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하자 원인 두고 책임 떠넘기기 심화… 공공 건설공사 수행시 하자담보 기간 연장 이미 발생”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 건설공사 하자보수 신고기한을 연장하는 방안 각 지자체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 뉴시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 건설공사 하자보수 신고기한을 연장하는 방안 각 지자체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LH ‘철근 누락’ 아파트로 인해 부실공사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커지자 정부당국도 건설 안전 관련 규제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최근 공공 건설공사의 부실시공 신고기한을 기존에 비해 대폭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부실공사 방지를 위한 정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칫 무분별한 신고에 따른 행정력 낭비, 하자를 둘러싼 책임소재 공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혼선을 우려했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공공 건설공사의 경우 국가 예산에 따라 공기가 연장되면서 하자담보 책임기한까지 사실상 늘어나는데 이번 권익위 권고가 현실화될 경우 시공사의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권익위, 공공 건설공사 부실시공 신고기한 연장 추진

지난 17일 권익위는 공공 건설공사의 부실시공 신고기한을 기존 ‘준공일로부터 1년 이내’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자담보 책임기간 종료일’까지 연장하도록 전국 각 지자체 및 지방의회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권익위는 “현행 규정은 단기간 하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건설공사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그간 법에서 정한 하자담보기간 내라도 신고기한 경과를 이유로 신고 받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공공안전이 방치될 우려도 있었다”며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 건설산업기본법(제28조 건설공사 수급인 등의 하자담보책임)에서는 수급인은 발주자에 대해 공사 종류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하자가 생기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통해 각 공사 및 공종별로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각 지자체가 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여 개선된 제도를 시행한다면 앞으로 공동주택·종합병원 등 대형공공건물 내력벽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신고기한은 기존 1년이 아닌 10년으로 연장된다. 시행령에서는 대형공공건물의 하자담보 책임기한을 10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 각 지자체가 권익위 권고에 따라 공공 건설공사의 부실시공 신고기한을 연장한다면 건설업계는 하자보수 민원 및 각종 비용 증가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권익위의 하자보수 기간 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하자 관련 분쟁 증가 및 책임 소재 공방 등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뉴시스
건설업계는 권익위의 하자보수 기간 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하자 관련 분쟁 증가 및 책임 소재 공방 등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뉴시스

◇ 건설업계 “하자 관련 분쟁 및 책임 소재 공방 더 심해질 것”

최근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인 건설업계는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권익위 등 정부 당국 조치를 수용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A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실공사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털어내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건설산업기본상 공동주택은 하자담보 책임기한이 최장 10년이라 건설사가 공종별로 책임지고 보증하고 있는데 부실시공 범위가 애매모호할 경우 법정다툼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B건설사 관계자는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권익위 판단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옳다고 본다”며 “하자보수 신고기한이 기존 1년보다 늘어난다고 해도 모두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 신고기한이 늘어남에 따라 사소한 사례까지 일일이 하자로 판단하는 것을 두고 회사와 소비자간 입장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 증가 등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권익위 조치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C건설사 관계자는 “하자담보 책임기한이 공종별 1~10년까지 제각각인데 소비자들이 이를 알고 신고할리도 만무하고 그냥 전부 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행정력 낭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준공 후 하자보수 신고기한이 길어짐에 따라 소비자 사용으로 인한 변형, 개조, 리모델링 등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 경우 하자를 둘러싼 책임소재 구분이 명확치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예를 들어 조그만 기스 하나가지고도 하자 여부를 따질텐데 과연 각 지자체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부실공사와 하자를 동일선상에 보는데 둘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것”이라며 “날씨‧천재지변 등 여러 요인으로 제품 기능이 하자보수 책임기한보다 떨어질 때도 있는데 이를 다 챙긴다면 시공사는 철근‧레미콘 등 각 제품 제조사에게도 하자처리를 요구할테고 결국 소비자-시공사-제품 제조사간 ‘폭탄돌리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건설공사는 통상 국가의 1년 예산에 따라서 연부액 개념으로 기성을 주기 때문에 최초 5년짜리 공사가 통상 7~8년, 길게는 10년 이상 기간이 늘어난다”며 “즉 국가 예산 때문에 공사를 못해서 하자담보 기간이 늘어나는 판에 그걸 또 다시 연장한다는 것은 시공사 입장에서 부당한 처사”라고 문제 삼았다.

뒤이어 “국가가 시행하는 공공 건설공사는 전체 공사가 끝나야만 사실상 준공이 완료된 것이라 하자담보 기간이 5년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10년 하자담보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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