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혜선이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으로 관객 앞에 섰다. / 아이오케이컴퍼니 
배우 신혜선이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으로 관객 앞에 섰다. / 아이오케이컴퍼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신혜선이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으로 관객 앞에 섰다. 영화는 ‘도굴’(2020) 이후 3년만. 데뷔 후 첫 스릴러에 도전한 그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 공포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지난 30일 개봉한 ‘타겟’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선 분)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스릴러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 게임’ ‘명당’ 등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현대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중고거래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스릴러로 풀어냈다. 

신혜선은 극 중 평범한 직장인 수현을 연기했다. 수현은 인테리어 회사 팀장으로 거친 현장 인부들의 기세에도 밀리지 않는 당찬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어떤 힘든 일에도 꿋꿋하게 일상을 유지하던 그는 단 한 번의 중고거래에서 사기를 당하고 난 뒤 모든 일상이 위협받기 시작한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신혜선은 이번에도 단단한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특히 데뷔 후 첫 스릴러는 물론, 지극히 평범한 역할에 도전했는데, 실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자에게 쫓기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공감대를 높였다.

신혜선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소감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타겟’과 함께 한 순간을 돌아봤다. 쉼 없이 달려오고 있는 그는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며 연기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타겟’으로 돌아온 신혜선. / 아이오케이컴퍼니 
‘타겟’으로 돌아온 신혜선. / 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도굴’ 이후 3년 만에 관객 앞에 섰다. 기분이 어떤가. 첫 스릴러 도전을 마친 소감도 궁금하다. 

“이렇게 빨리 지난 줄 몰랐다. 체감을 못하고 있었다. 엊그제 찍은 것 같은데, 이제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공포도 좋아하고. 여러 장르를 좋아하지만 스릴러를 유독 좋아했다. 그런데 겁이 많아서 꼭 결말을 알고 봐야 하는 스타일이다. 결말을 모르고 보면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볼 수 없다.(웃음) 내가 스릴러를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빨리 결말을 알고 싶어 하는 그 느낌을 보는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박희곤 감독이 ‘제작진의 만장일치 캐스팅’이라고 했다.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해주신 말인 것 같다. 감사하고 기분 좋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웃음) 내가 선택받은 이유는 모르겠고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있었다. 스릴러에 대한 장르적 욕심도 있었지만, 수현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동안 캐릭터성이 확고한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 수현은 무색무취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런 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

-말한 것처럼 수현은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누구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평범한 인물 그 자체로 표현해야 했다. 무색무취라는 게 색깔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인물만의 색과 향기가 있지만, 영화 자체가 캐릭터의 성향이나 능력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서 벗어나는 색깔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취적이고 범인과 대적하는 용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지만, 영웅적이거나 정의감이 불타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진 않았다. 그럼에도 긴장감을 줘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장르적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평범한 인물 수현을 연기한 신혜선.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인물 수현을 연기한 신혜선.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박희곤 감독이 강조한 것은 무엇이었나. 

“그냥 맡겨줬다. 동선, 카메라 위치 등 컷에 대한 것이나 질문을 하면 상상이 될 수 있게 설명을 해줬다. 예를 들면 수현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물으면 어떤 감정일지 이야기해 줬다. 어떻게 표현하라고 강요하거나 주입하진 않았다. 어떤 제한을 두지 않는 감독님이었다.”

-수현의 행동이 다소 무모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었다. 배우는 이 지점에 대해 설득이 됐는지,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답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충분히 했는데, 이 사건이 장기간에 걸친 일이 아니잖나. 당장 갑자기 집을 옮기거나 그럴 시간도, 정신도 없었을 것 같다. 또 집이 노출돼서 무섭긴 하지만 밖이 더 무서울 거라는 생각도 했다. 다른 곳에 있다고 범인이 모를까? 집 안이 가장 안전하고 편한 장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었을 때 패닉이 오고 이사를 결심한 게 아닐까 하고 이해했다.”

-범인으로 인한 공포 외에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인물이나 상황으로 인한 현실 공포들도 공감을 안겼다. 가장 와닿은 공포는 무엇이었나.  

“나갔다 왔는데 욕실에 물기가 있었던 장면이 제일 소름 돋았다. 지방 촬영을 가면 숙소에서 지내는데, 그날 청소가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나갔다 들어왔는데 청소가 돼 있으면 그게 청소라는 걸 깨닫기 전에 소름 돋을 때가 있다. 깨닫기 직전까지 무서웠던 경험이 있었다. 그것처럼 나의 제일 편안한 공간, 가장 사적인 공간에 누군가 왔다 간 흔적을 발견한다면 정말 무섭지 않을까. 그 사건을 기점으로 수현의 공포감이 극대화됐던 것 같다.” 

신혜선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 아이오케이컴퍼니 
신혜선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 아이오케이컴퍼니 

-‘결백’(2020) 인터뷰 때 ‘배우를 꿈꿨던 시기에 대한 보상심리로 계속 일을 해오고 있고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에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 아직도 갈증이 있나.

“밑 빠진 독인지 뭔지 채워지지 않는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쉬었다. 20대 중반, 데뷔하기 전까지 너무 나태하게 살았다. 25년을 나태하게 살았으니 앞으로 50년은 부지런하게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아직 하고 싶은 역할도 많고 해보지 않은 것도 많다. 평소 취미도 없고 그래서 인생이 재밌다는 느낌을 못받는다. 항상 똑같고. 부지런하고 취미도 많은 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그런 사람이 못되더라. 노력하는 것도 귀찮아서 안 하긴 한다.(웃음) 꿈꾼 삶은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더라. 대신 작품을 통해 대리만족한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작품 선택이나 캐릭터 변신 등에 있어 스크린에서는 다르게 쌓아나가고 싶은 지점도 있나. 

“영화든 드라마든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작품의 크기도 상관없다.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것을 다 경험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드라마는 캐릭터적인 도전, 영화는 장르적인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관객에게 ‘타겟’만의 재미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우선 극장에서 다른 이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보는 게 몰입도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타겟’은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더 스릴 있고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감이 ‘타겟’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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