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페놀 등 유독물질이 함유된 폐수를 불법 배출한 의혹에 휩싸인 HD현대오일뱅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흘렸다. 의원들의 날선 질의 및 질타로 뭇매를 맞으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국감장에서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한 만큼, 재판 결과에 따른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여야 의원 날선 질타에 쩔쩔맨 주영민 대표

지난 1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대상 국감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의 폐수 불법 배출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대산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계열사 현대OCI와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하거나 공장 내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의혹이 제기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로부터 1,509억원의 과징금 사전통지를 받고 검찰에 의해 법인 및 관계자들이 기소된 바 있다.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에 출석한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시작부터 날선 질의 및 질타에 직면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영민 대표를 향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네 가지 위법사항에 대해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주영민 대표는 “검찰에 의해 해당 내용이 기소된 바가 있다”며 “검찰의 의견과 회사의 의견엔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윤건영 의원은 “페놀과 페놀류에 대해서 대기로 증발될 수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배출했다, 쉽게 말해 돈을 아끼기 위해 자회사에 넘겼다, 운전조작을 해서 방지시설 면제를 받았다는 게 검찰 기소장 내용이다. 인정하느냐”고 재차 물었고, 주영민 대표는 “검찰과 회사 입장에 차이가 있다”고 같은 답변을 내놓으며 재판 중인 사안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자 윤건영 의원은 “인정 안 한다는 걸로 해석해도 되겠나. 대표님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분도 아니고, 사건 벌어진 뒤에 취임하지 않았느냐. 대표님 의견을 묻는 것인데 이야기 안 할 거면 뭐하려고 증인으로 나왔나”라고 강하게 추궁했다.

윤건영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고, 한화진 장관은 “검찰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이에 윤건영 의원은 “당연하다. 환경부 특사경이 동원돼서 조사하고 검찰이 기소한 내용이다. 그런데 왜 HD현대오일뱅크가 이걸 인정하지 않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고, 기업 윤리도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의 질의도 주영민 대표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전용기 의원은 “HD현대오일뱅크는 환경부의 과징금 부과가 억울하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자진신고하고 감면신청까지 했나.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으며, 주영민 대표가 사건 경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 하자 “그게 불법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 뉴시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 뉴시스

◇ 임의자 “HD현대오일뱅크 아주 얍삽한 기업”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HD현대오일뱅크는 아주 얍삽한 기업이다. (불법 폐수배출을) 자진신고하고, 과징금을 좀 줄여달라고 했는데 추가 범죄까지 나온 것”이라며 원색적인 표현까지 썼다. 또한 임이자 의원은 주영민 대표를 향해 “어떻게 기업이 현행법을 어겨가면서 다른 자회사로 폐수를 보내놓고 이렇게 꼼수를 부리나.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고 현행법이 엄연히 살아있는 시점에 이렇게 꼼수를 부려놓고 과징금을 감면받을 생각한다는 건 기업인으로서 안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주영민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임이자 의원의 요구에 “우선, 당사의 불미스런 일로 회사의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선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사실여하를 막론하고 공장에 인접해있는 주민과 관계자 여러분께 불안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 본 내용에 대해 9월 12일에 관계 주민 및 관계자 여러분께 상세한 말씀을 드리고, 재판 과정에서 과오가 발견되는 경우 그에 따른 책임과 적절한 사후조치가 있을 것임을 약속드린 바 있다. 의원님께서 지적하신 내용 잘 따르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으로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영민 대표의 곤혹스러운 시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건영 의원은 재차 돌아온 질의시간에 주영민 대표를 다시 지목해 “(폐수 배출이) 불법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주영민 대표가 “당시 회사 내부에 여러 의견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답하자 “불법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 기소장을 보면 공무원이 현장 점검하거나 악취로 외부 민원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폐수를 차단하고 깨끗한 용수를 투입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은폐했다고 나와 있다. 이게 무슨 대기업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어 주영민 대표가 “당시 여러 의견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회사에서는 불법 배출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자 윤건영 의원은 “불법인지 어떻게 모르나. 그 회사엔 안전 관리자나 화학물질 관리자가 없나. 그리고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고 기소장에 다 나와 있다”면서 “저는 HD현대오일뱅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기업으로서 책임을 망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건영 의원은 “공장에서 200m 거리에 노동자 숙소가 있다. 이런데다가 폐놀 폐수를 증발 시켜서 날려보내고 흘려보냈다. 이게 무슨 대기업인가”라며 “또 대표님께서 지역주민들을 만났다고 했는데, 최근까지도 지역주민들은 반대집회와 시위를 하고 있다. 대기업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질타가 쏟아지면서 HD현대오일뱅크는 재판에 임하는 부담이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와 관련된 환경부의 봐주기 의혹과 시행규칙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한 점도 HD현대오일뱅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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