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를 추진하는 11번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11번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와 약속했던 시한까지 상장 작업을 완료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최근 매각설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11번가 측은 이러한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자금 상환 부담을 고려하면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기한 내 상장 성공 글쎄… 매각설 솔솔

투자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매각설은 최근 큐텐의 인수 타진설이 제기되면서 부상했다. 큐텐이 11번가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11번가는 큐텐의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회사로, 동남아 중심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다. 큐텐은 지난해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 등을 연달아 품에 안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외형을 불리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또 다른 1세대 이커머스 업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업계는 들썩인 바 있다.

11번가의 매각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1번가의 매각설은 최근 몇 년간 시장 안팎에서 종종 거론돼왔다. 다만 이번 매각설의 경우, 상장 추진 작업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부상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11번가의 상장이 어렵게 된다면 지분 매각 등이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내세운 11번가의 IPO 추진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 시한을 감안하면 서둘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11번가가 투자자와 약속한 상장 시한은 오는 9월 말이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해당 기한까지 상장을 못할 시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더해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는 FI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나섰지만 첫 단추도 꿰지 못했다.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달 당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더라도 심사부터 수요예측, 청약까지 상당한 기한이 소요되는 만큼 기한 내 상장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기한 내 상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가 대체적으로 하락한 상황이라 상장 추진을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11번가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당초 11번가가 희망했던 기업가치(4~5조원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11번가는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와 투자자 엑시트(자금회수)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 전환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데다 11번가는 수익성마저 부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11번가 측은 올해 들어 영업 손익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을 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1번가는 지난 7일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진행된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지난 6월 월간 영업실적 마감 결과 오픈마켓(Open Market)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11번가는 자사 오픈마켓 사업의 영업실적이 2월부터 개선세를 보였고 6월에는 전년 대비 70억원 이상 개선되며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 1년간 11번가 2.0 전환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오픈마켓 사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상반기 마지막 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실적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수익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오는 2025년 흑자 회사로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고 밝혔다. 11번가는 최근 몇 년간 투자 확대로 영업손실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25년을 흑자전환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11번가가 월간 실적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상장 기한 내 IPO 성사가 불확실한 가운데 매각설까지 제기되자 회사의 청사진을 밝히면서 성장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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