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SUV 모델 중에서는 흔하지 않게 전동식으로 루프를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SUV 모델 중에서는 흔하지 않게 전동식으로 루프를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오프로더’ 대명사로, 험로주파 능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한국인 특성상 비싼 차를 타고 굳이 험로와 오지를 찾아다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이 차가 꾸준히 판매되는 이유 중 하나는 SUV임에도 뚜껑(천장·루프)을 열고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SUV라는 특징과 장점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불편한 점도 존재한다. 일부 지프 매니아들은 이런 불편에 대해서도 ‘감성’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승을 하는 동안 ‘이것도 안 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 흔치 않은 오픈에어링 SUV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최저지상고가 다소 높아 키가 작은 성인이나 아이들이 승하차 시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갈민 기자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최저지상고가 다소 높아 키가 작은 성인이나 아이들이 승하차 시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갈민 기자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지프 랭글러 4도어 루비콘 파워탑’으로, 랭글러 루비콘 2도어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고 적재함도 넉넉하다. 차량 크기는 △전장(길이) 4,885㎜ △전폭(너비) 1,895㎜ △높이 1,840㎜ △휠베이스 3,010㎜로, 길이는 국산 중형 SUV 싼타페·쏘렌토보다 조금 긴 정도며 차폭은 5㎜ 차이로 큰 차이가 없다.

국산 중형 SUV와 차이로는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고 험로 주행에 적합하게 타이어와 휠하우스 펜더 간격을 넓게 설계해 전고가 더 높다는 점이다. 덕분에 최저지상고가 높아 승하차가 약간 불편하다. ‘차에 올라탄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최저지상고가 높은 만큼 기본적으로 시트 포지션도 보통 차량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덕분에 시트 포지션을 높여 주행을 하면 높은 위치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며, 전방 상황을 미리 읽으며 주행을 할 수 있다.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모델의 루프를 개방하면 2열 머리 위까지 열려 탁트인 개방감이 일품이다. / 제갈민 기자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모델의 루프를 개방하면 2열 머리 위까지 열려 탁트인 개방감이 일품이다. / 제갈민 기자

이 모델의 묘미는 ‘파워탑’ 기능이 탑재돼 루프를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랭글러 루비콘은 루프를 수동으로 떼고 붙여야 했지만 파워탑 모델은 이러한 불편을 덜었다.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행을 하고 싶을 때나 날이 좋아 햇살을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루프를 자동으로 열 수 있다. 루프는 2열까지 열려 개방감이 오픈카 수준이며, 루프 개방 정도는 버튼을 조작해 조절할 수 있다. 루프는 주행 중에도 90㎞/h 정도의 속도까지는 개폐가 가능해 오픈에어링을 즐기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차감은 장시간 탑승 시 편안하지는 않지만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한 점과 랭글러만의 특색을 고려하면 참아줄 정도다. 실내에 쓰인 소재도 ‘지프’ 브랜드라는 점과 이 차량이 ‘오프로드 모델’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 제갈민 기자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실내 인테리어는 다소 투박하다. 대시보드는 좌우 대칭형으로 디자인 됐으며 비상등 버튼과 공조기 조작 버튼 및 다이얼을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해 조작편의성과 직관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 제갈민 기자

◇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이게 아메리칸 감성?

문제는 편의사양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신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옵션 중 하나로 꼽는 ‘통풍시트’가 지원되지 않는다. 1열 히팅시트(열선시트) 기능만 지원해 여름철 장시간 운전 시 불편함이 가중될 것 같다. 또 1열 창문을 내릴 때는 창문 조작레버를 한번 누르면 자동으로 전부 내려가지만, 창문을 올릴 때는 원터치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1열 시트 조절이 죄다 수동이다. 운전석마저 등받이 각도, 앞뒤 위치, 시트 높이 조절 등이 전부 수동이다.

그나마 운전자 보조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탑재했으며 완전정차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ACC 기능을 통해 정차를 하면 ‘ACC가 해제될 수 있으니 브레이크 밟으세요’라는 알림이 뜨고 2∼3초 후 ACC가 해제된다. 사이드브레이크(주차브레이크)를 수동 레버로 탑재해 오토홀드 기능을 넣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차로이탈방지 보조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다.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실내 주요 조작부. 기본으로 지원되는 내비게이션은 실용성 측면에서 0점이다. 센터터널 후면에는 콘센트 단자가 하나  설치돼 캠핑이나 글램핑 간에 노트북 등을 사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 제갈민 기자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실내 주요 조작부. 기본으로 지원되는 내비게이션은 실용성 측면에서 0점이다. 센터터널 후면에는 콘센트 단자가 하나  설치돼 캠핑이나 글램핑 간에 노트북 등을 사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 제갈민 기자

뿐만 아니라 랭글러 모델에는 여전히 그래픽이 조잡하고 도로명 주소를 인지하지 못하는 구형 내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돼 있다. 더불어 아이폰의 애플카플레이는 무선으로 지원을 하는 것 같지만,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오토 미러링 기능은 유선으로만 지원한다. 유선 스마트폰 커넥트의 경우 USB 케이블 또는 스마트폰 USB 단자에 이상이 있다면 접촉 불량으로 안드로이드오토 기능을 활용하는 데에 불편할 수 있고, 주행 간 진동으로 인해 미러링이 끊어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그나마 최근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 모델에는 SKT 티맵 내비게이션이 탑재되고 안드로이드오토와 애플카플레이 모두 무선 연결을 지원하는데, 이러한 기능을 랭글러에도 하루 빨리 적용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제갈민 기자
시승 간 연비는 약 350㎞를 주행하는 동안 8.3㎞/ℓ를 기록했다. / 제갈민 기자

이러한 편의기능 외에 주행 성능은 흠잡을 곳이 없다. 2.0ℓ 직렬 4기통 싱글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40.8㎏·m의 성능을 내며 2톤이 넘는 차체를 가볍게 끈다. 스티어링휠이 다소 민감한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오프로드 차량 특성으로 보인다. 이 외에는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 레버가 스티어링휠을 잡은 채로 손가락을 뻗어 조작하기에는 조금 멀게 느껴진다. 연식변경 등을 거칠 때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제갈민 기자
2열은 기본으로 3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2열 시트 가운데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면 팔걸이 겸 컵홀더로 이용할 수 있다. 2열은 접을 수 있지만 완전 평탄화는 되지 않고 약간 턱이 생긴다.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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