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호실적 달성한 대형건설사 속속 등장
올해 초 중견건설사 법정관리‧폐업신고 건수↑… 지방 미분양도 심각

국내 주택사업 실적 반영 등으로 대형건설사의 지난해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국내 주택사업 실적 반영 등으로 대형건설사의 지난해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이달 말 현대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지난 2023년 연간 실적을 연이어 발표했다. 

2023년 실적을 발표한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거나 소폭 실적 하락에 그쳐 업계로부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중견급 이하 건설사들은 PF발 리스크, 고금리, 지방 미분양 등 대외 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올해 초부터 법정관리 신청 및 폐업신고에 나선 중견건설사 수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및 전문가들은 향후 대형-중견건설사간 양극화가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 대형건설사, 불안한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외형 성장  

지난해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고금리·고물가, PF발 리스크 등에도 불구하고 대형건설사들은 외형 성장과 함께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이 발표한 2023년 연간 실적 잠정 집계(연결기준) 결과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 각각 기록했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39.6%, 영업이익은 36.6%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작년 연간 신규 수주는 목표치를 111.7% 초과한 32조4,906억원으로 집계됐다.

HDC현산 역시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2022년과 비교해 27.1% 늘어난 4조1,908억원을, 영업이익은 67.8% 증가한 1,953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1년 전 부진을 떨쳐냈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2조6,784억원으로 목표치의 28.7%를 상회했다.

가장 최근 실적을 발표한 대우건설도 지난해 전년 대비 11.8% 늘어난 매출 11조6,478억원을 거두며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신규 수주도 당초 목표치에 비해 107.4% 초과한 13조2,096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1년 전에 비해 12.8% 줄어든 6,625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대건설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대형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부문 실적 반영, 사우디 등 해외사업 매출 실현 등으로 인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대형건설사 모두 올해 매출 및 신규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실적 수치보다 높게 잡았다.

오는 31일 GS건설, 내달 1일에는 DL이앤씨 등 나머지 대형건설사들의 2023년 연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업계 및 증권가 등에서는 지난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겪은 GS건설을 제외한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 미분양 증가 등의 여파로 올해 대형-중견건설사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사진은 전국 미분양 1위인 대구 지역 아파트 단지 / 뉴시스
지방 미분양 증가 등의 여파로 올해 대형-중견건설사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사진은 전국 미분양 1위인 대구 지역 아파트 단지 / 뉴시스

◇ 지방 미분양 증가 등 암울한 중견건설사, 격차 더 벌어지나 

작년 한 해 동안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긍정적 분위기에 휩싸인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중견건설사들의 분위기는 암울하다.

중견건설사들은 통상 매년 3월말 이후 전년 실적을 발표하는데 많은 중견건설사의 지난해 실적이 정체됐거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더군다나 올해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까지 좋지 않아 중견건설사들은 올 한 해 실적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따라서 업계는 올해 대형-중견건설사간 양극화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 동원력, 신용도 등에서 열세인 중견건설사는 소수를 제외하곤 사업다각화나 해외사업 진출 등이 어려워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택사업 중 알짜배기인 서울·수도권 대도심지 도시정비사업은 대형건설사간 치열한 경쟁으로 꿈도 못꾸고 있다. 결국 수도권 일부 지역 및 지방에 주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방은 미분양이 심각한 상태다.

실제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6만2,489호로 전달 대비 7.9%(4,564호) 증가했다. 이 중 지방 미분양주택은 5만2,458호로 전월에 비해 3.0%(1,531호) 늘었다. 작년 9월 5만2,134호였던 지방 미분양주택은 같은 해 10월과 11월 각각 5만972호를 기록하며 소강상태에 빠진 바 있다. 하지만 12월 5만2,458호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악성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었다. 작년 12월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는 전달보다 3.7% 증가한 8,690호로 집계됐다.

작년말에 이어 올해 초 중견건설사들의 현황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광주·전남소재 중견건설사 해광건설, 거송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올해 초 울산 지역 1위 중견건설사 부강종합건설과 인천 소재 영동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건설사는 모두 10여 곳에 이른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부도처리된 건설사 수는 2022년(14개)보다 7개 늘어난 21개를 기록했다. 뿐만아니라 올해 1월 누적(1일~30일) 건설사 폐업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86건으로 작년 같은 시기 292건에 비해 94건 늘어났다.

올해 부동산 PF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중견건설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PF 위험에 대한 고찰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건설사의 신용보강은 주로 책임준공에 한정돼 있어 PF우발채무에 따른 건설사의 건전성 악화 위험은 제한적인 편”이라면서도 “다만 중소·중견건설사는 지방 사업장에 지급보증 형태로 직접 신용보강을 하는 경우도 많아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PF리스크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미분양이 늘었다곤 하나 서울·수도권은 수요가 풍부해 선호도가 높은 대형건설사 시공 아파트는 분양이 완판된다”며 “더불어 정부의 규제완화, 가격 불안심리 등의 영향으로 수요층의 매수심리는 신뢰도가 높은 서울·수도권의 대형건설사 시공 단지에 몰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반해 중견 이하 건설사가 몰린 지방은 거래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가 부각되는데다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로 구매 수요가 위축될 시 미분양 증가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곧 중견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및 대형-중견건설사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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