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재 한국건설, 중도금 이자 미납부… KCC건설, 자금 조달 위해 사옥 담보 제공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PF발 리스크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설’이 업계 내에서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최상목 부총리를 포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간담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지방 중견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다른 중견건설사들의 중도금 이자 납입 지연, 담보부사채 발행 등의 사례가 속속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대한 업계의 불안감은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 지방 중견건설사 위주 유동성 위기 증가

‘유동성 위기설’의 현실화는 주로 지방 중견건설사에서 터지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법원 및 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회생법원은 작년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부강종합건설을 상대로 지난 5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부강종합건설은 울산지역 1위 토목·건설업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채무자의 재산에 일체에 대해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명령이다. 채무자에게 여러 건의 강제집행 등이 이뤄지고 있을 시 법원이 업무량 과다·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내린다.

2001년 9월 20일 설립된 부강종합건설은 지난 2022년 매출 1,270억원, 영업이익 57억원, 당기순이익 13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부강종합건설의 전국 시평 순위는 179위, 시공능력평가액은 1,450억원이다.

회사가 작년 5월 공시한 감사보고서(2022년 12월말 기준)에 의하면 부강종합건설이 기업·하나·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은 222억원 규모다. 업계는 지난해 단기차입금 222억원을 포함한 자금 상환 기일이 밀려오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부강종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것으로 보았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범현대가 중견건설사 에이치엔아이엔씨, 대창기업, 남명건설, 세경토건 등 다수의 중견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한 채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광주·전남 지역 소재 중견건설사 한국건설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 중도금 관련 이자를 납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건설이 광주 동구 등에 시공 중인 4개 단지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지난 11일 대출 실행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이자 독촉’ 안내 문자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해당 단지들은 과거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이 진행됐기에 중도금 대출 관련 이자는 한국건설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한국건설이 이자를 부담할 수 없을 경우 분양자가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된다.

수분양자들이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시공사인 한국건설이 중도금 이자를 납부하지 않아 수분양자가 직접 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건설 측은 “고객님의 중도금대출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고객님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 조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금융‧건설업계 등에 의하면 이자 독촉 문자메시지를 보낸 대출 실행 은행들은 한국건설의 중도금 이자 미납부 외에도 △해당 아파트 공정률이 현재 50% 수준에도 못미치는 30%대의 낮은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점 △작년 9월 이후 회사가 공정률 현황을 은행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건설은 지난 2022년 기준(연결기준) 매출 2,409억원, 영업이익 160억원, 당기순이익 150억원 기록했다. 같은시기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532억원, 장기차입금은 343억원 규모다. 장기차입금 가운데 286억원은 올해 안에 상환기일이 도래한다.

최근 KCC건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본사 사옥을 담보로 내놓았다. / KCC건설
최근 KCC건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본사 사옥을 캠코에 담보로 제공했다. / KCC건설

◇ KCC건설, 자금 조달 위해 본사 사옥 담보 설정

지방 중견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견건설사인 KCC건설도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KCC건설이 본사 사옥을 담보로 사채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KCC건설은 2023년 시평 순위 24위를 기록한 건설사로 시평액은 1조7,545억원 수준이다.

15일 IB(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KCC건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서울 강남 소재 본사 사옥을 담보로 내놓고 자산관리공사(캠코, KAMCO)로부터 보증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KCC건설은 총 625억원의 담보부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캠코가 KCC건설에 보증을 제공한 담보부사채 500억원, 캠코 보증 없는 일반 담보부사채 125억원으로 각각 구성된다. 만기는 모두 2년이다.

담보부사채란 회사가 여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발행하는 사채를 의미한다. 그간 자체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은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사채를 발행해왔다.

KCC건설이 사채 발행을 위한 담보로 내놓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은 대지 규모 3,043.3㎡(약 922평), 연면적 1만6,323.9㎡(약 4,947평) 규모 건물이다.

앞서 작년 4월 중순경 KCC건설은 900억원대의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다. 그러나 수요예측 결과 총 130억원의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데 그쳤고 이외에 770억원은 미달분으로 남게 됐다. 다만 미달분을 KDB산업은행과 증권사들이 인수함에 따라 KCC건설은 900억원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후 KCC건설은 더 이상 채권 발행을 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총 625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 발행에 나서게 됐다. 업계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PF시장의 자금 경색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KCC건설이 일반적인 채권 발행이 아닌 담보부사채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작년 10월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KCC건설이 2023년 6월말 기준 자기자본대비 PF우발채무 비중이 42.9%를 차지한 위험군에 속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PF 관련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평가한 만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도 건설사들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 소재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우 전쟁, 이-하마스 전쟁 등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과 미국간 홍해 분쟁, 대만 대선 후 높아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국내 경기 회복도 예상시기보다 더욱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따라서 부실사업장 정리, 자산 매각, 할인 분양 등 건설사들의 자구책 마련과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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