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계열지원 통해 PF리스크 해소 나선 롯데건설·신세계건설 긍정적 평가
대형건설사, 신용등급 변동 제한적… 중견건설사, 불확실요인으로 등급 하방 압력

PF우발채무 리스크 등을 보유한 건설사들간에서도 계열지원 여부 및 자금조달력에 따라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PF우발채무 리스크 등을 보유한 건설사들간에서도 계열지원 여부 및 자금조달력에 따라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PF우발채무, 미분양 등의 리스크(risk)를 짊어진 건설사들 가운데 그룹 계열지원 가능 여부 등에 따라 각 건설사별로 신용등급 변동이 다를 것이라는 신용평가사의 전망이 나왔다.

또한 자금조달능력 등 리스크 대응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와 그렇지 못한 중견 건설사간 신용등급 차이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7일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건설]비우호적 업황에 따른 각사별 리스크 진단’ 웹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분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은 계열지원을 통해 PF우발채무와 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GS건설 등 대형건설사의 경우 관련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신공영,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등 중견건설사는 불확실 요인이 커 향후에도 지속 모니터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롯데건설·신세계건설, 계열 지원으로 PF리스크 대응 

한기평은 올해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에 대한 그룹계열 지원이 현실화되고 이는 두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우발채무와 관련해 시장의 우려가 큰 건설사 중 한 곳이었으나 계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본PF전환을 통한 우발채무 감축, 만기구조 장기화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실제 롯데건설은 최근 시중은행·증권사·그룹 계열사 등이 참여한 2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PF우발채무를 장기 조달구조로 전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총 5조4,000억원의 PF우발채무 중 2조3,000억원이 3년간 장기연장됐고 올해 말까지 본PF 전환 및 상환으로 2조원을 해소할 계획이다.

PF리스크 우려가 제기됐던 신세계건설 역시 계열지원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의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약 650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된 신세계건설은 같은 달 중순 그룹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회사채 프로그램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다만 한기평은 추가 대손 반영에 따른 재무구조 저하 수준이 향후 신세계건설의 중장기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 대형건설사, 자금조달력 바탕으로 신용등급 변동 요인 적어

대형건설사의 경우 올해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이 비교적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의 경우 앞서 국토교통부‧서울시로부터 받았던 영업정지 처분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3조3,000억원)을 기반으로 PF우발채무(1조7,000억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감안하면 영업처분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실제 효력이 발생해도 수주잔고 55조3,000억원(작년 9월말 기준) 및 4배를 상회하는 잔고회전율을 감안하면 영업정지 처분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향후 사업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부가 신용도 측정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HDC현산은 지속적으로 PF우발채무 감축, 공사미수금 회수를 통한 차입금 축소에 나섰고 그 결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차입금 규모는 1조7,77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2조1,676억원과 비교해 18% 가량 감소했다. 부채비율 역시 2022년 137.8%에서 지난해 119.5%로 1년 새 18.3%p(퍼센트포인트) 감소했다.

단 향후 회사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한승 한기평 실장은 “HDC현산은 자체사업 비중 축소, 도급사업 원가부담 확대 등으로 인해 2020년 16%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은 작년 9월말 3.9%까지 급감했다”며 “올해부터 청주 가경 6단지,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등 자체사업 매출이 본격 반영돼 수익성이 개선될 예정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 높은 원가부담 등으로 인해 과거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대전 봉명동 프로젝트를 이달 중 본PF로 전환한 뒤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벌은 대전 봉명동 프로젝트를 이달 중 본PF로 전환한 뒤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오롱글로벌

◇ 계열지원 없는 중견건설사, 불확실성으로 신용등급 변동 압박

반면 계열지원이 없거나 자금조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견건설사들은 불확실 요인이 상대적으로 커 올 한 해 신용등급 변동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올해 3월 만기도래 예정인 미착공 PF우발채무의 차환 및 착공 여부가 향후 신용등급 부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에 의하면 코오롱글로벌은 작년 9월말 기준 PF우발채무 규모가 1조1,000억원 가량이며 이중 60%가 미착공사업 3개(대전 봉명·대전 선화·울산 야음)에 집중돼 있다. 보유현금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자 이달 초 코오롱글로벌은 설명자료를 통해 대전 봉명·대전 선화 프로젝트가 각각 올 2월 및 10월 본PF로 전환한 뒤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울산 야음프로젝트는 5월 착공할 예정이다.

김현 책임연구원은 “올해 3월 만기도래 미착공 PF우발채무 차환을 모니터링 중에 있다”며 “과소한 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조달시장 환경에 따라 리스크 수준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신공영은 올해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수익성 하락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축소, 자체사업 관련 토지매입, 착공현장 증가 등으로 작년 9월말 연결기준 한신공영의 영업이익률 및 부채비율은 각각 1.3%, 246.7%로 집계되는 등 재무부담이 상당한 편이다.

최한승 실장은 “한신공영은 PF우발채무 부담이 크지 않으나 지난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예정된 자체사업 관련 토지대금(2,010억원)을 고려하면 재무부담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며 “수익성 개선이 담보되지 않는 한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부건설은 비교적 단기유동성 리스크는 적은 편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말까지 납부가 예정된 토지대금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했다.

김현 책임연구원은 “회사는 작년 9월말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0.8%에 그치고 공공토지매입으로 올해말까지 1,457억원의 토지대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토지매각 주체인 공사의 중도금 반환의무를 담보로 토지대출을 진행해 리스크를 완화했으나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시 재무부담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