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가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가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자 그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던 서울 강남구(압구정)·영등포구(여의도)·양천구(목동)·성동구(성수동) 등 일부 자치구는 올해 3월 서울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했다.

이어 강남구는 삼성·청담·대치동을, 송파구는 잠실동을 각각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어달라고 서울시에 추가 건의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강남구 압구정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건의한 모든 지역을 각각 1년씩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건의 과정에서 강남구 등 각 자치구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량 축소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공통 사유로 꼽았다.

특히 해제를 요구한 자치구는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 보유 주민들이 사유재산 침해가 과도하다며 그간 꾸준히 민원이 제기됐던 점을 강조했다.

지난 1978년 ‘부동산 투기억제와 지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에 따라 도입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국토교통부 장관 및 서울 시장이 5년 이내에 지정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토지에 관한 소유권‧지상권 이전‧설정 계약(예약 포함)을 체결하거나 허가 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으로부터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계약체결 당시 토지가격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는 투기를 제한하는 강력한 정부 규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꾸준히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있어 왔다.

◇ 헌재 “토지거래허가구역 사유재산 침해 아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에 속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헌재)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가 사유재산 침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A씨는 충남 당진군 내 자신 소유의 임야를 관할 도지사 허가 없이 같은해 3월부터 5월 동안 매도해 총 2,200여만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 소유 임야가 있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이에 불복한 A씨는 헌재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지난 1989년 12월 22일 헌재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관련해 위헌 여부를 따지는 재판에서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의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그 제한의 한 형태이고 토지의 투기적 거래의 억제를 위해 그 처분을 제한함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가 아니다”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사유재산권 침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1997년 6월 26일 헌재는 앞서 1988년 12월 선고 내용을 근거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가 사유재산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결국 현행 법률상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사유재산권 침해에 속하지 않는다고 결론난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가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가 사유재산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뉴시스

◇ 헌재 판결 이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 개선 목소리 커져

다만 두 번의 헌재 선고 이후 수십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 사업 △잠실 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강남구 삼성동 등의 지역에 투기세력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배경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해당 주민·정치권·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발지역 토지가 아닌 아파트가 들어선 곳의 토지를 규제함에 따라 사실상 주택거래를 규제한 것”이라며 “이는 위헌 여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4월 태영호 국민의힘(지역구 강남 갑) 의원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6·17 대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는 당초 예상 효과는 커녕 주택거래량만 대폭 감소시켜 불안정한 상황을 야기시켰다”면서 “어떤 제도도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의 개선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에는 대구광역시가 대구경북신공항 유치에 따른 지가 급등, 기획부동산 및 투기 우려 등을 이유로 대구광역시에 편입된 군위군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구시의회 소속 박창석 의원은 “대구시 면적의 40%를 상회하는 1억8,500만평의 토지를 한 번에 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일방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처사이며 부적절한 행정명령”이라면서 “고령의 농민들이 농지를 원활히 매매할 수 있도록 최소 범위 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지정하고 나머지는 빠른 시일 내 해제해야 한다”고 대구시에 촉구했다.

현재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둘러싼 민원은 전국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 법리적 문제 없어… 헌재 판단 타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개선 요구에 대해 학계는 ‘헌재 논리가 정당한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주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거래시 투기가 일어날 경우 공공 목적을 위해 사유재산도 사용수익 처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기가 일어난 뒤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 투기에 따라 발생하는 빈부 격차와 불로소득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소유자·당사자 입장에서는 시장 경제 체제에서 왜 거래를 막냐고 하지만 그 거래가 전체 국민 경제나 사회적 정서 등에 해를 끼친다면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헌재의 합헌 판결은 타당하다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법리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며 “헌법에서도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을 통해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이 과정에서 재산권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한 만큼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거래가 안된다고 하는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놓으면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가 몰려 충분히 거래 가능하다”며 “투기성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려고 하기에 거래가 안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사유재산 침해론자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가 자유시장 경제에 반한 조치로 토지 거래는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자율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오히려 자유 시장경제를 주장한 아담스미스는 개인의 무제한 이기심과 같은 비도덕적 요소와 기득권의 부당 개입 등은 제외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같은 전제가 바탕이 돼야만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를 통해 아파트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뉴시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를 통해 아파트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뉴시스

◇ 현 제도 당초 취지와 달리 변질돼… 일부 개선 필요

김진유 한국주택학회장 겸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당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는 신도시 및 택지개발 구역 내 투기성 토지 거래의 폭증을 막기 위해 도입된 조치”라면서도 “다만 서울시의 경우 아파트 거래시 부속 토지까지 허가제로 하면서 아파트 투기를 막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허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뒷받침된다면 민원이 적을 텐데 현재 기준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를 신도시 개발 등과 연관된 토지 투기를 막는데 적용해야 하는데 현재는 전체적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총법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어 운영차원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 겸 경인여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토지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 일부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제도 자체가 왜곡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파트 거래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아파트 공유지분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로 인해 규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서진형 대표는 “현 제도는 일정 면적 이상 토지 거래시 서울 시장 및 시‧도 지사 등으로부터 따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일정 면적 이상 토지 거래의 허가는 합헌에 해당한다 여겨지나 아파트까지 규제하는 것은 사유재산 및 주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지금이라도 개선 방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 최종 결론 : 사실 아님

헌법재판소는 지난 1989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제가 사유재산 침해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

 

근거자료 및 출처
국토이용관리법 제31조의2 제1호 및 제21조의3의 위헌심판제청
https://www.law.go.kr/LSW/detcInfoP.do?mode=1&detcSeq=134842
1989. 12. 22 국가법령정보센터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7항 에 대한 헌법소원
https://www.law.go.kr/LSW/detcInfoP.do?detcSeq=137461&mode=2
1997. 06. 22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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