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서초갑 본선행 티켓을 둘러싸고 치열한 맞대결을 예고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야말로 혈투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얘기다. ‘친박’ 간판을 내건 두 사람은 서울 서초갑 본선행 티켓 확보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여의도 복귀전인 만큼 경선에서 패배한 한 사람은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수석은 서로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신경전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출마선언 할 당시에도 그랬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10여분 간격을 두고 차례로 단상에 올랐다. 악수를 나눴지만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등 돌린 두 사람 사이에 변수가 생겼다. 바로 김무성 대표의 처남으로 알려진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이다. 그의 등장은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수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이혜훈 “현장 바로 투입, 3선 의원의 힘 필요할 때”
 

▲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17대와 18대 재선을 지내는 기간 동안 지역 현안 해결에 힘쓴 사실은 구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이혜훈 전 최고위원 제공>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다소 착잡한 표정이었다. 지난 4년의 시간을 돌아보니 새삼 “정치가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선의 문턱 앞에선 19대 총선 당시 친박 진영으로부터 불출마 요구를 받았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희생’을 결심했다. 자신의 공천은 포기했지만, 당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견인했다. 4년 후. 다시 지역구 탈환에 나선 이혜훈 전 최고위원 앞에 박근혜 대통령을 ‘멘토’라 부르는 조윤선 전 수석이 도전장을 냈다. 그로선 섭섭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맘을 다잡았다. 그는 29일 잠원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누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초구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믿는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현직 의원에게 돌아갈 화살도 자신에게 쏠렸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 역시 서초구민을 향한 믿음에서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지난 4년 동안은 현역 의원이 있는 만큼 구민들과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17대와 18대 재선을 지내는 기간 동안 지역 현안 해결에 힘쓴 사실은 구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가 대표적으로 내세운 성과는 ▲종부세(6300억원) 위헌 판결로 부당한 세금 환급 ▲서울시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리모델링 사업 관련 상인들(624세대)의 피해 최소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구청의 변상금(1100억원) 회수 등이다.

아직도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종부세 때문에 밤잠 설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만큼 힘들어했던 구민들이 세금을 돌려받게 되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모습”과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게 된 지하상가 상인이 버너통을 들고 와서 함께 죽자며 울부짖었던” 긴박했던 당시를 잊지 못한다. 그는 현역 의원 시절 지역구 사무실을 냈던 건물에 다시 입주했다.

때문에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구민들의 ‘피로감’에 대해 “일반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도리어 “초짜를 보내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구민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서초갑은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온 것과 달리 텃밭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을 가져보질 못했다”면서 이제 다선 의원이 ‘열매’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맡겨보니 확실하다’는 슬로건을 내건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골머리 아픈 현안을 초짜가 와서 시간을 흘러버리는 게 아니라 현장에 바로 투입돼서 일할 수 있는 사람, 현안을 해결할 길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 특히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3선이 되면 상임위원장이 될 수 있다. 방망이를 두드릴 힘이 생긴다”면서 “길을 아는 사람에게 힘까지 실리니 현안 해결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조윤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 서초 위해 실력 발휘”

▲ ‘고향 후보’, ‘서초의 딸’로 자신을 소개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덕분에 지역에선 인기가 높다. <사진=소미연 기자>
사실상 첫 선거다. 18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조윤선 전 수석은 19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희망했으나, 당시 당 지도부의 전략지역 방침에 따라 출마를 접었다. 이후 그는 줄곧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였다. 대선 중앙선대위에 이어 당선인 시절에도 대변인으로 활약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엔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잇따라 부름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셈이다. 물론 본인의 경력 또한 빠지지 않는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을 역임해 “사법, 금융, 입법, 행정 분야를 어우르는 흔치않은”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위한 선거에 돌입했다. 조윤선 전 수석은 29일 서초구립반포도서관 앞에서 기자와 만나 “왜 고향에서 정치를 하는지 알겠다. 구민들의 응원과 기대가 피부로 느껴져서 너무 좋다”면서 “제자리를 찾고, 뿌리를 내리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들이 앞으로 지역에서 일을 하기 위해 저를 단련하고 공부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성모병원 앞에서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한 조윤선 전 수석은 찬바람 속에서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도리어 ‘팬’을 자처한 구민들이 “춥지 않느냐”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면 “단단히 입고 와서 괜찮다”고 답하기 바빴다. 실제 조윤선 전 수석은 구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초등학생을 둔 30대 어머니도 “실물이 더 예쁘다”며 팬심을 나타냈고, 70대 어르신도 “아내가 어제 (조윤선 전 수석이) 우리 아파트에 왔다고 하더라”며 반가운 마음을 표시했다.

