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 넷플릭스​
​이충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감독 이충현)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 분)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 분)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 분)를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이다. 

지난 6일 공개된 ‘발레리나’는 2주 동안 넷플릭스 한국 TOP 10 영화 1위를 지킨 것은 물론, 넷플릭스 글로벌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파격적인 액션과 세련된 OST, 독특한 아트 프로덕션이 전하는 ‘힙’한 감성이 해외 시청자의 마음까지 매료했다는 평이다. 

메가폰은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단편영화 ‘몸 값’(2015),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와 개성 있는 캐릭터,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던 넷플릭스 영화 ‘콜’(2020)로 인상을 남겼던 이충현 감독이 잡았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전작 ‘콜’을 통해 강렬한 장르물을 완성했던 그는 이번 ‘발레리나’에서도 강력한 여성 캐릭터 옥주를 탄생시키며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충현 감독은 ‘발레리나’의 출발부터 연인 겸 배우 전종서와의 협업,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이어 여성 중심 서사를 선보이고 있는 이유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발레리나’. /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발레리나’. / 넷플릭스

-공개 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데.   

“어느정도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웃음) 억울한 것은 없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다만 이 영화를 만들 때 서사를 심플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서사가 없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더라.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 담아냈다. 내가 의도한 바를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했다. 버닝썬 게이트나 N번방 등 실제 사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이 이야기를 쓸 당시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 사건 이전에도 오랫동안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지만 영화적으로 어떤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처음부터 액션 영화를 염두에 두진 않았고 이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난 후에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 때려 부수는 이야기로 가고 싶었다.” 

-서사를 단순하게 가져가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 소재를 두고 서사를 만드는 게 조심스럽긴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건들이었고 피해자의 서사나 가해자의 서사를 다루는 게 조심스러웠다.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 지점도 조심스러웠다. 사전에 여기저기 조언도 듣고 많은 부분을 조사했다. 이 인물이 어떤 식으로 스트레이트하게 다 때려 부수느냐를 더 중요한 콘셉트로 생각했다.”

-감각적인 연출도 돋보였다. 주안점을 둔 것은

“촬영이나 미술, 음악 등 영화적 요소에 대한 스타일을 신경 썼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이야기적으로 옥주가 발레리나는 아니지만 그의 복수 과정 자체가 하나의 발레공연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요소에 신경을 썼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색감도 더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또 우리나라에 이국적인 공간이 되게 많다. 실제로도 대부분 서울에서 찍었다. 그런 공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충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전종서. / 넷플릭스
이충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전종서. / 넷플릭스

-액션 연출은 처음이었다. 어땠나.  

“이렇게 힘든 촬영인지 몰랐다. 많은 부분이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현장에 사람들도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아진다. 그들이 가진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몸을 쓰는 분들이라 그런지 에너지가 넘쳤고 재밌었다. 다음에도 액션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레이 음악감독과 작업하게 된 과정도 궁금한데. 

“친분은 없었고 평소 팬이었다. 그레이 음악감독도 ‘콜’을 재밌게 봐줬다고 했다. 넷플릭스 측에서 그레이 음악감독이 영화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나도 새로운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니즈를 알고 있어서 중간 역할을 해줬다.”

-영화의 결말에 대한 감독의 의도도 궁금하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끝에 가서는 주인공이 뜨거운 불을 뿜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지랑이 사이로 마지막 분노를 하는 인물이 보였으면 해서 화형식처럼 장면을 연출했다. 이런 일들이 발생했을 때 보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순간에 사과하는 걸 보지 못했다. 핑계를 대고 변명만 하는 것을 주로 봤다. 최프로도 마찬가지였고, 불로 응징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콜’에 이어 다시 전종서를 택했다. 캐스팅 이유와 이번 작업은 어땠는지.  

“이 역할은 전종서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전종서의 확답은 없었지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거절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다. 대체배우가 없었다. 다행히 거절하지 않았다. ‘발레리나’에서는 ‘콜’에 비해 대사도 별로 없고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연기도 굉장히 잘 해낸다고 생각했다. 액션도 처음이니까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액션도 그렇고 액션을 하며 보여주는 감정과 표정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그래서 테크니컬한 부분보다 인물이 가진 감정을 강점으로 더 담을 수 있었다.”

강렬한 여성 중심 서사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이충현 감독. / 넷플릭스
강렬한 여성 중심 서사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이충현 감독. / 넷플릭스

-전종서와 연인 사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오히려 더 좋았다. 서로 잘 알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현장에서 크게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 덕에 배우와 논의해야 하는 시간에 더 여러 스태프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한 작품 훨씬 그 이상도 하고 싶다. 연인 관계를 떠나 독보적인 배우라고 생각한다. 항상 생각한 것 그 이상을 보여준다. 테이크마다 다 다르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천부적이라 현장에서 선물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다.”

-배우 전종서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인으로서의 모습도 궁금하다.

“전종서는 평생 다듬어지지 않은 배우일 것 같다. 동물적이고 자유로운 면이 있다. 그런 부분이 그 배우의 최고 강점이 아닌가 싶다. 하나에 꽂히면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 지점이 옥주와 맞았다. 뒤를 계산하지 않고 회오리바람 속으로 들어가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작품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크하고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반대다. 스스로를 의심할 때, 내가 틀린 건가 싶을 때 서로 잡아주는 게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객관적일 수 있게 돼서 힘이 되고 있다.”

-연이어 여성 중심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 캐릭터, 여성 서사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도 그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도 그렇고 처음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어떤 이야기를 만들 때 내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되는 인물이 항상 여성이었다. 우선 여동생이 둘 있고 가족에 여성이 많다. 예술고등학교에 다녔는데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여성 서사에) 관심도 많았던 것 같다. 국내 영화는 너무 남성 중심적인 작품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장르영화에서 여성이 배제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떻게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잘 싸울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여성이 할 수 있는데 남성을 선택하고 이런 것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다. 기본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훨씬 시네마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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