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 8만여곳 중 0.05%만 ESG경영 활동 이어가
현대건설, 2010년 이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14년째 발간

/ 현대건설
건산연이 국내 전체 건설사 중 ESG 관련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건설사가 0.02%에 불과하다고 지적함에 따라 14년째 보고서를 발간 중인 현대건설이 업계 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 현대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 2022년말 정부는 2023년을 ‘ESG경영 재도약의 해’로 삼고 민간 중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 육성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정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말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환경·기상데이터 활성화 △순환자원 지정·고시제 시행 △재생에너지 활성화 지원·기준 확립 등 ESG경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올해 각각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단계적 적용 및 기후공시 기준 발표 등 ESG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과 달리 국내 건설업계 내 ESG경영 여건은 처참한 상태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조사한 결과 국내 전체 건설사 중 ESG 관련 내용이 담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0.02% 수준에 불과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조직의 성과를 측정해 내·외부 이해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보고서에는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성과를 측정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14년 동안 해마다 꾸준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해 온 현대건설의 ESG경영이 최근 업계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

◇ 건산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건설사 8만여곳 중 21곳에 불과”

지난 18일 건산연이 발표한 ‘건설업 ESG 확산과 기업 거버넌스 대응 방향’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22년 기준 8만7,239개 건설사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21개(0.02%)에 그쳤다. 특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이들 건설사들은 시공능력평가 40위권 이내에 속한 대형‧중견건설사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지는 않지만 홈페이지 등에 ESG 관련 정보를 게재한 23개 건설사를 포함하면 국내 전체 건설사 중 약 0.05%만이 ESG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건설사 중 다수는 지속가능경영협의를 운영해 ESG경영을 추진 중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임직원‧고객‧NGO(시민단체)‧정부‧주주‧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주요 관심사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공개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2022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 건설사는 총 15개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전체 기업(금융업 제외) 333개 중 4.5%에 속한다. 코스피 상장 건설사 23개(2023년 8월 기준) 가운데에서는 65.2%의 비중을 차지한다.

아울러 2022년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공시한 15개 건설사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평균 준수율은 63.1%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기업 333개의 평균 준수율 62.4%보다 0.7%p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원은 “건설기업의 거버넌스(공통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조정 방법) 활동 대부분은 일부 대기업에 한정돼 있고 중견‧중소기업의 ESG 경영 활동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건설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은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14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대건설, 품질 관리 강화에 집중

건설사들의 ESG경영 활동이 저조한 상황에서 십 수년간 꾸준히 ESG경영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 지속가능경영성과와 ESG 정보가 담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 발간한 이후 작년까지 총 14회에 걸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4회차로 발간한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정보공개 원칙인 GRI Standards, WEF Metrics, TCFD, SASB 등에 따라 작성됐다. 당시 보고서에는 오는 2025년 국제공시 의무화가 예상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ESG 정보공시 기준이 선제적으로 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보고서에 지속가능경영 4대 추진체계인 △번영 △지구 △사람 △원칙과 ESG 부문별 8대 추진 전략을 토대로 △안전 △품질 △기후변화 등 12개의 중대 이슈를 다뤘다.

이 중 지난해 ‘철근 누락’ 아파트로 핫이슈가 됐던 품질 관리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공사수행 전단계에 Q-Support(현장품질지원)를 도입해 선제적 현장 품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Q-Pocket(현장 품질 관리 통합 플랫폼)을 운영해 IT시스템을 활용한 현장 품질 관리 업무 간소화 및 실시간 품질 관리로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품질 문화를 실현 중이다.

현대건설은 고객 만족을 충족시키는 품질 관리를 위해 구매사업부에 속했던 품질 관리실을 전략기획사업부 내 품질전략실로 개편하고 H 서비스담당의 H 서비스센터를 품질전략실에 배속하는 등 조직 구성을 체계화해 외부고객과 내부직원의 만족도 향상 및 품질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외에 작년 5월부터는 품질 진단 전문 업체를 활용해 시공 품질 평가(Q-TPI)를 시행했고 매해 반기별로는 국내외 협력사를 상대로 품질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현대건설은 국내 385개사, 해외 222개사를 대상으로 품질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더불어 △협력사 대상 품질 지원 컨설팅 프로그램 Q-Consulting 실시 △품질 교육인 ‘Q-Pocket 매뉴얼 교육 프로그램’ 도입 △공동주택 마감 품질 평가(Q-Audit) 도입 △품질 업무 영역 전체를 관리하는 품질 경영진단(Quality Management Check-up, QMC) 수행 등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안전보건 분야에 1,700억여원을 투자한 현대건설이 올해에도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 뉴시스
지난해 안전보건 분야에 1,700억여원을 투자한 현대건설이 올해에도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릴 방침이다. / 뉴시스

◇ 안전 보건 투자 확대로 근로자 사고 원천 차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부각되고 있는 안전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자 현대건설은 안전 경영을 위한 다양한 항목들을 이행하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안전보건 경영리더’를 주요 지침으로 삼고 이를 위해 △안전인프라 지속강화 △안전보건 제도 고도화  △근로자 참여문화 확대 △협력사 안전역량 강화 등 4대 추진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안전보건 투자를 확대한 현대건설은 2022년에는 계획 예산의 107% 수준인 1,658억원을 CCTV·스마트기술·안전시설비·보호구·교육훈련비 등 안전보건 분야에 투자했다. 지난 2023년의 경우에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1,706억원을 안전포상·스마트 안전·안전길잡이 등에 투자한데 이어 현장별 평균 1억원 이상을 추가 지원했다. 현대건설은 올해에도 현장 안전관리비 예산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뿐만아니라 현대건설은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전국 각 현장에 확대 적용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0년간 수행한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한 3,900만건 이상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재해 예측 AI(인공지능)를 IoT(사물인터넷)·CCTV 등 다분야에 확대적용하고 기존 △스마트 안전 플랫폼 하이오스(HIoS, Hyundai IoT Safety System) △크람쉘 자동 위험 감지 시스템 △AI 영상인식 장비 협착 방지 시스템 등을 확대 적용해 근로자 안전사고를 조기 차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ESG 경영 활동에 주력한 결과 현대건설은 작년 12월 8일(현지시간) S&P Global이 발표한 ‘2023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DJSI World 지수에 편입됐다. 현대건설은 DJSI World 지수에 편입된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중 1위를 차지하며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14년 연속 ‘DJSI World 편입’ 업적을 달성하게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7~8월경 ‘2024 지속가능경영평가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보고서에도 기존에 영위해왔던 ESG경영 및 추가적인 강화 내용이 담길 예정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사회 공헌에 기여할 새로운 ESG 관련 내용들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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