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의 첫 번째 모미를 연기한 신예 이한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의 첫 번째 모미를 연기한 신예 이한별.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신예 이한별은 1,0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의 첫 번째 모미 역에 캐스팅됐다. 데뷔작부터 화제작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는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게 많기 때문에 더 다잡으려고 한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장편 데뷔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실력파 김용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첫 시리즈에 도전했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뒤 독보적인 소재와 파격적인 이야기, 탁월한 연출과 높은 완성도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김용훈 감독은 파란만장한 삶을 겪으며 극적으로 변모해 가는 김모미를 그려내기 위해 고현정과 나나, 그리고 베일에 가려졌던 신인 배우 이한별을 3인 1역에 캐스팅했는데, 이한별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김모미로 분해 극의 시작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를 단숨에 끌어당겼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한별은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등 ‘마스크걸’ 그리고 모미와 함께 한 시간을 되돌아봤다. 배우로서 첫 발걸음을 뗀 그는 더 다채롭게 채워나갈 앞날을 예고하며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반응을 찾아보지 않고 있어서 엄청 체감하거나 실감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에 스태프를 만났는데 멀리서부터 밝은 표정으로 신나서 오더라.(웃음) 연락도 많이 받았다. 열심히 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반응을 찾아보지 않는 이유가 있나. 

“이런 경험 자체가 처음이니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하더라. 평가를 보면서 어느 정도 모니터링도 하고 해야 하는데, 뭔가 마음에 하나 걸리면 계속 생각할 것 같아서 아직까지는 찾아보지 않고 있다.”

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이한별 스틸. / 넷플릭스
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이한별 스틸. / 넷플릭스

-모미는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모미의 인생은 어떻게 보면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다. 콤플렉스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모미가 굉장한 노력파고, 한 줄기의 희망을 잡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모미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지만 쉽게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 성형 수술을 이미 했을 수 있는데 모미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자신을 알아봐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얼굴을 가리고 BJ를 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해내면서도 회사에서는 아름과 비교를 당하며 살고 있지만,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못한다.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구한 인생이 이어지고 세상에 당하면서도 지지않는 인물. 그렇게 다가왔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원작은 얼마나 참고했나. 

“오디션 과정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오디션에 도움이 되기 위해 보기 시작했다. 모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것을 의식해서 하는 것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모습으로 해석해서 보여주자는 생각이 있었다. 캐스팅이 결정된 이후에는 시나리오에 없는 부분을 채워가는 데 원작의 도움을 받았다. 모미의 결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가 가진 결핍이나 상처는 같았고, 표현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기저에 있는 부분은 같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다르게 그려진 부분에 있어서는 왜 이렇게 바꿨을까, 더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을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다. 원작을 계속해서 본 것은 아니지만 시나리오만으로 풀리지 않을 때 힌트를 얻었다.”

-김용훈 감독이 모미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리딩 때도 그렇고 촬영하면서도 그렇고 특별히 뭔가를 만들려는 코멘트는 없었다. 오히려 뭔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 촬영 때도 뭔가 반응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보라는 디렉션을 줬다. 내가 맡은 모미는 처음 서사를 쌓고 감정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배우가 너무 캐릭터적으로 다가가기보다 정말 있을 법한 사람처럼 표현해 보자고, 이미 부가된 설정이 있으니 더 강조할 필요 없다고, 편하게 하라는 이야기를 주로 많이 해줬다. 모미에게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한별이 첫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이한별이 첫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첫 촬영이 복사기 앞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고. 첫 현장, 첫 촬영이라 굉장히 떨리고 긴장했겠다.

“준비하면서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모미가 맞을까, 괜찮은 걸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오히려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걱정이 줄어들었다. 스태프도 있고 다른 배우들도 있고 감독님도 있으니 왠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 정말 훌륭한 스태프가 포진돼 있으니 든든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몰랐던 건데 마냥 내가 현장에 있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 컸던 것 같다. 연기할 수 있고 현장에 이런 사람들과 있는 게 좋고 신기하고 재밌는 감정이 앞섰다. 긴장할 겨를도 없이 후루룩 지나갔다.”

