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시즌2로 돌아온 손석구. / 넷플릭스
‘D.P.’ 시즌2로 돌아온 손석구.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년 만에 돌아온 ‘D.P.(디피)’ 시즌2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은 군 간부 임지섭이다. 실적에만 신경 썼던 임지섭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각성하고 또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맞서는 인물로 성장한다. 배우 손석구는 각성과 원래대로 돌아오려는 관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를 폭넓게 소화하며 이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빚어낸다.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2021년 8월 공개돼 ‘군인 잡는 군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과 사랑을 받은 ‘D.P.’의 두 번째 이야기로, 지난달 28일부터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손석구는 시즌2에서 변화된 임지섭을 연기했다. 누구의 편인지 알 수 없던 임지섭은 조석봉(조현철 분) 일병 사건 이후 전출 명령을 받고 대척점에 서 있던 박범구(김성균 분)와 진정한 팀으로 거듭나며 D.P.와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완성한다. 손석구는 감정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는 지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손석구는 “나름대로 각성이 있었지만 다시 돌아오는 관성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후회도 하고 의심도 하고 두려워도 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임지섭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담아내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2’, 디즈니+ ‘카지노’, 그리고 연극 ‘나무 위의 군대’까지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금의 마음가짐, 배우로서의 고민 등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손석구가 임지섭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했다. / 넷플릭스
손석구가 임지섭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했다. / 넷플릭스

-시즌2까지 잘 마무리한 소감은. 

“당연히 뿌듯하다. 열심히 작품을 끝내고 나면 관객의 반응이나 주변 피드백을 듣는 게 또 큰 재미 중 하나여서 요즘에는 그걸 즐기고 있다.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런 걸 찾아보면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사회적 이슈도 다루고 있다 보니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감하는 글을 볼 때 뿌듯하다.” 

-시즌2에서 임지섭은 변화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고민을 했나.

“한준희 감독님이 시즌1때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임지섭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변화의 진폭이 많이 컸으면 좋겠다고. 나도 어떻게 발현될지 몰랐다가 대본을 봤을 때 변화의 진폭이 큰데서 오는 쾌감도 있었지만, 연기하면서 재밌겠다고 생각한 지점은 변화의 방향성이 일직선으로 쭉 가는 게 아니라 가다가 후회도 하고 의심도 하고 두려워도 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임지섭의 갈대 같은 모습은 우리도 늘 그러니까 인간적이지 않나 싶었고 그 지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의견을 더했나. 

“임지섭 대위가 시즌2의 시작과 동시에 바로 선한 역할로 변신하는 게 아니잖나. 김루리(문상훈 분)를 구하기 위해서 박범구 중사를 도울 때 명분이 다분히 이기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루리를 데려와 그 공을 인정받아 부대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 부분이 대사를 통해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임지섭이라는 인물이 일차원적으로 하나의 변화를 통해 직진하는 사람이 아니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지점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즌2에서 임지섭의 구체적인 전사가 담기기도 했다. 어떻게 접근했나. 

“서은(김지현 분) 중령과 전 부부 관계를 연기했지만, 그보다 본질은 임지섭이 앞서 경험한 것을 서중령도 뒤늦게 경험하게 되는데, 임지섭이 회피하고 묵인했던 순간들로 인해 엄청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느끼고 그 후회를 서중령이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봤다. 임지섭이 걸어온 길을 또 누군가 걸을 때 후회하는 걸 보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되는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 남편, 전 부인이라는 관계는 타이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 번 강렬한 열연을 보여준 손석구. / 넷플릭스​
또 한 번 강렬한 열연을 보여준 손석구. / 넷플릭스​

-신아휘(최현욱 분)와 임지섭이 대립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촬영은 어땠나.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 에피소드에 나오는 세트장을 다 지었다. 똑같이. 부분 부분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차를 타고 들어오고부터 미로 같은 공간을 걸어 들어가서 내무반, 초소 등 그대로 만들었다. 그 에피소드의 큰 주제가 폐쇄된 공간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었는데, 연기도 내가 뭔가 했다기보다 집중을 잘할 수 있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분위기 자체가 음습하고 그랬거든. 조명과 촬영,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은 어땠나.  

