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좌)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우)는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지금의 교육제도를 비판했다. / 정현환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좌)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우)는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지금의 교육제도를 비판했다. / 정현환

시사위크=정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14일, 장애인의 교육 기본권을 강한 어조로 요구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교육권연대 출범 20주년 기념 장애 학생 통합교육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에게 교육은 기본권이 아닌 여전히 시혜다”고 언급했다.

배 원내대표는 갑자기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집중호우 속에서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올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을)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차별과 배제를 교육하는 (지금의) 격리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년 전 언론에 어머니들이 서울 강서구 폐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며 무릎 꿇은 사진이 보도됐다”며 “같은 날 같이 입학했지만, 일상적인 수업은 물론 수학여행조차 한 번 갈 수 없는 잔인한 차별의 현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보도가 계기가 돼서 시민들의 여론과 지지 속에 ‘서진학교’가 개교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며 “장애인에게 교육은 기본권이 아닌 여전히 시혜고 어머니들이 무릎 꿇는 극적인 사건이 벌어져야만 정치와 우리 사회가 돌아본다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또 비참하다”고 했다. 

서울 서진학교는 2020년 3월 1일에 개교한 특수학교다. 지난 2017년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건립 문제로 반대하는 지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끝에 개교했다.

또 배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무릎 꿇으며 살 수는 없다”며 “교육은 비장애인에게도 기본권이듯 장애인에게도 기본권이고 나아가 생명이다”고 강조했다. 배 원내대표의 말에 그와 같이 계단에 오른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통합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단순히 한 공간에 섞어 놓자는 것이 아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법을 교육하는 일이고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16년이 지났다”며 “활자로만 존재할 뿐 지원 계획도 인력도 없는 교육법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차별과 배제를 교육하는 격리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배 원내대표의 말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내리는 빗줄기를 맞던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들이 '투쟁'을 외치며 주먹을 가슴 위로 올렸다.

폭우를 약 20분 동안 맞으며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는 “최소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교육으로 가려면 우리 비장애인들이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학교의 인프라 구축, 장애인에 대한 보조교사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맞춤형 통합교육 속에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이 세 가지가 전혀 갖춰지지 않아 (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교육은)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7, 8월 법안소위에서 여러분이 요청해 주신 현안에 대해 저희가(국회가) 속도감을 내서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안 소위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발언을 마친 김영호 간사가 장애인 아이를 둔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힘 많이 많이 내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넸다. 그의 말과 손길에 경기도 화성과 안양에서 온 어머니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기자회견을 개최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일동은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며 “교육기본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애인도 국가의 국민이다”며 “국민으로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국민으로서 그리고 장애 비장애 형제의 엄마로서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교육을) 구분 없이 보장받기 희망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야외에서 진행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자회견은 집중호우로 중단되거나 서둘러 마무리되기는커녕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지속됐다. 행사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뒤늦게 여의도에 도착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연이은 외침이 1시간 30분 내내 국회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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