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 결과한 결과, 업무처리 관련 위법사항 및 리스크 관리‧내부통제상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면서 고객 계좌의 손실을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다른 고객의 계좌로 전가하는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18일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 결과(잠정)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 랩‧신탁 업무처리 관련해 위법사항 및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소홀 등 다수의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채권형 랩어카운트(이하 랩) 및 특정금전신탁(이하 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1:1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개별 고객의 투자목적과 자금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선호돼왔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다수의 법인고객들이 가입 중이던 채권형 랩‧신탁의 환매를 요청했지만 CP 등 편입자산의 시장 매도가 어려워지며 환매가 중단 또는 지연되면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손실을 회사의 고유자산으로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 불신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에 집중 점검에 나섰다. 수탁고, 증감 추이, 시장정보 등을 고려해 총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다수의 문제점이 적발됐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 고객 계좌의 손실을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다른 고객의 계좌로 전가하거나, 고객의 투자손실을 증권사 고유자산을 통해 보전해주는 등 중대 위법 사실이 발견됐다. 예컨대, A증권사는 2022년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총 6,000여회의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고객 계좌의 CP를 다른 고객의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증권사별 손실전가금액이 수백에서 수천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비정상 거래로 고객에 손실을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운용역은 30여명에 달한다.

사후 이익 제공 논란도 사실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B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2022년 11월부터 12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 랩‧신탁 운용 시 리스크 관리 및 이상가격 거래 등에 대한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부분도 점검 과정에서 확인됐다.

금감원 측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엄정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측은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선 금투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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