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참여 토론 ‘자동차세 개편 찬성’ 86%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다운사이징 추세에 과거부터 문제점 지적
반대 측 “전기차 중량 기준 과세, 대형차·화물차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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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통령실이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현행 배기량에서 차랑 가격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등을 고려해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찬성’ 85.9%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정부의 자동차세 개편 검토는 최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 보급 확대 전망에 따라 세수 감소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전기차를 보유한 국민 등 일각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향후 자동차세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달 1일부터 21일까지 대통령실은 ‘자동차세 등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을 주제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했다.

자동차세 개편 제안자는 “자동차세의 취지를 재산 가치와 환경오염, 도로사용 등을 감안한 세금으로 이해한다면 배기량이 아니라 차량가액과 운행거리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며 “환경오염을 생각해 전기차와 수소차의 자동차세를 감면하더라도 차량가액에 따른 차등적인 부과가 필요하지 않은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관련 토론에 의견을 밝힌 누리꾼은 총 1,693명이며, 이 가운데 1,454명이 추천(찬성) 의견을 밝혔다. 반대하는 측은 239명으로 14.1%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배기량 기준 과세 개선이 필요하다(찬성)는 의견으로는 △기술 발전·시장 변화 등으로 배기량과 차량가액이 비례하지 않을 수 있는 점 △배기량이 없는 수소차·전기차 보급 증가 △자동차는 사치재가 아니라 필수재라는 점 등을 고려해 배기량 기준을 차량가액,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세는 △1,000㏄ 이하(경차) 80원/㏄(교육세 포함 시 104원) △1,000㏄ 초과 1,600㏄ 이하 140원/㏄(182원) △1,600㏄ 초과 200원/㏄(260원) 등으로 부과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의 재산 가치 유지 기간을 2년으로 보고 3년째부터 자동차세를 5%씩, 최대 50%까지 감면하고 있다. 전기차는 단일 세율 10만원과 교육세 3만원으로 책정해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세가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겨진 배경에는 배기량이 큰 차량이 매연이나 미세먼지 등 배출가스 양이 많은 점도 영향이 있지만 과거에는 ‘배기량이 큰 차’가 ‘고급 차·비싼 차’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가 재산세와 환경과세 성격을 모두 만족하는 과세 기준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자동차업계에서는 엔진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을 증폭시키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수입차와 3,000만원대 국산차가 배기량만 2,000㏄로 동일하면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가 똑같아 ‘배기량=재산수준’이라는 등식은 모호해졌다.

이에 자동차세 과세 기준에 차량 가액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자동차세 개편 제안자 역시 동일한 취지다. 자동차는 재산으로 인식되는 만큼 가치에 따라 세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차량 가치(가격)를 고려한 과세 제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아이오와·미시간·미네소타 등 다수의 주에서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내연기관 자동차는 탄소배출량을 반영한다. 가격과 탄소배출량을 함께 고려한다면 고가의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되고, 대신 연비(연료효율)가 뛰어나고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일부 할인 혜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세에 차량 가격 요소 도입방안 및 대기환경 오염비용을 고려한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논의가 지속돼 왔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들쭉날쭉한 가운데 각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 테슬라코리아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의 경우 차량 가액(가치)과 중량에 비례해 자동차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 테슬라코리아

문제는 전기차다. 전기차에는 ‘중량’을 반영해 자동차세를 매기겠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내연기관 차량 대비 큰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무게가 더 무거운데, 무거운 차량은 도로 손상 및 파손에 영향이 커 중량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차 자동차세 개선안에 중량을 포함한 이유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연료(휘발유·경유) 비용에 세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 포함돼 도로 이용료를 내고 있지만 전기차는 이러한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전기차에 차량 가액과 중량을 복합적으로 반영할 시 연간 세금은 교육세를 포함해 기존 13만원에서 테슬라 모델S의 경우 약 150만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는 70만원으로 급등한다.

이러한 자동차세 개편을 반대하는 의견은 전기차 커뮤니티 등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세에 중량을 반영한다는 점에 대해 ‘전기차 증세를 위해 끼워 맞추기’라고 지적하면서, 도로파손을 고려한 요인이라면 중량이 3톤에 달하는 무거운 대형 SUV나 화물차·버스 등 대형차에도 중량을 반영해 증세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자동차세에 차량 가액을 반영하는 것이 ‘이중과세’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동차를 처음 구매할 때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는데, 여기에 차량 가액이 반영돼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에까지 차량 가액을 반영하게 되면 이중과세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기존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과세가 재산, 환경오염 등 자동차가 가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골고루 반영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세제 개편으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과의 조약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는 점이 지적됐다.

대통령실은 국민참여토론 댓글(의견)을 취합하고 국민제안심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자동차세 등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국민참여토론
2023. 8. 28 대통령실 국민제안
시장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자동차세 가격요소 도입방안
https://www.kilf.re.kr/frt/biz/pblcte/selectPblcteView.do?ctgry=RSRCH&pblcteId=3348
2023. 8. 28 한국지방세연구원
대기환경 오염비용을 고려한 소유분 자동차세 개선방안
https://www.kilf.re.kr/frt/biz/pblcte/selectPblcteView.do?ctgry=RSRCH&pblcteId=3179
2023. 8. 28 한국지방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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