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2년 미만 신차, 워런티도 남았는데… 국과수 조사 ‘차량 결함’
소비자 사이에서 신뢰도 추락… 일부 계약 취소 분위기 감지도

지난 7월말 주차장에 세워둔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의 차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화재 당시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7월말 주차장에 세워둔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의 차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화재 당시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2018년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한때 ‘불자동차’로 불린 BMW가 또 화재 이슈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주차장에 세워둔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출고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차로, 주행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에서는 조사 결과 ‘차량 결함’으로 판단했으나, BMW그룹코리아 측은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지난 7월 25일 밤 10시쯤, 충남 서산시의 한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JTBC에서 단독 보도한 인근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주가 차량을 주차하고 자리를 떠난 후 약 5분 정도 지난 시점에 엔진룸 하부로 불똥이 떨어지고 엔진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순식간에 차량 전체로 번졌고 차량은 전소됐다.

차량 화재 피해를 입은 차주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화재 감식 결과 및 BMW그룹코리아에서 전해온 입장을 공개했다.

차주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2021년 10월 신차로 출고한 BMW X4 M40i 모델이다. 주행거리는 약 2만2,000㎞∼2만3,000㎞ 정도며, 품질보증기간(워런티)도 아직까지 남은 상태다. 화재가 발생한 날에는 출근을 위해 약 10㎞ 거리를 20~25분 정도 주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했고, 뒤이어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게 차주의 설명이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다음날 BMW 대전서비스센터로 옮겨져 국과수와 소방당국, BMW 및 섭외된 정비사 등 전문가들이 합동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과 국과수에서는 차량 조사 결과에 대해 “얼터네이터(제너레이터) 연결 전선 및 퓨즈박스 연결 전선에서 용융흔이 식별됐다”면서 “얼터네이터 연결 전선에서 정확한 발생 원인을 알 수 없는 전기적 요인(미확인 단락)으로 인해 발생한 열이 전선피복 등의 가연물에 착화돼 발생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차량 결함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BMW그룹코리아의 자체 감식에서는 ‘촉매변환기의 비정상 과열로 인해 플라스틱 커버가 녹으며 오일 누유로 인한 화재’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차주에게는 ‘촉매변환기가 왜 비정상적으로 과열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화재 건에 대해 보상은 없다’고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화재 피해를 입은 차주는 “올해 2월에 BMW 정식 서비스 센터에서 차량 점검을 받았을 당시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었고, 화재 발생하기 전에 전조 증상이나 차량 내 인터페이스에 경고등 점등도 일절 없었다”며 “더군다나 ‘주행 중이 아닌 주차 중에 발생 된 화재’고, 차량 튜닝은 하지 않았다”고 토로하면서 차량 자체의 문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사가 밝히지 못한 원인 미상의 화재 사고를 소비자가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며 “원인 미상이면 소비자의 잘못에 대한 증거나 근거도 없다는 얘기인데, BMW코리아는 소비자 과실로 몰고 가고 있다. BMW코리아의 대처가 아쉽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BMW코리아의 보상 불가 입장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주 탓을 하는데, 워런티(차량 품질 보증) 연장이 의미가 있나 싶다”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BMW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이 화재 건에 대해 BMW와 국과수·소방당국의 조사 범위에 약간 차이가 있다”며 “화재라는 게 원인이 다양해서 명확히 단정 짓기가 힘들다. 차주는 튜닝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요건이 성립해야 하는데, 현재로서 보상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화재 피해 차주와는 계속해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화재 사고 외에도 지난해와 올해 BMW 차량의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일과 12일 BMW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BMW 차량 화재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2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재 원인 등에 대해서는 조사 완료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BMW 차량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일부 BMW 차량 계약자들 사이에서는 ‘계약 취소’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앞서 2018년 ‘불자동차’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적지 않은 주차장에서는 ‘BMW 차량 주차 금지’ 조치를 한 바 있는데, 이런 불편한 상황이 또 한 번 발생할 수도 있고 화재 피해자가 본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BMW는 올해 8년 만에 수입차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말 기준 수입차 판매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판매대수는 1,526대로 근소한 차이다. 11월과 12월 판매실적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연이어 발생한 화재 사고가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 벤츠에게 1위 자리를 내주게 될지 연말 판매량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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