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이  디즈니+ 시리즈 ‘무빙’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배우 고윤정이 디즈니+ 시리즈 ‘무빙’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고윤정은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뒤,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드라마 ‘로스쿨’ ‘환혼: 빛과 그림자’, 영화 ‘헌트’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지난 9일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도 고윤정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한국 디즈니+ 역대 작품 중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간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고윤정은 치유와 재생 능력을 가진 장희수로 분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풋풋한 고등학생부터 속 깊은 딸, 점차 성장하는 초능력자의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했다는 평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고윤정은 ‘무빙’을 향한 쏟아지는 호평에 “예상했다”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작품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더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며 후반부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공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상했나. 기분이 어떤가. 

“너무 신나고 설레고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부작이라 아직 다 공개된 게 아닌데도 주변에서 잘 봤다, 재밌다고 연락을 많이 해주셔서 감회가 새롭다. (인기를) 예상은 했다. 강풀 작가님이 주는 무게감이 있고, 박인제 감독님의 전작도 재밌게 봐서 기대감이 있었다. 또 배우들이 어마어마하잖나. 이런 캐스팅 라인업은 거의 드물다고 하더라. 내가 생각했을 때도 그랬다. 그래서 안 될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작도 보고 시나리오도 본 사람으로서, 굉장히 영상으로 잘 구현됐다고 생각했다. 뿌듯하다. 이런 작품을 만든 구성원이라는 게 뿌듯하고 감사하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고. 과정이 궁금한데. 

“현장에 가서 대본을 읽는 거였다. 오디션에 대해 하루 전에 들어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갔고, 즉석 리딩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전사도 모르고 캐릭터의 말투도 모르겠고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조바심도 들고 어려워하는데, 희수는 정말 신기하게 술술 읽혔다. 말투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고 그래서 오디션을 보면서 꼭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빙’에서 희수를 연기한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빙’에서 희수를 연기한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희수를 표현하는데 있어 강풀 작가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면. 

“오디션에 합격하고 강풀 작가님이 선물 겸 만화책을 주시면서 나의 말투와 목소리, 톤에서 희수를 봐서 같이 하자고 한 것이니 너무 원작과 비교하면서 따라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일부러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투도 자유롭게 편하게 연기하라고 해주셔서 정말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배우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됐나. 

“의견을 많이 넣은 것은 아니지만 촬영하면서 가장 감독님의 디렉팅을 안 받은 작품이었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나보다 희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면서 믿고 맡겨주신 덕이다. 내가 연구해 온 희수를 인정해 준 것도 있었다. 존중해 주셔서 편하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본인이 연구한 희수는 어떤 인물이었나. 

“기분이 좋든 나쁘든 티를 덜 내려고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씩씩한 친구라 연기하면서 애써 긍정적으로 보이려고 했다. 희수는 자존감이 높다. 친구가 없다는 것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잖나.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봉석이라는 친구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줄 수 있고 또 그 위로와 격려를 돌려받을 줄도 아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내부 시사로 한 번 봤을 때는 나랑 똑같다고 생각했다. 싱크로율 99%. 그렇게 생각하고 촬영에 편하게 임한 것도 있다. 말투나 목소리 톤, 자세 등. 그런데 요즘 네다섯 번씩 보다 보니 차이점이 보이더라. 희수가 실제 나보다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고 살가운 것 같다. 더 강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딸뿐 아니라 엄마, 그리고 아내의 역할을 동시에 해 와서 그런 게 아닐까. 또 봉석이라는 캐릭터가 있어 더 극대화돼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다.”

희수 그 자체로 분한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희수 그 자체로 분한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4~5번이나 봤나.  

“계속 보니까 안 보이던 게 있더라. 원래 보면서 복선이나 디테일을 잘 캐치하지 못하는 편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에피소드마다 메인 컬러가 있는데 그것을 인지 못하고 보다가 알게 돼서 다시 보고, 세 번째 볼 때는 음악이 또 좋아서 돌려서 다시 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여러 번 보게 됐다. (연기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부족함 밖에 안 보였다. 그런데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냥 희수랑 봉석으로 보이더라. 처음에 봤을 때만 내 연기가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는 연기 말고 부수적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희수는 재생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설정이 아니라 연기로 표현하는데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연기보다 CG의 도움을 받아서 초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작가님에게 물어봤다. 다치지 않는 캐릭터인데 고통은 느끼지 않느냐고. 어느 정도 고통을 느끼는지, 일반 사람처럼 똑같이 느끼는데 다치지 않는 것인지 등. 작가님이 조금 덜 느끼는 거라고 답을 해주셨다. 정말 세게 맞아도 그만큼의 타격감은 없는 거라고. 아픔의 크기를 표현하는데 있어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고윤정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고윤정이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7 대 1로 싸우는 장면도 강렬했다. 촬영은 어땠나. 

