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국민 불편 해소 이해… 구체적 기준 및 예상 부작용 등 고려치 않아”
전문가 “원칙준수 강조한 조치… 세대간 소음 기준 도입 및 적용도 논의해야”

지난 11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가장 우측)이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 뉴시스
지난 11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가장 우측)이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그간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음기준 미달시 준공 불허라는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정책 발표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층간소음 정책의 패러다임을 국민 중심으로 전환해 앞으로 더 이상 소음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층간소음 대책을 접한 건설업계는 정부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층간소음 기준 강화 이후 늘어날 각종 비용에 대해 우려했다.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존 대비 고가의 자재를 사용하다보면 공사비가 오르고 이는 곧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수요층 사이에서 고분양가의 주택을 기피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미 층간소음 방지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해온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본 규모가 적은 중견건설사가 이번 대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층간소음 해소방안 발표… 기준 미달시 준공 불허

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하기 위한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앞으로 신축 공동주택 건설시 건설사가 소음 기준을 충족할때까지 보완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준을 충족했을때만 준공을 승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공 중간단계에서도 층간소음을 측정해 관리하고 검사세대 규모도 현재 2%에서 5%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 입주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건설사가 보완시공 대신 손해배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손해배상시에는 검사결과를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존 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바닥방음 보강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바닥방음과 관련된 융자사업을 차기 예산에 반영해 재정보조와 병행하도록 전환하고 융자사업의 지원금액과 이율 역시 지금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여기에 LH의 공공주택의 바닥 두께 기준은 21㎝에서 25㎝로 상향조정하고 고성능 완충재 등을 사용해 오는 2025년부터는 모든 공공주택의 소음 기준을 49dB(데시벨)에서 1등급 수준인 37dB 이하로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층간소음 해소방안’과 관련해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와 적극 협의해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는 층간소음 기준 충족을 위해 중견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층간소음 저감 시스템을 테스트 중인 현대건설 / 현대건설
업계는 층간소음 기준 충족을 위해 중견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층간소음 저감 시스템을 테스트 중인 현대건설 / 현대건설

◇ 건설업계 “구체적 기준 및 충분한 논의 없이 급조한 대책”

정부 대책 발표 이후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이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조치라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단 소음저감 시공 절차 기준 등 세부요소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번갯불에 콩 볶듯’이 급하게 마련됐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건설사 A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발표한 ‘층간소음 해소방안’은 각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공동주택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저감기술이 기본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현재 시공 중인 아파트까지 층간소음 기준 등을 소급적용할 경우 보완시공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이에 따른 행정소송 등이 다수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현재까지 건설사별로 층간소음 관련 다수의 연구가 선행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각 건설사별 산하 기술연구소의 의견을 청취해 실효성 있는 개선(바닥 뿐만 아니라 벽체 소음저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건설사의 부담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사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모든 건설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특히 중견건설사에게 더 크게 와닿을 것”이라며 “대형건설사는 이전부터 층간소음 저감 기술 확보를 위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왔다. 반면 중견건설사는 층간소음 저감 대비를 갖춘 곳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몇몇 가구를 샘플로 선정해 층간소음 검사를 진행할 텐데 이에 대한 신뢰도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각각 개인별로 층간소음을 느끼는 기준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단순히 dB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입주 전 검사 당시와 일괄적으로 입주가 완료된 후 느끼는 층간소음 자체가 다를 수도 있고 가구 및 전자제품 배치 등으로 소음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불어 잦은 층간소음 검사 등에 따른 입주지연도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 대책이 너무 성급하게 마련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C사 관계자는 “한마디로 층간소음 기준 이하로 준공을 불허할테니 나머지 절차‧방법 등은 건설사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설계, 시공 방법 등 시공 절차와 관련해선 표준(KS 등)이 마련돼 있는데 그런거 없이 ‘층간소음 기준 이하 준공 불허’라는 조건을 건설사들에게 걸어버렸다”고 문제삼았다.

뒤이어 “정부가 (층간소음 저감) 성능이 검증된 기본 기준을 우선 마련해 이를 건설사들에게 제시하고 각 건설사들이 기본 기준보다 더 나은 기술 등을 개발해 추가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며 “공사비 증가도 문제다. 정부는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각 건설사는 기준 미달에 따른 브랜드 훼손을 염두에 두고 정부 기준을 맞추고자 추가 비용을 적극 투입할 것이다. 건설사별 증가하는 비용도 각각 다를 것인데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을 가져오게 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선 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도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시공사에게 모두 전가한 점도 문제”라며 “성격이 다른 층간소음과 층간진동을 구분하지 않은 것도 향후 논란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 “향후 세대간 소음 기준도 논의 필요”

정부 대책을 두고 건설업계가 대부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반해 전문가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의 주요 골자는 ‘원칙 준수 여부에 따른 페널티 부과’”라며 “달리 표현하면 ‘원칙준수를 강제하는 것’이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분양가가 올라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얘기도 있지만 솔직히 추가 비용을 지출해 층간소음기준이 지켜지는 편이 낫다고 판단된다”며 “그리고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청약아파트들은 소비자가 골라서 사는게 아니라 분양가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청약경쟁을 통해서 가져가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대책 때문에 아파트 공급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은 너무 현실에서 벗어난 예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추가로 흔히 층간소음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윗집과 아랫집간의 소음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세대간 소음(옆집과 우리집, 우리집과 대각선의 다른집 등)도 층간소음으로 퉁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층간소음 기준처럼 향후 세대간 소음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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