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 인상한 트랙스, 24.5년식 계약 전환 후 120만원 할인
LS·LT 3∼10월 출고량, 전체 8%… 3·4월 계약자 아직도 못 받아
8월 중순 기준, LT 신규주문 제한 및 LS 출고 대기 16개월↑

GM한국사업장이 이번달부터 생산되는 24.5년식 쉐보레 트랙스 모델의 판매가격을 120만원 인상할 것이라고 알리자 소비자들과 영업사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GM한국사업장은 10월말까지 계약을 완료한 고객들의 미출고분에 대해서는 인상 전 가격에 공급할 것을 약속했다. / GM한국사업장
GM한국사업장이 이번달부터 생산되는 24.5년식 쉐보레 트랙스 모델의 판매가격을 120만원 인상할 것이라고 알리자 소비자들과 영업사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GM한국사업장은 10월말까지 계약을 완료한 고객들의 미출고분에 대해서는 인상 전 가격에 공급할 것을 약속했다. / GM한국사업장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GM한국사업장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CUV)의 국내 판매 가격을 이번달부터 120만원 인상하고 나섰다. 이에 소비자들과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됐으며, 본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후 기존 계약고객들의 미출고분에 한해 인상 전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쉐보레 트랙스는 올해 3월말 국내 출시를 알린 후 4월초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완전신차 모델이다. 트랙스는 출시 당시 2,000만원 초반부터 가격이 형성돼 가성비 소형 SUV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GM한국사업장에서 지난달 “11월 1일부터 생산되는 트랙스의 가격을 일괄 120만원 인상한다”는 입장을 알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졌다.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24.5년식(MY24.5)으로 연식변경을 하면서 바뀐 것도 많지 않은데 가격만 인상했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도 “갑자기 차량 가격을 올리면 고객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고, 차를 어떻게 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전국 쉐보레 대리점 파업 사태로 이어졌다.

GM한국사업장은 불만이 고조되자 소비자와 영업사원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으로 “트랙스 기존 계약고객들의 미출고분에 한해 인상 전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공문을 영업사원들에게 전달했다.

인상 전 가격으로 공급을 하는 방식은 ‘가격이 120만원 인상된 24.5년식 모델로 계약 전환 후 매출A/C(할인) 120만원 적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경우 24.5년식 트랙스에서 바뀌는 △쉐보레 로고 플로어매트 △카고 네트(트렁크 네트) △액티브 트림 후면 ‘TRAX’ 및 ‘ACTIV’ 블랙 컬러 레터링 3종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S·LT 트림을 계약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3월말∼4월초쯤 트랙스 LS·LT 트림을 계약한 소비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여태 차량을 인도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M한국사업장은 지난 8월 중순, 2024년식 트랙스 LT 트림의 누적 계약 대수가 공급 가능 물량을 초과했다고 설명하면서 LT 트림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GM한국사업장은 지난 8월 중순, 2024년식 트랙스 LT 트림의 누적 계약 대수가 공급 가능 물량을 초과했다고 설명하면서 LT 트림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까지 판매된 트랙스의 트림별 대수는 △액티브 9,272대 △RS 8,329대 △LS·LT 1,532대로 집계됐다. LS 및 LT 트림은 전체 판매의 8%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8월 중순 GM한국사업장은 “트랙스 LT 트림의 공급 가능 물량 대비 계약 물량이 초과해 생산/납기 지연이 예상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8월 16일부터 별도 통보 시까지 신규 계약을 통제한다”는 내용을 전국 쉐보레 대리점에 전달했다. 또 “LS 트림의 경우 8월 중순 기준 출고 예상 소요일이 ‘16개월 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3분기쯤 트랙스 LS·LT 트림을 계약한 소비자들은 차량을 언제 출고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GM한국사업장은 트랙스 LS 및 LT 트림을 계약한 후 출고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상위 트림으로 계약을 전환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GM한국사업장은 트랙스 LS 및 LT 트림을 계약한 후 출고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상위 트림으로 계약을 전환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에 GM한국사업장은 궁여지책으로 LS나 LT 트림 계약자들에게 기존 계약을 액티브 및 RS 트림으로 전환하면 차액의 일부를 할인해주고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더 비싼 트림을 판매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GM한국사업장 관계자는 “우리도 하위트림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LS나 LT 생산을 늘리고 싶지만, 상위트림 계약이 80∼90%로 압도적이다”며 “공장의 생산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하위트림 생산을 늘리면 상위트림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결국 수요에 따라서 생산 밸런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에서 생산해 내수와 수출로 판매한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및 트랙스의 수출형 모델 ‘뷰익 엔비스타’ 3종의 월간 생산량을 살펴보면 일부 애매한 구석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트랙스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4월부터 GM한국사업장의 월간 생산량은 △4월 4만117대 △5월 3만9,603대 △6월 4만9,363대 △7월 4만63대 △8월 3만1,222대 △9월 3만5,894대 △10월 4만5,339대 등으로 집계됐다. 즉 한 달에 최대 5만대에 근접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GM한국사업장에서 트랙스의 가격이 인상되기 직전 생산 물량을 조절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이 이러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신차 생산에 힘을 쏟아 트랙스의 대기기간을 줄이는 것만이 최선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올해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베르토 렘펠 GM한국사업장 사장은 “2분기부터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글로벌 모델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창원·부평공장을 최대한 가동해 연간 50만대 생산을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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