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근로자수 50인 및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 연장이 쟁점으로 떠오른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을 기해 2주년을 맞는다. 이때까지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용유예는 그대로 만료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집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민주노총의 모습. / 뉴시스
상시근로자수 50인 및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 연장이 쟁점으로 떠오른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을 기해 2주년을 맞는다. 이때까지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적용유예는 그대로 만료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집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민주노총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시행 2주년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 연장을 두고 마지막까지 상당한 진통과 갈등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기존 유예기간 만료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첨예한 대립 속 적용유예 만료 임박… 어느 쪽이든 거센 후폭풍 불가피

산업현장에서 거듭되는 중대재해의 비극을 끊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을 기해 시행 2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를 두고 이어져온 첨예한 대립이 마지막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수 50인 및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의 적용유예 기간을 뒀다. 해당 제도가 사업주 등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만큼, 소규모·영세 사업장에게 준비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식 제정된 시점부터 따지면 이 같은 준비기간은 총 3년에 이른다.

이 같은 적용 유예 기간이 점차 만료에 가까워오자 지난해부터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했다. 먼저, 산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추가 적용유예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정부·여당은 적극적인 추진에 나섰다. 유예기간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당정협의를 통해서도 강력한 연장 의지를 보였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먼저,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요구 및 추진을 거세게 비판했으며, 실제 연장될 경우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다수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협상을 통한 추진 가능성에 여지를 두기도 했으나, 정부·여당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이 같은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법안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 만료 시점은 어느덧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실질적인 마지노선은 더욱 임박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기한 만료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오는 25일로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남은 기간 내에 법안 통과가 이뤄지기엔 여야의 입장 차가 워낙 큰데다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도 불가능하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극적인 반전 없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기간이 만료될 경우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물론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부담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가뜩이나 열악한 이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반대로 적용유예 연장이 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빤하다. 특히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연장이 결정되는 것인 만큼 ‘졸속’이란 비판이 더해지며 극심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두 양대노총은 22일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과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추진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2,500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등지고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유예를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은 과연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진정 국민을 위한 공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2년간의 법 적용 준비 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했다면, 이런 볼멘소리는 절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보호에 무계획, 무대책, 무성의로 일관해 왔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중소기업 사업주의 이유가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면 국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달라는 이유는 일터에서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건강 때문”이라며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은) 노동자의 목숨보다는 이윤을 우선시해온 경영계의 잔인한 셈법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법을 지킬 준비가 부족해서 법의 적용을 미룬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입만 열면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법치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는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특히 전제조건 하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측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시행 2주년’이란 중대 변곡점에 다다르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쟁점인 적용유예 연장을 두고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그에 따라 어떤 후폭풍이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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