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는 귀농 초기 여러 단체활동을 하며 도움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귀농 초기 여러 단체활동을 하며 도움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귀농 초기 여러 단체활동들을 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딱 하나만 하고 있다. 그것도 실제로 활동은 하지 않고 가입만 해둔 상태다. 단체활동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분명 도움이 되고 좋은 활동이다. 특히 초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오늘은 우리가 왜 더 이상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귀농초기 단체활동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와 경험을 안겨줬다. 귀농이란 공통분모 아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육도 함께 들으면서 강사가 하는 교육이 아닌 실제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론이 아닌 현실감각을 키워줬고, 미처 몰랐던 지원사업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귀농강의를 가면 단체활동은 꼭 하라고 조언한다. 귀농초기 적응과 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1~2년 단체활동을 하고나니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어느 정도 적응과 발전을 한 만큼 더 이상 얻을만한 정보가 딱히 없었다. 물론 우리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었다면 친목 차원에서라도 활동을 계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성향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귀농 관련 단체활동은 중장년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린 어떤 모임을 가던 늘 막내 중의 막내였고, 대부분은 50대~70대 어르신이었다. 더 이상 유익한 정보도 없고, 나이대도 맞지 않은데 사람 만나는 걸 즐기는 성향도 아니다보니 더 이상 단체활동을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또 어떤 모임이든 간에 사람이 모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가 가입 했던 모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딱히 무슨 문제였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 충돌이었다. 그게 우리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만약 그 모임이 우리에게 무척 중요했다면 참든지 오해를 풀든지 무언가 해결방법을 찾았을 거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더 이상 모임을 지속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임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았다.

귀농을 하면 지역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특히 작은 동네다보니 사람들에게 잘못 보이면 큰일 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큰일 난 적은 없다. 우리에게 주변사람들 눈치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고객이고, 일처리를 하는 공무원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귀농생활을 하면서 정말 필요한 몇 명만 알면 되는 거 같다. 또 같은 귀농인보다는 평생 농업을 해온 현지인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결국 귀농이든 도시든 사는 건 똑같다. 

우리가 유일하게 가입해있는 단체는 4H라는 농촌 청년단체다. 어느 지역을 가든 4H 단체는 있다. 4H는 좋은 일을 많이 한다. 봉사활동도 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회의도 하고, 전국적으로 모여 활동도 하는 큰 단체다. 처음 1~2년은 좋은 단체라는 걸 알아서 정기모임에도 참여하고 잘 지냈다. 

그러나 사는 게 바빠 몇 번 참여를 하지 못하다보니 활동은 잘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4H에 가입해있으면 여러 지원사업에 있어 이점이 될 수 있고 최신 청년농업 흐름과 정보도 얻을 수 있어 탈퇴하지 않고 가입해놓은 상태다.

농촌 청년단체인 4H는 여러 좋은 활동을 많이 한다. / 청양=박우주
농촌 청년단체인 4H는 여러 좋은 활동을 많이 한다. / 청양=박우주

4H 활동이 뜸해진 결정적인 이유도 있다. 계속 이야기했듯 우리는 사람 만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다. 또 나는 술을 먹지 않고 술자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4H 정기모임의 성격은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는 자리다. 한 번은 정기모임 자리에서 술을 억지로 먹이는 모습을 봤고, 그 사람의 문제겠지만 꼰대문화에 정이 뚝 떨어졌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단체들이 있을 수도 있고, 좋은 단체들도 많을 것이다. 내 생각에 귀농초기에 도움이 될만한 단체들이나 모임은 현재 많이 있다. 그러나 귀농을 하고 5년이 지난 지금은 마땅히 활동하고 싶은 단체가 없다. 

왜일까. 겉으로 보여지는 교육이나 회의, 모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 강사를 초빙해 성공사례를 듣거나 성공 농장에 찾아가 보고 느끼는 건 귀농초기에나 필요하다. 귀농 4~5년차 이상 되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단계이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귀농한 사람들을 연차별로 나눠 토론을 하고, 이 시기엔 이런 게 힘들고 필요하다는 의견을 취합해 지역의 정책 및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임일 거라 생각한다. 모든 귀농인을 하나로 묶지 않고 연차별로 묶는다면 공감대 형성이나 정보 교류가 더 활발할 거다. 우리가 1년차일 때 갔던 모임엔 10년이 넘는 귀농인까지 있었다.

매년 하는 청양 단체 워크숍이 있다. 나도 가본 적이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떤 발전을 위해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위에도 말했듯이 이미 농업을 시작해 몇 년이 지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선진농업현장을 가도, 성공농장 강의를 들어도 이미 본인이 구축해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쉽게 바꾸거나 따라갈 수 없다. 가서 “와~ 이런 게 있구나” “와 대단하다” 하고 끝일 거다. 참고할만한 성공사례는 유튜브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워크숍에 들어가는 예산도 많을 거고, 소모되는 여러 노력도 상당할거다. 차라리 그걸로 지금도 잘하고 있는 봉사활동과 지역발전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점수를 줘서 농장발전을 위한 사업자금으로 지원한다면 참여율도 더 높아지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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