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중동 국가들의 ICT산업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현대 그룹을 필두로 한 국내 재계(財界)도 중동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중동 국가들의 ICT산업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현대 그룹을 필두로 한 국내 재계(財界)도 중동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산업계의 눈길이 ‘중동의 사막’으로 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를 중심으로 ‘스마트 시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중동 ICT산업 규모는 오는 2025년 950억5,000만달러(약 129조2,68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 그룹, 네이버를 필두로 한 국내 재계(財界)도 중동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네옴시티’ 만드는 ‘삼성’과 ‘현대’… 중동 스마트 시티 사업 중추로 부상

먼저 ‘중동 ICT 바람’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보는 부문은 단연 ‘건설’이다. 부유한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스마트 시티’ 건설을 적극 추진하면서다. 특히 중동 대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마트 시티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마트시티 관련 산업 규모는 올해 8억달러(1조882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8년 12억8,000만달러(1조7,41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단연 ‘삼성’이다. 삼성 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일 추석 연휴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 신도시 건설 현장에 방문,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은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며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삼성 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지시 하에 국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네옴(NEOM) 프로젝트’ 때문이다. 네옴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신도시 계획이다.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 네옴시티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이때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은 170㎞ 길이의 기다란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된 초대형 빌딩 겸 도시 ‘더 라인(THE LINE)’ 건설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사우디판 만리장성’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시스템 등 첨단과학기술이 접목된다. 이 외에도 바다 위의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 등의 건설을 위해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3조원)가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 그룹 계열사는 ‘삼성물산’이다.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인 더 라인과 옥사곤, 트로제나 뿐만 아니라 해양 리조트 단지 ‘신달라’, 교통망 및 인프라 시설 ‘스파인’의 주요 구간 터널 공사를 맡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부터 시작했으며, 터널 길이는 총 12.5㎞에 이른다.

삼성과 함께 현대그룹도 네옴 프로젝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삼성물산과 함께 앞서 소개한 터널 공사를 협력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31일에는 네옴시티의 에너지를 책임질 초고압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따냈다. 사우디 중부전력청(SEC-COA)가 발주한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서부 해안 얀부지역에서 네옴시티까지 605㎞ 구간에  525㎸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를 건설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중 207㎞의 송전선로와 450여개 송전탑을 2027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지시 하에  ‘네옴(NEOM) 프로젝트’를 국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사진은 170㎞ 길이의 기다란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된 초대형 빌딩 겸 도시 ‘더 라인(THE LINE)’의 가상도./ NEOM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의 지시 하에  ‘네옴(NEOM) 프로젝트’를 국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사진은 170㎞ 길이의 기다란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된 초대형 빌딩 겸 도시 ‘더 라인(THE LINE)’의 가상도./ NEOM

◇ 중동 ‘디지털 전환’ 이끄는 네이버… 네옴 프로젝트 대규모 수주도 기대

스마트 시티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글로벌 산업컨설팅업체 ‘퓨처마켓인사이츠(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오는 2032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MENA) 디지털 전환 시장 예상 매출은 2,982억달러(405조5,818억원).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22.7%에 달한다.

이에 따라 건설 및 에너지 부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통신 등 일반 ICT분야도 국내 기업의 활약이 기대된다. 중동의 디지털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AI·로봇 기술력은 중동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의 제2사옥인 ‘네이버 1784’는 중동 국가들의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네이버 1784는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네이버 기술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네이버와 국가 차원 디지털 전환 협력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좌측부터) 김기수 주사우디아라비아한국대사관 공사 ,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 칼리드 알팔리 투자부 장관,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무싸드 알오테이비 자치행정주택부 차관, 파하드 알나임 투자부 차관./ 네이버
지난 3월 30일 네이버와 국가 차원 디지털 전환 협력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좌측부터) 김기수 주사우디아라비아한국대사관 공사 , 한상영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 칼리드 알팔리 투자부 장관,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무싸드 알오테이비 자치행정주택부 차관, 파하드 알나임 투자부 차관./ 네이버

실제로 지난 3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 마제드 알 호가일 장관 일행은 네이버 1784에 직접 방문, 다양한 디지털 전환 기술력을 체험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30일, 네이버와 국가 차원 디지털 전환 협력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4일에는 아랍에미리트의 칼판 벨훌 두바이미래재단(DFF) CEO 일행이 네이버 1784를 방문해, 두바이 디지털 전환을 논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네옴 프로젝트에서의 핵심 사업 수주도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측과 네옴시티 수주 본계약 체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계약이 체결될 경우, 네이버의 AI시스템, 로봇 기술 등이 더 라인 등 네옴시티 전반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초 8월 말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본계약 체결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진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계약 관련 건의 추진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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