“이 정도로 표현하고 다 표출하고 이렇게 대사를 해야지, 악에 받쳐서 이런 애드리브도 해야지 생각하고 갔는데 준비한 것을 다 못했다. 현장 상황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없던 합도 생기고 이미 맞춘 합도 완벽하게 못하고 그랬다. 그런데 그래서 더 리얼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올라온 감정, 마음 그대로 표정에서 드러났다. 오히려 더 리얼하고 현실적인 것 같더라. 잘 완성된 것 같아 만족하고 뿌듯한 장면 중 하나다.”

-어떤 애드리브를 준비했었나.  

“희수가 그 장면에서 욕을 하는데, 초반에는 한마디도 안 하던 애가 갑자기 욕을 하면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으니 화가 나거나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욕을 할 수도 있는 캐릭터로 만들자 싶어서 욕을 생각해 갔다.(웃음) 예상한 단어는 아니지만 하긴 했다. 하하.”

-봉석에 대한 희수의 마음은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봉석이도 희수도 처음 비밀을 털어놓은 친구라 남들과 다르게 애틋했을 거다. 서로 비밀을 털어놓을 만큼 가까운 사이니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서로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정의내리고 싶진 않다. 그냥 딱 고등학생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남녀로서의 설렘도 있지만 서로 비밀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는 둘도 없는 친구를 만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류승범(프랭크 역) 선배를 현장에서 꼭 뵙고 싶었다. 많은 선배가 나오지만 다 만날 수 없잖나. 신이 안 겹칠 수도 있고. 류승범 선배와 촬영이 겹치지 않더라도 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뵙지 못했다. 그래서 프랭크에 대한 기대가 컸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라 궁금증이 컸고, 그 캐릭터를 류승범 선배가 어떻게 연기했을지 기대됐다. (결과물을 보면서) 과거부터 미션 하나하나 수행하면서 감정적으로 오는 변화를 담아낸 점이 정말 재밌었다. 오래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배우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앞날이 더 기대되는 배우 고윤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빠 주원을 연기한 류승룡과의 호흡은 어땠나.   

“장난이 진짜 많으시다. 농담할 때 그 눈빛이 있잖나. 호시탐탐 타이밍을 노리신다.(웃음) 정말 잘 챙겨주셨다. 실제 두 아들의 아빠인데 어떻게 그렇게 ‘딸 바보’ 연기를 잘하시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딸 바보’로 만들 수 있는 딸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대선배라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직접 고른 꽃바구니까지 선물해 주셨다. 감동적이었다.”

-가장 만족하는 장면을 꼽자면. 

“당연히 17 대 1 싸움 장면이다. 힘들게 찍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생생하게 잘 구현됐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럽다. 그리고 널리 널리 알렸으면 하는 장면은 봉석이 희수 앞에서 처음으로 몸이 뜨고 그걸 희수가 구해주는 신이다. 음악도 몽환적이고 역동적인 것 같으면서도 서정적이고 예쁘게 잘 담긴 것 같다. 또 그 장면에서 희수가 무심코 본인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에피소드를 잘 표현한 신인 것 같아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오고 있는데,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는 어떤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싶은지.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시기에 그 역할에 잘 맞는 배우로서 그리고 감독님과 작가님들의 마음에 드는 배우로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오디션을 잘 봐서 아닐까.(웃음) 요즘 정말 행복하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을 이렇게 많이 받은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하기도 하다. 정말 내가 잘한 게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반대로 다음 현장에 대한 기대도 생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은 칭찬이다.”

-아직 공개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 후반부 관전 포인트를 공개한다면.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거다. 아직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된 만큼 스케일도 커지고, 액션도 화려해질 거다. 그 안에서 희수네 가족, 봉석의 가족, 강훈의 가족까지 가족 간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더 그려질 거다. 희생하는 상황도 나오는데 초반보다 더 뭉클하고 따뜻한 가족애와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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