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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방송 폐지… ‘조선구마사’의 씁쓸한 엔딩
2021. 03. 26 by 이민지 기자 alswl4308@sisaweek.com
방송 2회 만에 결국 폐지하게 된 ‘조선구마사’ / 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방송 2회 만에 결국 폐지하게 된 ‘조선구마사’ / 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던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결국 폐지를 결정하며, 잘나가던 SBS 드라마에 오점을 남기고야 말았다. 

26일 SBS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며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조선구마사’ 제작사 또한 “제작은 중단됐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십분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들과 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선구마사’ 관련 해외 판권 건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연출 신경수, 극본 박계옥)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을 다룬 판타지 사극물이다. 제작 단계부터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 좀비를 연상하게 만드는 기이한 존재들의 출현 등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떠올리게 만들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조선구마사’는 베일을 벗자마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22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첫 회에서는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서양에서 온 구마 사제 요한(달시 파켓 분)과 통역 담당 마르코(서동원 분)를 대접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접대 음식으로 중국 음식인 월병·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등장시켜 논란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악령으로 인해 환각에 휩싸인 태종(감우성 분)이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는 등 실존 인물들을 실제 역사와 거리가 멀게 묘사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방송 첫 회 만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조선구마사’ / SBS ‘조선구마사’ 방송화면 캡처
방송 첫 회 만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조선구마사’ / SBS ‘조선구마사’ 방송화면 캡처

최근 중국이 김치는 물론 한복까지 자기네 것이라 우기는 막무가내식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펼치고 있어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예민해 있던 상황. 여기에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의 전작이 tvN ‘철인왕후’(연출 윤성식·장양호, 극본 박계옥·최아일)라는 사실이 조명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2월 종영한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한낱 지라시”라고 말하는 대사 등으로 인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연이은 박계옥 작가의 역사 왜곡에 시청자들은 공분을 표했다. 23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게재된 지 이틀 만에 동의 수 15만명을 돌파, 26일 오후 2시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1,000건 이상 빗발쳤다.

또 시청자들이 광고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매’ 의사를 드러내자, 각종 브랜드들은 제작 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장소 지원도 ‘스톱’됐다. 나주시·문경시는 장소협찬 취소는 물론, 드라마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준·이유비·정혜성 등 출연 배우들조차 개인 SNS에서 드라마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며 ‘조선구마사’와의 거리두기는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그렇게 ‘조선구마사’는 방송 도중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철인왕후’ 방송 당시 미흡한 역사적 고증으로 쓴맛을 본 기억을 조금만 되새겼더라도 이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터. ‘조선구마사’의 엔딩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