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빅 3‘ CEO, 신년사 통해 해외사업‧신사업 의지 밝혀

올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및 신사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건설과 사우디 정부, 현지기업 등 간의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협약 체결사진. / 현대건설
올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및 신사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건설과 사우디 정부, 현지기업 등 간의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협약 체결사진. / 현대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부동산 PF 부실화 등으로 인해 올해에도 국내 부동산‧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 속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 사이에선 2024년 ‘해외사업‧신사업’이 중요 키워드로 등장했다.

즉 올해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해 그간 주요 수익원이었던 국내 주택사업 부문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해외사업‧신사업에 주력해 올해 불어닥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공능력평가(시평) 순위 상위권에 속한 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올 한해 중동‧동남아 등 해외시장과, 이차전지‧수소연료 등 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건설사 ‘BIG(빅) 3'의  갑진년 전략 

시평 1위 삼성물산은 올해 중동·호주·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건설사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추진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외 주력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건축·토목·플랜트 상품 중심으로 프로젝트별 Viability(생존성)을 고려해 수주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여기에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도 함께 개발 및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간 추진했던 카타르 태양광, 네옴 터널 등 해외 EPC(설계·조달·시공)의 매출이 지난해 본격화된 바 있다. 이러한 기조에서 올해에도 해외 수주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올해에는 중동과 호주 등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그린수소·암모니아 등 신재생 사업 기회를 추가 확보하고자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도 신년사에서 “올해 신사업 성과를 본격적으로 가시화해 지속성장 가능한 회사로의 기본을 다지고 빈틈 없는 사업관리로 경영목표를 달성하겠다”며 해외사업·신사업 강화를 시사했다.

업계 2인자인 현대건설 역시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신사업과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2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형원전·SMR(소형모듈원자로) 등 핵심사업과 수소·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미래 기술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면서 “해외사업은 고유가 영향으로 대형 플랜트 공사 발주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윤영준 사장은 △시장 경쟁우위를 결정짓는 핵심기술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전문 인재 육성 △핵심 역량 재정비 △중대재해‧품질하자 ‘0(제로)’ 등을 전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작년 시평순위 3위에 올라선 대우건설은 ‘해외에 답이 있다’며 올해 적극적인 해외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열린 시무식 및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며 “해외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난해 10여개 국가를 방문해 시장 점검 및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북미지역,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개발사업의 성과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우건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에는 △미국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북미지역 △나이지리아를 주축으로 한 아프리카지역 △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한 동남아시아 지역 등 세 곳을 핵심 축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밖에 2024년 건설업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자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 지속 △업무 방식 변화 및 경영시스템 개선 △안전‧품질의 철저한 관리 등 4가지 방안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주요 건설사, 생존 위해 신사업으로 눈돌려

‘빅 3’ 이외 국내 주요 건설사 CEO들도 일제히 올해 관심사로 해외사업·신사업 강화 및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일부 건설사는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SK에코플랜트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박경일 사장은 신년사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수전해 시장 선점을 위해 수전해 기술을 조기 상용화하고 글로벌 재생에너지 개발사들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등 그린수소 공급자(Provider)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면서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T)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확보, 솔루션 및 서비스 고도화 등을 통해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의 플랫폼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디지털 혁신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혁신 활동을 통해 계획한 경영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며 “이차전지, 저탄소 철강, 수소 등 그룹의 국내외 신사업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청정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과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올해는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새로운 미래사업 육성을 위해 미래사업준비팀을 신설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룹과 연계한 사업을 지속 발굴하고 미래 우량자산 확보와 함께 건설업 AI 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GS건설은 올해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 2일 시무식에 참석해 “올해는 건설업의 기초와 내실을 강화해 재도약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중장기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엄격한 품질 관리와 수행 역량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고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신뢰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사업환경과 역량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중장기 사업방향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해 중장기 목표에 맞는 핵심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뉴시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뉴시스

◇ 정부, 건설사 해외사업 지원 방안 검토 착수

국내 건설사들이 올 한해 해외사업에 집중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총 333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321개 건설사들이 해외 95개국에서 총 606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2022년 309억8,000만달러 대비 7.5% 상승한 수치기도 하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114억달러(34.3%)로 비중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북미·태평양 103억 달러(31%), 아시아 68억달러(20.4%) 순이었다

건설업계 및 정부 당국 등에 의하면 국토교통부는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지원을 위해 최근 ‘해외건설 수주의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정책방향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해외건설 수주 현황을 보고 받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정상 순방외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세계 각국에서 분투해 준 우리 해외건설 기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해외건설수주가 지속 증가했다”면서 “올해에도 지역별‧프로젝트별 맞춤형 수주 전략을 수립해 우리 기업들의 수주 목표 달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