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할구청에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상 법 위반 여부 조사 지시
영등포구청, 시행사 KB부동산신탁에 입찰제안서 등 관련 자료 요청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이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 뉴시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이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여의도 재건축사업 제1호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에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무효화하고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법률적 위반 행위가 있는 지 조사‧검토한 뒤 진행해 달라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할구청인 영등포구청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는 지 파악하고자 KB부동산신탁에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B부동산신탁은 서울시 등 관할기관이 법 위반 상태를 지적한 것이 아닌 법률적 절차에 따라 시공사 선정을 해달라고 권고한 것 뿐이라며 논란 확산에 경계했다.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자격을 두고 경쟁 중인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와 건설업계는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오세훈 시장 당선 후 재건축 추진 가속화

지난 1975년 준공된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 통과 후 본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으나 지난 2018년 개별 재건축이 아닌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에 나서겠다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입장에 가로막혀 사업 추진이 보류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6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후 올해 1월 서울시는 민간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가속화를 위해 기존 신속통합기획에 패트스트랙(Fast-Track, 자문방식)을 도입한데 이어 같은달말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지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지난 4·5월에 각각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과 ‘여의도 금융 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연달아 발표하자 서울 내 재건축 시장은 사업추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 7월 초 여의도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15개 단지 중 한양아파트가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1월말 발표한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최고 12층, 588세대(3만6,363㎡)로 구성된 한양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높이 200m 이하(층고별 50∼54층), 공동주택 1,000세대‧오피스텔 210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될 계획이다. 

◇ 또 다시 변수 맞이하나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이 확정됐음에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운영위원회(이하 ‘재건축 운영위’)는 현장설명회 하루 전인 지난 7월 4일 돌연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취소했다.

이는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의 시공사 입찰공고문에 ‘소송 등이 진행 중인 건설사’의 경우 입찰자격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기재돼서다.

당시 유력 시공사 후보였던 현대건설의 경우 과거 6년 전 수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에서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올해 6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입찰 참여 자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공사 입찰 과정은 한 때 중단됐으나 관련 규정을 변경하면서 지난 7월 24일 시공사 선정 입찰은 재공고됐다.

국내 다수 재개발‧재건축사업 현장에서 단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시공사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사례가 적어서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송 중이라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KB부동산신탁과 재건축 운영위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마감을 한 결과 시공사 선정 후보는 결국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로 압축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KB부동산신탁과 재건축 운영위는 오는 29일 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었으나 이번 서울시 지적으로 인해 변수를 맞이하게 됐다.

서울시가 최근 한양아파트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에 시공사 선정 입찰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다. / 뉴시스
서울시가 최근 한양아파트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에 시공사 선정 입찰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다. / 뉴시스

◇ 서울시 “정비계획 변경·수립 우선해야”… 시공사 “양측간 결론 기다리는 중”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차적 관할기관인 영등포구청에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과정에서 법률적 위반사항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검토하고 철저한 지도‧감독 등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면 “아울러 KB부동산신탁도 최근 따로 불러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공사 선정보다는 정비계획 변경‧수립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기존 옛 정비계획을 가지고 시공사 선정부터 한다면 추후 용적률, 공사비용 등을 대거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사위크>는 영등포구청에 어떤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등을 문의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사안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KB부동산신탁에 각 시공사별 입찰제안서 등의 자료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령 등을 준수해서 시공사 선정에 나서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KB부동산신탁에 보낸 상태”라며 “이외에 다른 지시사항을 내린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아직까지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 대한 법령 검토 완료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양아파트의 정비계획 변경‧수립은 현재 진행 중으로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KB부동산신탁은 법 위반 사항 지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전달 받은 공문에는 관련 법령사항을 준수해 시공사 선정에 임해달라는 권고만 있었을 뿐 법 위반사항 지적 등의 내용은 없었다”며 “추후 서울시·영등포구청으로부터 법 위반 사항 지적이 나올 경우 법률 검토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뒤이어 “한양아파트는 정비계획 수립 과정 중 공람까지는 진행 단계”라며 “공람 단계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공사 후보인 두 건설사는 양측의 결론을 기다린 뒤 새로운 지침이 나오면 이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시공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서울시·영등포구청 등 관할기관과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이 원만히 협의해 마무리 짓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상황과 관련된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아 양측간 어떤 결론이 날지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사업진행과정상 잡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총회를 얼마 앞두고 갑작스레 지적이 나와 다소 황당하다”고 전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서울시 등과의 협의 이후 KB부동산신탁이 내리는 지침‧공지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만약 서울시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수정을 지시한다면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도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시공사 후보인 건설사들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결론이 날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양측간 결론 이후 변경된 새로운 일정 등이 공지된다면 이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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