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쿠팡이츠가 쿠팡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배달비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을 꺼내들었다. / 뉴시스 
배달앱 쿠팡이츠가 쿠팡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배달비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을 꺼내들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배달앱 업계의 후발주자 ‘쿠팡이츠’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요기요’를 바짝 추격하며 업계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가운데,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며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안팎으로 뒤숭숭한 요기요 입장에선 2위 수성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배달앱 업계의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 ‘1,400만’ 와우 회원 공략 강화… 업계 2위 도약할까

쿠팡이츠는 19일 파격적인 발표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는 26일부터 쿠팡의 유료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해당 서비스는 우선 수도권과 광역시에 이어 충청, 강원, 경상, 전라도 주요 지역과 제주도 제주시 등 적용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며,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앞서 와우 회원에 대한 혜택 제공으로 뚜렷한 효과를 봤던 쿠팡이츠가 배달앱 업계 내 입지 확대를 위해 공세를 한층 강화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10%의 할인혜택을 제공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업계 2위 요기요와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격차를 크게 줄이고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추월에 성공하기도 했다.

배달비는 그동안 배달앱 업계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여겨져 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반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러 음식점에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할 때 커지는 배달비 부담이 사라질 전망이다. 최소주문 금액 제한도 없다. 음식을 시켜먹는 소비자 뿐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측에서도 주문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처럼 쿠팡이츠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쟁사 요기요는 발등에 더 큰 불이 떨어지게 됐다. 요기요는 쿠팡이츠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약진하면서 2위 수성에 우려가 제기돼왔는데, 상황이 더욱 까다로워진 모습이다.

물론 요기요도 멤버십 기반의 무료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월 4,900원을 내고 ‘요기패스X’에 가입하면 횟수와 관계없이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체 혜택 측면에선 쿠팡이츠와의 차이가 크다. 쿠팡 와우 회원은 월 4,990원을 내면 쿠팡의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로켓와우, 무료 반품 등의 서비스 및 혜택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까지 이용 가능하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서비스는 쿠팡이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여러 혜택 중 일부분인 셈이다.

멤버십 비용과 혜택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압도적으로 앞선다. 그렇다고 요기요가 이에 대한 맞대응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배달앱을 넘어 다른 부문의 혜택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불가능하고, 멤버십 비용 부담을 낮추는 건 실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요기요는 지난해 4,565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또한 사모펀드 2곳이 포함된 컨소시엄을 주인으로 두고 있는 점도 출혈경쟁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쿠팡이츠는 쿠팡이란 든든한 존재를 등에 업고 있다. 쿠팡은 애초에 쿠팡이츠를 통해 당장 큰 수익을 바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보단 쿠팡이츠를 통한 혜택 제공으로 와우 회원을 확대시키고 만족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쿠팡의 수익을 늘리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때문에 배달앱 업계에서의 출혈경쟁에 따른 부담이 덜하고 오히려 투자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 쿠팡은 기존 성장 과정에서도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온 바 있다.

후발주자로서 주요 3사 중 점유율이 가장 낮았던 쿠팡이츠가 1,400만명에 달하는 멤버십 회원을 보유한 쿠팡을 발판삼아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올해 국내 배달앱 업계는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오랜 세월 공고하게 유지돼온 업계 순위와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가 2024년을 업계 2위 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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