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다음(DAUM) 항저우 아시안게임 클릭 응원수 조작’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다음(DAUM) 항저우 아시안게임 클릭 응원수 조작’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여당이 포털 사이트 ‘다음’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지난 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대한민국-중국 경기에서 중국을 응원한다는 ‘클릭 응원’ 비율이 90%를 넘기면서다.

여권은 이번 사안이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 징후라고 보고 있다. ‘드루킹 시즌2’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장 이를 방치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 여권은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론조작 드루킹의 뿌리가 망동을 획책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포털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사람이 월등히 높다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 전인 북한과의 여자 축구 8강전에 포털 사이트 다음은 북한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75%에 달한 반면, 한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고 했다.

발단은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이 열리던 당시 포털 사이트 ‘다음’이 서비스한 ‘클릭 응원’ 수치가 중국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점이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털 다음에 조작 세력들이 가담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오후 4시 기준 중국 응원 클릭 수는 2,000만 건이 넘는 91%였던 반면 한국을 응원한 것은 200만 건으로 9%에 불과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 의원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경우 중국이 38만 건(6%), 한국은 560만 건(94%)였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클릭 수 조작이 VPN(가상사설네트워크)을 통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이 지난 3일 카카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야 시간대 클릭 응원이 2,107만 건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상적으로 유입된 IP는 ‘네덜란드’와 ‘일본’ 순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네덜란드와 일본이 중국을 응원할 일이 없다”며 “클릭 응원은 매크로를 이용해 조작한 것이고 이를 숨기기 위해 VPN을 활용해 우회 접속해 조작하고 은폐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총선 앞두고 여론조작 총공세?

논란이 불거지자 다음이 클릭 응원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권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사안이 그간 의심만 무성했던 ‘중국발 여론조작’의 실체를 확인할 기회라고 보면서다. 여권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대상으로 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총력 대응은 내년 총선과 무관치 않다. 여론조작의 정황이 포착된 이상 내년 총선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더욱이 과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지난 21대 총선 과정에서 한 네티즌이 ‘조선족의 조직적 국내 인터넷 여론조작’을 주장한 ‘차이나 게이트’ 등과 맞물리며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드루킹 시즌2’로 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오는 10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입법도 나설 예정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기에 가담한 사람, 특히 이를 방치한 사람, 포털 세력들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포털 자체 시스템을 정밀화해 방지하는 시스템을 사전 구축하고, 댓글에 국적 표기라든지 여러 가지 방식을 구상하는 법안 발의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이 이에 대한 ‘배후 세력’까지 언급하며 공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지나친 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상식적으로 여론조작 세력이 고작 스포츠경기 클릭응원을 조작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나”라며 “포털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조작을 운운하는 것은 호들갑”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총선 이럴 때는 민주당 세력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