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 HMM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 HMM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HMM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확장하며 재계 13위로 도약하고자 했던 하림그룹의 계획과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던 HMM의 새 주인 찾기가 모두 물거품이 된 모습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HMM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향후 다시 매각을 추진해나가는 것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우려가 현실로… 원점으로 돌아간 HMM 새 주인 찾기

HMM 매각을 두고 협상을 이어왔던 하림그룹과 산업은행 및 해양진흥공사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7일 결렬을 발표했다. 당초 지난달 23일까지였던 협상 시한을 지난 6일까지 연장해 총 7주간 협상을 벌였음에도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앞서 제기됐던 우려가 매각 불발로 이어진 모습이다.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상반기 준비 과정을 거쳐 7월 HMM 매각을 공고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된 굵직한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채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LX그룹이 3파전 구도를 형성하며 자금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가운데,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하림그룹이었다. 육계기업으로 출발해 재계 20위권까지 성장해온 하림그룹이 재계 13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특히 기존에 팬오션을 보유 중인 하림그룹은 HMM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한편 글로벌 해운업계 5위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가시지 않았다. 애초에 HMM의 자산규모가 하림그룹보다 훨씬 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구도였고, 하림그룹이 제시한 자금조달 방안의 실현 가능성과 인수 이후 HMM이 보유 중인 자금 활용 및 경쟁력 강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었다. 매각을 추진하기 전부터 쟁점으로 떠올랐던 영구채 전환 문제 역시 최종 협상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됐다.

여기에 HMM 내부 반발까지 더해졌다. HMM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육상노조)는 하림그룹을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졸속 매각’으로 규정했고, 사상 첫 파업 움직임까지 보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하림그룹과 산업은행 및 해양진흥공사는 주요 쟁점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하림그룹은 단순한 최대주주 지위 뿐 아니라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은행 및 해양진흥공사는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 그리고 유보금을 둘러싼 우려를 고려했을 때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하림그룹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즉 ‘엑시트’와 관련된 조건에 있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이처럼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림그룹은 HMM 인수를 통해 꿈꿨던 재도약이 무위로 돌아하게 됐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역시 준비기간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을 들이고도 해묵은 과제를 풀지 못하게 된 모습이다.

특히 이번 과정에서 HMM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로 지적돼온 것들이 실제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재매각 추진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업계 차원의 재편 움직임과 국제정세에 따른 사업여건 변화 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또 다시 유력 인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하림그룹에 밀렸지만 마지막까지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동원그룹, 규모 및 사업연관성 측면에서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그리고 지난해 인수한 한화오션을 통해 해운업 진출을 검토하고 나선 한화그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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