“한준희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웬만한 콘텐츠는 다 본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렇게 보석 같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온다. 촬영장에서 모니터 뒤에 서서 다른 배우들을 보는 게 늘 즐거웠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친구들도 자기만의 뚜렷한 방식으로 연기를 하는 걸 보면서 신기하고 반성도 됐다. 저 친구들은 이렇게 일찍 깨닫고 작품에 큰 공헌을 하는데 나는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 나도 지금은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시즌2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D.P.’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감대 형성이다. 땅에 발을 딱 붙이고 있는 공감대가 있지 않나 싶다. 시즌1이 나올 때는 상업적으로 봤을 때 범위가 좁지 않나 생각도 했다. 20대에서 50대 남성분들이 주로 공감할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는 남녀노소 누구나 정말 많은 대화가 오고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군대라는 하나의 특정 집단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갖고 있는 사회의 모습, 부조리, 또 그 속에 있는 우정 등이 내가 다니는 직장, 학교, 어디든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밝고 가벼운 이야기도 있지만 문제 의식이나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그런 공감대를 리얼하게 풀었다고 생각한다.”

손석구가 배우로서 하고 있는 고민을 털어놨다. / 넷플릭스​
손석구가 배우로서 하고 있는 고민을 털어놨다. / 넷플릭스​

-‘나의 해방일지’부터 ‘범죄도시2’, 이번 ‘D.P.’ 시즌2까지, 연이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그만큼 배우를 향한 관심과 기대치도 높아졌는데, 이로 인한 부담감은 없나. 

“나도 많이 생각하는 지점이다. 나는 대중 예술을 하는 인생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다. 그런 것에 있어서 확실히 평소 갖는 나름의 지론이라고 한다면 대중이 나를 지겨워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지겨워해야 내가 한발 앞서 변해갈 수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무래도 배우로서 노출이 잦고 작품 수가 늘어남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면 그만큼 새로운 삶을 살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작품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이사이 나의 개인적인 생활도 잘 살아서 좋은 방향으로 변해야, 나답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확실히 몇 해 전보다 많이 소진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여행도 가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다른 도전도 해보고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 무대도 택한 걸까.  

“맞다. 연극이 좋은 예인 것 같다. 배우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실제로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연기적으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기술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고 연기를 대하는 마인드, 새로운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변할 수 있었다. 재충전이 많이 됐다.”

-단편영화 ‘재방송’을 통해 연출에도 도전했는데, 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연출은 큰 목표 중 하나다. 그런 면에 있어 급한 편이기 때문에 빨리 하고 싶다.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적어도 1, 2년에 한 번쯤 뭔가 새로운 걸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출도 빨리 또 하고 싶다. 정말 재밌었다.”

-‘재방송’에서 주연을 맡은 임성재, 변중희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임성재는 이번 시즌2 에피소드에서 함께 하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을 보며 뿌듯함도 느낄 것 같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변중희 선생님은 ‘재방송’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한준희 감독님이 ‘D.P.’ 시즌1 오픈하기 전 변중희 선생님이 나오는 에피소드만 따로 보여줬다. 그걸 보고 무조건 캐스팅할 수만 있으면 하겠다고 했었다. 변중희 선생님도 그렇고 (임)성재도 그렇고 ‘재방송’이 좋은 계기가 돼서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고, 또 배우의 연락처를 물어보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 정말 좋다.”

-배우로서 깨고 싶은 한계가 있나.  

“굳이 나의 한계를 넘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의 원을 키워놓고 나의 범주 안에 있는 것들을 사용해야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깨야 하는 한계는 캐릭터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이다. 편협하지 않게 손석구로서의 한계를 자꾸 넓혀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는 굳이 있지도 않은 나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하고 이런 것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것 안에서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는 게 보는 분들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끼가 있지도 않고.”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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