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오너 2세 장원준 전 대표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신풍제약 오너 2세 장원준 전 대표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신풍제약 오너 2세 장원준 전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실패로 향해가고, 적자행진 등 실적 문제 또한 심각한 가운데 불미스런 오너 리스크까지 깊어지는 모습이다.

◇ 산적한 현안 속 불미스런 오너리스크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장원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 노춘식 전무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아울러 공범인 대부업체 대표 A씨에 대해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양벌규정에 따라 신풍제약에 대해서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장원준 전 대표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신풍제약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장용택 회장과 공모해 9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공범인 노춘식 전무는 2022년 12월 구속기소된 뒤 지난해 5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재판부는 장원준 대표에 대해 “횡령 과정에서 신풍제약의 자금으로 배임 행위를 저질러 기업 경영과 거래 청렴성을 크게 훼손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신풍제약의 기업신뢰도 하락 결과 또한 쉽게 회복될 수 없다”며 특히 “조사를 받던 중에도 비자금 조성 관련 범행을 계속했고 과거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외부감사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장원준 대표는 또 다시 불미스런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경영복귀를 통한 2세 시대 재개 또한 한층 더 요원해졌다. 장원준 전 대표는 30대이던 2009년 대표 자리에 오르며 2세 시대를 열어젖혔다. 하지만 2011년 리베이트 및 분식회계로 적발돼 큰 파문을 일으켰고,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아 물러난 바 있다.

신풍제약 역시 뒤숭숭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치료제 개발 움직임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주가가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지지부진했던 치료제 개발은 지난해 10월 임상 3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폭등한 시점에 단행한 자사주 매각과 이후 주가 하락, 그리고 장원준 전 대표 등의 비위 로 주주들의 거센 불만을 사기도 했다.

실적 또한 개선이 시급하다. 신풍제약은 2014년까지만 해도 2,000억원대를 가뿐히 넘겼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이후 줄곧 2,000억원대 아래에 머물렀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2년엔 모처럼 2,000억원대 매출액을 회복했으나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2021년 143억원, 2022년 3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108억원에 달한다.

장원준 전 대표가 2세 시대를 이어가지 못한 가운데 오랜 기간 신풍제약을 이끌며 제약업계의 대표 장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한 유제만 대표는 올해 초 새해를 맞아 발표한 ‘CEO 자율준수의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서 그는 “기본을 갖추는 것이 어려운 일처럼 보일지라도 제대로 세워 가면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저성장시대 속 급변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조직 구성원 한 사람의 작은 욕심은 큰 무질서를 부르고 작은 양보는 큰 질서를 이뤄간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함께 실천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가치를 실현해가는 신풍 가족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지를 밝힌 유제만 대표가 연초부터 불미스런 사건으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신풍제약의 뒤숭숭한 행보를 끊고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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