-강렬한 등장이었다. 연기적으로 어떤 고민을 했나.   

“모미의 상태를 보여주고 이후 대비가 돼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유독 더 초췌하고 현실에 지친 듯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연기도 그렇지만 분장의 도움도 받았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메이크업을 했는데 하나씩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다크서클과 광대를 부각하는 메이크업으로 완성됐다.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작업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도움을 많이 받아서 현장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했던 첫 촬영이었다.”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 

“예쁘더라.(웃음) 현장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촬영 전 테스트 촬영을 거치면서 (마스크가) 점점 진화했다. 처음에는 약간 서구적인 모습이었는데, 나나 선배의 얼굴을 참고하면서 동양적으로 변하기도 했고, 색깔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장식도 그렇고 디테일이 계속 바뀌었고 크기도 그렇고 여러 시도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게 지금의 마스크다.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나도 자신감을 얻어 할 수 있었다. 눈만 보이니까 기괴한 느낌도 살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에 작품의 분위기도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마스크걸 김모미.  / 넷플릭스
마스크걸 김모미.  / 넷플릭스

-마스크를 쓴 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스크가 얼굴을 떠서 만든 거라 딱 맞았다. 밀착돼 보이는 건 좋은데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 녹음을 하더라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말을 하면서 움직이게 되면 마스크 모양이 달라지고 숨을 쉴 때 달라붙기도 하고 그래서 쉽지 않았다. 내가 편한 것과 연기로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각도를 체크해야 했다. 또 방송장면이 캠을 봤다가 채팅창을 봤다가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메이크업도 화려하고 옷도 계속 갈아입어야 해서 물리적으로 신경 쓸 게 많았다. 말 그대로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었다.”

-선배 고현정, 나나와 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각자의 색으로 완성된 모미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정말 좋았다. 흑백신과 딸 미모를 향한 모미의 마지막 미소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뜨겁잖나. 나 역시 좋았다. 감독님이 왜 이렇게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고, 그토록 보여주지 않았는지 무엇을 의도하고 했는지 알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방식이었고 한 사람이 혼자 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 같더라. 그 배우가 가진 것으로 각 모미의 모습이 굉장히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 원작 팬이 원했을 모미의 ‘또라이 기질’은 두 번째 모미에게서 잘 표현됐고, 마지막 모미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초연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잘 느껴졌다. 시기별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감독님이 찾아주신 것 같다. 굉장한 시너지가 느껴져서 신기했고 인상적이었다.”

-고현정이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그런 사람은 못되지만 힘이 많이 된다. 선배들, 다른 배우가 해주는 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미 인정받고 굉장한 커리어를 가진 분들에게 평가를 받고 좋은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큰 힘이 되고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또 잘 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한별. / 넷플릭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한별. / 넷플릭스

-혜성처럼 등장했만, ‘마스크걸’을 만나기까지 이한별만의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스무 살에 연극을 처음 봤고, 졸업한 이후에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배우 지망생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변에 연기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서 연기해야 하는지 몰랐다. 졸업 작품이나 단편영화에 지원하면서 시작했다. 현장이라는 곳을 너무 경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궁금하기도 해서 제작하는 수업을 들으면서 같이 단편을 제작하기도 했다. 품앗이처럼 모든 파트를 도와주고 하면서 연기적인 것뿐 아니라, 현장 자체를 경험하고 작게나마 이해해 볼 수 있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었다. 그 마음이 원동력이 됐다. 그렇게 4~5년 정도를 보내다 ‘마스크걸’을 만나게 됐다.”

-첫 작품이었는데 굉장히 큰 프로젝트였다. 이제 시작인데, 흔들리지 않기 위한 지금 이한별의 마음가짐이나 각오도 궁금하다.  

“촬영 끝나고 지금까지 시간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그 지점을 생각하고 다잡으려고 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잘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품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현장을 경험하면서 내가 정말 형편없고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좋은 평가가 있다고 하지만,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보여준 게 없고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게 더 많기 때문에 더 다잡으려고 한다. 계속해서 조금씩 더 보여주면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모미를 떠나보내며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느라 고생했고 존재 자체로도 예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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