인지도는 현역 이상을 뛰어넘었다.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다. “첫 만남에서 외모에 눈길이 갔다면, 두 번째 만남에선 똑똑하고 섬세한 모습에 반하게 된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성장한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조윤선 전 수석은 초등학교 5학년인 1976년 구반포로 이사를 온 뒤 지금까지 서초에서 40년 가까이 살았다. 결혼해 신혼집을 마련한 곳도, 두 딸을 낳아 기른 곳도 바로 서초다. 그가 ‘서초의 딸’이라 자신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조윤선 전 수석은 당내 제기된 험지출마론에도 ‘고향 후보’임을 내세웠다. 다만 험지출마론의 시발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 차기 대권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라고 해석했다.

구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조윤선 전 수석도 신이 났다. 그는 “애정과 관심을 갖고 봐주시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간 많이 노출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본 적은 최근 선거운동하면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일까. 조윤선 전 수석은 “힘들기보다 기운이 난다”면서 “지역을 다니면 다닐수록 더 많은 구민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최양오 “김무성 대표와 함께 개혁 이루고 싶은 소망”

▲ 최양오 고문은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방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 봉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최양오 고문 블로그>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수석의 양자 구도로 굳혀지면서 최양오 고문은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 하지만 경선을 포기하진 않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판단에서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만큼 열기가 뜨겁지 않다는 데에 선거 판세를 뒤집을 여지를 발견했다. 그는 29일 반포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유권자들이 사라지고 대결 구도만 남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구민들은 조용히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특히 최양오 고문은 밑바닥 민심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당 지도부에서 구민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낙하산을 공천했던 부분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구민들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데다 여당 텃밭인 만큼 역선택의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구민들 역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홍보에 이용하거나 반대로 깎아내리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는 구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양오 고문은 “지금까지 서초갑에 오신 분들은 중앙정치를 해왔다”고 지적한 뒤 “이제 구민들은 인기투표가 아닌 일꾼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하루에 두 바퀴씩 지역을 돌며 민심을 취합 중이다.

하지만 선거를 준비하면서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은 김무성 대표였다. 최양오 고문은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여권 후보로 꼽히는 김무성 대표의 처남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언론으로부터 몸살을 앓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했다는 보도가 단적인 사례다. 그는 “(김무성 대표와) 오랜 시간 정치적 의제와 행보를 두고 의견을 나눠왔지만, 지역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제가 100% 책임져야 할 부분이었다”면서 “김무성 대표가 만류했다기 보다는 걱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양오 고문은 “더러는 왜 (매형이) 당 대표가 됐을 때 출마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토로하면서 “제 기량을 키우고, 봉사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판단해서 고개를 들었을 때 매형이 대표가 돼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다면 2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지역구로 출마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양오 고문의 선친은 경남 남해에서 5선을 지낸 고 최치환 의원이다. 이에 대해 최양오 고문은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저의 기득권은 아버지 후광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기득권을 움켜쥐는 대신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수 있는 서초갑을 선택했다.

때문에 최양오 고문은 ‘김무성 처남’이란 수식어로 손해를 보는 기분이다. 물론 “득실을 따지자면 득이 실보다 크다”는 데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가 아니라 정치적 사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데 큰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 “김무성 대표와 함께 개혁을 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최양오 고문은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미래가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