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세스코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로 기소된 삼양인터내셔날 및 관계자들이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삼양인터내셔날 임원에 대해선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이뤄졌다. / 뉴시스
경쟁사 세스코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로 기소된 삼양인터내셔날 및 관계자들이 최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삼양인터내셔날 임원에 대해선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이뤄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경쟁사 세스코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로 기소된 GS그룹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 및 그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1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무죄를 주장해온 삼양인터내셔날과 임원 측은 실형 및 법정구속이란 강력한 처벌을 마주했다. <시사위크>가 입수한 판결문을 통해 이 같은 처벌이 내려진 배경을 짚어본다.

◇ 영업비밀 인정한 재판부… “피해회사 영업비밀 가치 폄하했다” 지적까지

전직 세스코 직원 A씨와 삼양인터내셔날 및 B임원은 세스코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양인터내셔날로의 이직을 보장받은 A씨가 퇴사 직전 세스코의 영업비밀을 빼돌려 삼양인터내셔날 측에 전달하고, 삼양인터내셔날은 이를 영업활동에 활용한 것이 혐의의 골자다.

누가 먼저 구체적으로 이직을 요청 또는 권유했는지 등에 대해선 A씨와 B임원의 주장이 엇갈렸지만 △B임원이 A씨에게 채용보장각서를 써준 점 △이후 A씨가 세스코의 영업비밀을 빼돌려 B임원을 비롯한 삼양인터내셔날 측에 전달한 점 △해당 영업비밀을 삼양인터내셔날이 영업활동에 활용한 점 등은 검사 측과 기소된 측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A씨가 세스코에서 빼돌려 삼양인터내셔날 측에 전달한 자료를 영업비밀로 인정할 수 있는지다. 삼양인터내셔날과 B임원 측은 해당 자료의 내용과 그 중요도 및 실효성, 그리고 세스코의 관리상 부실 등을 지적하며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해당 자료를 빼돌려 전달한 당사자인 A씨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입장과 함께 혐의 일체를 인정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는 물론, 삼양인터내셔날 및 B임원 측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거듭 명시됐다.

재판부는 우선, 세스코의 해당 자료는 영업 및 서비스 제공 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고객층이 한정된 업계 특성상 이를 이용해 경쟁사에 비해 영업활동의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경쟁사로 유출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를 비밀로 관리하기 위해 사내에서도 특정 직원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비밀보장각서 등을 제출받고 통합문서보안시스템과 내부정보유출방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비밀로 관리해왔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경제적 유용성과 비공지성이 인정되고, 실제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삼양인터내셔날 및 B임원 측 주장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에 담긴 내용(△계약금액 △담당자와 상위 결재권자의 이름 및 직책 △회사 및 개인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회사와의 관계정도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공연히 알려진 바 없는 정보이자 세스코 직원들이 오랫동안 영업활동을 하면서 수집한 결과물을 축적한 상당한 규모의 자료로 같은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선 막대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양인터내셔날이 빼돌린 자료로 영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사 담당자가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문제 삼은 일이 있었던 점도 영업비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또한 비밀관리성 인정여부에 대해서도 △세스코가 정보보호규정, 인적보안지침, 보안감사지침, 정보자산관리지침, 위험관리지침 등을 제정한 점 △임직원들에게 비밀유지서약서, 영업비밀보유확인서 등을 받고 정기적으로 영업비밀보호교육을 실시한 점 △지문인식기 등 출입통제시스템을 통해 사내시설 출입을 통제하고, 영업비밀 자료는 원칙적으로 회사 내부에서만 접근 가능하도록 전산망을 분리해놓은 점 등에 비춰 영업비밀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세스코 직원들이 보안 조치 등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거나 일부 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서 비밀관리성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다”며 “해당 자료를 유출한 A씨나 세스코에서 삼양인터내셔날로 이직해 근무하던 중 해당 자료를 받아 영업에 활용한 직원도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경쟁사 자료 탈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가운데 영업비밀을 부정해 무죄를 노렸던 삼양인터내셔날과 B임원의 전략은 강력한 처벌이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재판부는 B임원에 대해 “취업보장을 대가로 영업비밀 유출을 사주하고 그에 따라 취득한 영업비밀을 실제 영업에 사용하기까지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형사재판을 받으면서도 피해회사 영업비밀의 가치를 폄하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건의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스코에서 영업비밀을 빼돌려 삼양인터내셔날에 전달한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B임원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삼양인터내셔날에 대해선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이 같은 선고에 B임원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고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그는 “영업비밀이라고 인지하지 못했고, 제가 가져오라고 한 사실은 없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양인터내셔날과 B상무, 그리고 검찰 모두 항소하면서 이번 사건의 법적공방은 항소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