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 28일 주총서 판가름 전망
장차남 측 5인, 모녀 측 6인 이사 선임안 상정
다득표 6인 등기임원 선임…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과가 변수

모녀와 장차남 간 의견충돌을 빚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OCI그룹과 통합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 한미약품
모녀와 장차남 간 의견충돌을 빚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OCI그룹과 통합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 한미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모녀와 장차남 간 의견충돌을 빚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오는 28일 개최되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둘러싼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여부 및 가족 간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을 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8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라비돌 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정기주총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법조인 3인으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사외이사진과 협의해 OCI그룹과의 기업결합(인수합병·M&A)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자 고(故) 임성기 창업주와 송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훈·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문제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임종훈·종윤 형제는 어머니인 송 회장의 결정에 대해 “이번 통합은 밀실 통합이며,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사적목적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자신들을 포함한 총 6인의 신규 등기임원 선임 안건을 제안한 상태다. 

주주제안권은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 개최 6주 전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 의결사항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각각 9.91%, 10.56% 보유 중이다.

다만, 이 가운데 후보자 1명은 자진 취하하면서 주총 안건에는 5명의 이사 후보 선임 안이 상정됐다. 장차남 측의 주주제안 안건은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고려대 교수) 선임의 건 △사외이사 사봉관(변호사) 선임의 건 등이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주주제안권을 통해 이사 후보를 제안한 이유는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이 제약산업과 무관한 법조인들로만 꾸려져 있어 제약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식견,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임종윤 사장은 어머니인 송 회장의 OCI그룹과 통합 결정에 대해 “한미사이언스를 다른 지주사의 중간지주사 내지 자회사로 전락, 편입시키는 결정은 곧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권을 양도하는 경영권 상실을 의미한다”며 “이는 명백히 정관상 사업 목적에 위배되는 배임행위이자 직무유기로, 대주주로서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부정하고 불법적인 계약에 따른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위법하고 주주와 임직원의 권리가 반드시 보호돼야 함을 드넓게 알리고, 호소하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측은 OCI그룹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R&D 재원 확보, 사업 다각화, OCI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해외사업망 구축 등 다양한 경영상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한미사이언스 유동성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약 24.9%이고, 한미약품도 50%에 불과해 유동성 비율이 100∼300%에 이르는 경쟁사 대비 취약한 수준”이라며 “R&D 명가라는 과거 위상과 달리 2020년 매출 대비 21%에 이르던 R&D 투자가 2022년 13.4%로 급감한 상황으로, 혁신신약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R&D 투자재원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OCI그룹 산하 제약회사로서 중추신경계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부광약품과의 시너지를 통해 비만과 항암에 집중돼 있는 한미그룹 파이프라인의 확대도 기대된다”면서 “이밖에도 OCI그룹의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사업망을 확대하고, 그동안 자금문제로 미뤄왔던 공장설비 투자, 전산시스템 투자 등 다방면에 자금 투입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근거를 내세우며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신규 이사 후보 6인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들은 등기임원으로 △사내이사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사외이사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 가치를 실현할 최고 경영진과 그룹의 혁신 R&D를 주도하고 B2C 헬스케어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한편 선진적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후보자들로 구성했다”며 “적격성과 전문성, 독립성을 갖춘 이사진 후보자 선임 안을 주주총회 상정 안건으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6인과 임종윤·임종훈 측 5인 등 총 11명의 이사 후보자는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로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표 대결은 다득표 방식으로, 모든 후보자 선임 안건을 일괄 상정한 뒤 다득표 순으로 최대 6인까지 선임하게 된다.

한편,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주총 전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신주발행의 목적과 정황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장차남 측은 이번 신주발행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OCI그룹에 넘기면서 모녀가 상속세 해결 재원을 마련하는 ‘사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모녀 측은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립함으로써 모녀 개인뿐만 아니라 그룹과 주주 전체를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표 결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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