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여름은 더위를 비롯해 많은 것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중요하고 또 행복한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 청양=박우주
여름은 더위를 비롯해 많은 것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중요하고 또 행복한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요즘은 너무 덥다. 그래서 힘들다. 몸이 축축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하지만 해야 한다. 오늘 안하면 내일 더 힘들다. 이게 여름의 삶이다. 9시만 돼도 햇볕이 뜨거워져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한다. 

다행히 우리는 농사를 크게 하는 농부가 아니라서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가오는 8월 수확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먹은 뒤 나가서 일을 하고,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잠시 쉬고, 다시 나가서 저녁 8시까지 일을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정말 바쁜 수확기에는 하우스에 차광막을 치고 쉬지 않고 일을 하기도 한다. 작물 특성상 우리는 4개월 이상은 수확을 해야 한다. 

대신 우리는 겨울, 그리고 농작물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때에 쉰다. 쉬었으니까 당연히 일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여름만 되면 우리부부가 하는 말이 있다. 

하기 싫고, 몸이 힘들 때 통장이 두둑해진다.

그래서 힘들지만 웃는다.

여름은 우리의 많은 걸 바꿔 놨다. 처음 귀농 왔을 땐 들뜬 마음으로 이것저것 많이 심었다. 특히 참깨를 50평 정도 되는 곳에 심었다. 관리는 크게 어려울 게 없지만, 문제는 수확을 여름에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주작물인 고추와 구기자도 여름에 수확하는 작물이라 수확시기가 겹쳤다. 참깨는 판매목적이 아닌 주변 나눠줄 용도로 심었기 때문에 새벽엔 주작물을 수확하고 참깨는 낮에 수확했다. 그러다 둘 다 더위를 먹었고, 하루 종일 어지러워서 오후 수확도 못한 채 집에 누워만 있었다. 

그때부턴 주작물 외에 다른 작물은 10평 이상 심지 않는다. 텃밭작물을 키우는 게 행복인 귀농인들도 많을 테지만 우리는 텃밭작물을 키우는 게 즐겁지 않다. 작년에도 텃밭작물을 실패했다. 올해는 주작물 외에 청양고추 4개를 심은 게 끝이다. 아주 잘 먹고 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우리는 7~8월 여름에 휴가를 받아 같이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런데 귀농 후 우리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수확철이 가장 바쁘다. 그래서 남들 다 가는 휴가철에 일을 한다.

측은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오히려 좋다. 성수기인 여름이 아닌 겨울이나 봄에 여행을 가면 사람도 부담도 덜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부부는 여름에 미리 겨울여행을 계획하고 그걸 생각하면서 여름을 버틴다. 우리가 사장이니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기간만큼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도 너무 좋다.

도시에서 우리는 여름에 에어컨을 쐬면서 일하던 직장인이었다. 밖에서 일하는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감이 안 잡혔고, 그래서인지 여름을 얕잡아 보기도 했다. 귀농 초기 시골 빈집에 살던 시절, 어차피 몇 년 뒤 이사 갈 생각에 60만원짜리 이동식에어컨을 산 것이다. 광고에 속았던 걸까, 집이 문제였던 걸까. 한 달 정도 사용하고 나니 이동식에어컨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날씨가 됐다. 그래서 바로 일반적인 에어컨으로 바꿨다. 이제 한국의 여름은 에어컨 없이 버티기 어렵게 된 것 같다. 특히 여름에 일하는 직업은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여름은 나보다 아내가 굉장히 힘들어 한다. 어떤 점들이 힘든지, 이 이야기는 여성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여름에는 정말 벌레가 많다. 빈집에 살 때는 집안에서 하루 수십 마리의 노래기를 잡아도 다음날 또 수십 마리가 나왔다. 노래기뿐만 아니라 지네와 바퀴벌레도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집을 지을 때 벌레가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었고, 새로 이사 온 집에서는 그런 벌레를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여름에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모기다. 우리가 키우는 고추와 구기자는 잎이 넓고 작물 자체의 크기도 커서 그늘이 많아서인지 모기가 정말 많다. 과장 안하고 아내가 30분 일하러 나갔다가 모기를 20방 물려서 온 적도 있다. 너무 더워서 냉장고 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봉변을 당한 거다. 그 이후로는 여름에도 가을용 두꺼운 바지를 입고 일을 한다. 거기에 벌레 기피제도 뿌리며 일을 해야 조금 덜 물린다.

한여름에 긴팔과 두꺼운 바지를 입고 일을 하면 땀이 많이 나고 땀띠가 난다. 피부가 약한 아내는 여름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하우스에서 일을 하면 시원하고 좋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다. 하우스 안에는 습기가 많아 덥지는 않아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그래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여름에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영업용 선풍기를 구매해 그걸 틀면서 일을 한다. 그럼 조금 낫다.

하우스에서 일하는 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습도가 높아 땀이 줄줄 흐르곤 한다. / 청양=박우주
하우스에서 일하는 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습도가 높아 땀이 줄줄 흐르곤 한다. / 청양=박우주

여름은 걱정의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큰 걱정이 없어서 문제고, 아내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여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비다. 많이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이다. 

이번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올 때는 하우스에 물이 들어가면 좋지 않아 문을 닫고, 비가 그치면 습기와 열기를 빼기 위해 문을 연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 예보를 보고 뉴스를 보면서 하우스를 언제 열고 닫아야 하나 걱정을 한다. 

걱정의 대상은 작물뿐이 아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집이나 집근처 창고, 차고지가 날아가지 않을까, 주변 둑이 무너지지 않을까, 주변에 흐르는 작은 계곡물이 범람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CCTV를 계속 확인한다. 

비가 안 올 때는 작물 근처의 흙을 만져보고 습기가 없을 때 물을 주는데, 물을 언제 줘야하는지도 걱정거리다. 비가 오면 좀 쉬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보통 농부의 삶인데 아내에게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다. 그래도 이런 걱정 때문에 집 주변 둑이 무너진 걸 빠르게 확인해 신속하게 복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불편함과 힘듦을 이겨내게 해주는 건 옆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응원해주는 가족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입’이다. 수입이 없다면 이런 걸 참고 버틸 힘이 없을 거 같다. 귀농 1~2년차만 해도 힘들면 다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힘들어도 웃을 수 있다.

1년 2년 준비한 계획대로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고 이뤄놓은 성과가 눈에 보이니까 힘이 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힘든 건 잠깐이다. 무더운 여름, 땀 흘리며 일하고 지쳐 돌아와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함께 밥먹고 휴식을 취하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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