난망한 데다, 당내 인사들의 구설로 ‘혁신위 무용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6일 오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과 당 내부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당의 위기에 대해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며 “더욱이 일부 당의 인사들이 탈당, 신당, 분당 등을 언급하며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득권 옹호’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원들과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역할과 기회를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대가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희 혁신위원도 “당에서 혁신위는 만들어 놓고 남 일처럼 부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혁신위 의제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반성하고 답변을 하셔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혁신위원인 황의·이해식 의원은 혁신위의 비판에 공감했다. 황 의원은 “이분들의 열정과 책임 앞에서 너무나 부끄러움도 느끼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가진다”고 했다. 

이 의원도 “생활고로 하루하루가 고달픈 국민들을 생각할 때 민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뼈아픈 고통”이라며 “혁신위의 존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는 엄정하고 단호한 조처로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당을 대여투쟁 전선으로 견고하게 묶어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판 높였지만 효과는 글쎄

혁신위는 소속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본 여행’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대표적이다. 이어 최근 '유쾌한 결별'을 언급하며 분당을 시사한 이상민 의원과 ‘국정농단 태블릿 PC 증거 조작설’, ‘검사 탄핵’ 등을 주장한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들의 발언이 당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김 부의장을 향해 “(일본 여행 문자 관련) 사과하는 데 며칠이나 걸릴 일이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을 향해서는 “옆집 불구경하는 것인가. 말씀 좀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를 향해서는 “검찰하고 싸움은 법정에서 하시라”며 “어쨌거나 그 일(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로 지금 당은 굉장히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율되지 않은 말로 당 내외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 없이 자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도 소속 인사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일부 의원은 입법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본회의장에서 안이하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이 당보다는 오히려 ‘자기 정치’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상민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비판한 혁신위에 대해 “혁신위와 티격태격할 이유가 없다. 대응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당내서는 여러 의견이 있어야 한다. 끝까지 할 말 있으면 무슨 말이든 해야 된다는 것이 국민이 저한테 준 임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