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통일부가 81명을 감축하고 교류협력·회담·출입기능을 전면 재편하는 등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임명된 지 26일 만이다. 통일부의 축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일부 간부들을 여러 차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23일 정부의 인력 운영 효율화 방침에 따라 현 정원 617명을 536명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정원의 13%에 달하는 81명을 줄이는 대규모 감축이다. 전체 조직은 3실 3국(1대변인 포함) 6관(1센터장 포함)에서 3실 3국(1대변인 포함) 5관(1센터장 포함)으로 재편된다.

또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분야를 담당하는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을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합한다. 실장급 조직인 남북회담본부와 국장급 조직 3개를 국장급 1개 조직으로 축소한다. 남북 간 대치 국면에서 남북교류협력이 후순위로 밀린 현실을 반영하듯 신설 조직 명칭에서 ‘교류협력’이 빠졌다.

인권, 정보분석, 통일인식 제고 등의 기능은 강화된다. ‘통일협력국’이 신설됐고, 산하에는 ‘통일인식확산팀’을 설치해 객관적인 북한 실상을 알리도록 했다. 정세분석국은 ‘정보분석국’으로 이름을 바꾼다. 지난달 취임한 김영호 장관은 통일부가 정보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사실상 부서의 중심 기능을 대북 정보 수집과 북한 주민 인권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 ‘대북지원부’ 탈피 위한 조직 개편?

통일부의 이같은 개편은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부가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대북지원만을 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북기조가 변한 것도 개편에 영향을 줬다.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수시로 미사일 발사를 하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고, 윤 대통령도 이에 맞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미일 3국 공조도 이같은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한반도 정세는 더욱 긴장됐다. 이때문에 이번 개편을 통해 북한과 대화 및 교류를 할 의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통일부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류협력국 간부를 여러 차례 불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남북 교류협력법을 위반했는데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실무 간부가 실신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외에도 통일TV의 북한 방송 편집 보도, 북한인권보고서 부실 번역, ‘좌파 학자’에게 정책연구용역 몰아주기 등을 이유로 통일부 담당자들이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통일부의 축소와 함께 전방위 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이 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통일부와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통일부 공무원들을 말 같지 않은 이유로 괴롭히고 있다”며 “이쯤 되면 통일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목적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 중에 피감찰인이 쓰러진 사실이 없다”며 언론에 보도된 조사 사유가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특정 조직을 축소하기 위한 게 감찰 목적이 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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