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임주현 불참… 전무이사 의장 권한 대행 진행
임종윤·종훈 측 “미등기이사, 권한대행 자격 안 돼” 지적
시작부터 투표·검표 지연 거듭… 주주들 불만 터져
사측 제안 이사 후보 전부 낙마… 주주제안 이사 5인 등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최종적으로 장차남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돼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무산됐다. / 화성=제갈민 기자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최종적으로 장차남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돼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무산됐다. / 화성=제갈민 기자

시사위크|화성=제갈민 기자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차남에게 쏠리며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대 역전승을 알렸다. 반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측에서 제안한 이사 후보 6인에 대한 안건은 모두 부결되며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본사 인근의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SINTEX)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결권 위임장과 의결권 인정 주식 수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주총 개회가 지연됐고, 결국 당초 개회 시작 시간이던 오전 9시보다 3시간 30분 늦은 오후 12시 30분에 개회를 알렸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총에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사측에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화성=제갈민 기자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화성=제갈민 기자

이우현 OCI 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갈등상황이 이어져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며”며 “한미약품 그룹과의 통합 여부에 대해 아직 드릴 말씀이 없고, 통합이 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통합이 잘 이뤄져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주총이) 끝나고 말할 부분이 있으면 말하겠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말없이 주총장으로 입장했으며,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사장도 별도의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주총장에 입장했다.

그러나 주요 주주들이 모두 자리했음에도 위임장·의결권 인정 주식 수 파악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면서 개회가 지연됐다. 이날 오전부터 주총 참석을 위해 화성까지 방문한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총 개회 지연 사태에 고성이 터져 나왔고, 한미사이언스 측은 연신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결국 오후가 돼서야 개회를 알렸다.

이날 송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주총에 불참하게 돼 의장은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전무이사가 대신 맡아 진행했다.

신 전무는 “당사 정관 제23조 제2항 및 제36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전무이사인 제가 대표이사의 직무 대행자로 의장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주총회는 한미그룹이 과거에 머물지, 미래로 도약할지 결정하는 날”이라며 “한미사이언스는 OCI와의 통합을 통해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하고자 한다. 한미가 지속 가능하며 흔들림 없는 신약 개발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열망을 하나로 이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신 전무의 대표이사 직무대행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임종윤 사장(왼쪽)과 임종훈 사장(오른쪽) / 화성=제갈민 기자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임종윤 사장(왼쪽)과 임종훈 사장(오른쪽) / 화성=제갈민 기자

임종윤 사장은 “의장은 전무인가, 전무이사입니까, 등기이사가 아닌데 왜 이사라고 했습니까? 거짓말을 한 것인가”라며 지적하면서 “지금 한미의 수준이 참담하네요”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 주주는 “의장은 미등기 임원인데, 권한 대행자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면 미등기 이사는 권한 대행자를 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다”면서 “절차 진행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다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지적에 한미사이언스 주총을 진행하는 신 전무를 포함해 회사 관계자들은 당황한 듯 대답을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신 전무는 “주주님들께서 중간에 오실 수도 있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말하면서 주총 의안에 대해 표결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표결 개시를 미루는 태도를 취했다.

한 주주는 사측의 표결 개시 지연에 대해 “개회 시작을 알렸고, 표결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주주들이 여기 기다리는데 누구를 더 기다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 외에 다른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의안 투표를 빨리 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 오후 1시쯤 투표가 진행됐고, 검표를 하는 동안 휴정을 했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총 참석자는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와 본인 참석을 모두 포함해 2,160명,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는 5,962만4,506주로 전체 의결권 주식 6,776만3,363주의 88.0%다.

오후 1시 50분쯤 표결이 완료될 때쯤 회사 측은 “시간이 15분 정도 더 소요될 것 같다. 양해바란다”라고 요청했으나, 한 주주는 “투표 집계를 완료했고, 주주들이 들어올 때 위임장과 위임 의결권 수 등을 전부 확인했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체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회사 측은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가 현장에 방문해 직접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어서 중복투표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후 2시 20분이 되도록 검표가 마무리되지 않아 또 다시 정회를 선언했고 곳곳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장시간 정회로 시간이 지연되자 남성 주주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마냥 기다리라는 거냐”라며 사측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김재학 주주는 “프로그램 때문에 지연된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양측 협의 하에 수기로 검표를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측에서 협의해서 얘기를 해 달라”고 말했다.

오후 3시 검표를 완료한 결과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 회장을 비롯해 사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의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1∼43% 수준을 차지해 모두 떨어졌다.

반면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은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이사 후보들은 전부 보통 결의요건을 충족해 선임되면서 5인이 모두 이사회에 등기됐다.

이로써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사실상 불발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미리 지분율을 검토한 끝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개회 전 이동 중인 임종윤 사장(가운데). / 화성=제갈민 기자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개회 전 이동 중인 임종윤 사장(가운데). / 화성=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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