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 (좌측부터)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시사위크
지난 5일 서울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 (좌측부터)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등장을 계기로 활성화된 대표적인 사업은 ‘플랫폼’이다. 다양한 이들이 한 곳에서 가치를 교환하는 장인 ‘플랫폼’은 IT업계를 넘어 전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산업의 몰락 등 인터넷 플랫폼의 부정적인 면이 표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플랫폼은 어떤 위치에서 무슨 역할을 맡고 있을까. 또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지난 5일 저녁 서울 강남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2018 인터넷기업인의 밤’에선 이 같은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선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국내 주요 인터넷서비스 플랫폼 사업자 4인이 토크콘서트 패널로 참석했다.

◇ ‘혁신, 파괴적이지만 필수’… 포용적 성장 방안은?

첫 질문은 가장 수위가 높았다. 진행을 맡은 박성호 협회 사무총장은 CEO 4인에게 “혁신은 상당부분 파괴적 행위를 요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와 있다”며 “갈등을 안고 포용적인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질문했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기존산업의 몰락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느냐는 것으로, 최근 국내에선 운송업계와 마찰을 빚는 카카오 카풀 등 공유차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이에 대해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일상의 편익과 후생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택시를 예로 들면 수요와 공급을 플랫폼으로 연결함으로써 ▲수요자 입장에선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시간 등 낭비적 요소가 제거되고 ▲기사에겐 손님이 없는 시간을 줄여 주는 등 전체적으로 큰 후생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 대표는 “카풀도 비슷한 것 같다”며 “기존 산업에 좀 더 긍정적으로 개입해서 변화시키고, 대다수가 효과를 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포용성도 주체들이 전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데 뒤따르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자신들이 뛰어든 ‘부동산 시장’에 한정하면서, “시장파괴를 만든 게 아니라 스스로 시장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파괴되는) 시장을 어떻게 플랫폼이 잘 이끄느냐에 따라 성장의 갈림길에 서는 것 같다”며 “플랫폼 역할은 스스로 파괴되는 .시장을 잘 읽고, 기존 업계의 공감대를 얻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보다 직설적인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파괴적 혁신이 시장에 더 넓게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또 막는 게 좋은 것도 아니라면 당당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파괴적 혁신은 더욱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와 커뮤니티가 같이 가져야 할 것(문제의식)이다. 더 빠르게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도록 추진하되, 정부가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내부에서도 나왔지만, 많은 기업들이 사업의 변화에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고민에 직면한다”며 “다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송금, 카카오택시, 유튜브, 네이버검색, 스마트스토어 등 일상화 된 플랫폼서비스들을 언급하며, “효용이 있는데 안 쓸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포용적 성장이 가능할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파트너센터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뒤늦게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빠르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앞서있는 기업들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서울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 (좌측부터)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시사위크
지난 5일 서울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 (좌측부터)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여민수 카카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시사위크

◇ 플랫폼, 파트너와 공생하는 방법은?

이어진 주제는 플랫폼기업으로서 파트너사와 함께 하는 전략이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이와 관련, 토스를 통해 ▲규제문제 해결 ▲빠른 성장 및 ▲소비자관리 등의 제공을 꼽았다.

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창업을 지원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예로 들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 1억, 5억을 넘어서면 생존율이 2배씩 증가한 점을 고려, ▲초기엔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이후엔 마케팅 같은 경영노하우를 제공한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메이커스’ ‘페이지’ 등의 플랫폼을 소개했다. 카카오가 마케팅하는 카카오메이커스는 선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판매자에겐 재고가 남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또 플랫폼 입점한 작가들이 이모티콘만 그리거나 소설을 써서 성공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포용적 성장 및 상생 파트너십은 이미 기업들이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금융, 핀테크 상당수 규제 탓에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 못해 

답변자를 지목한 질문도 나왔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금융,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규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결론적으로 말하면 더 많은 금융서비스가 온라인화 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라고 답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온라인 시장의 규모는 온오프라인 금융시장 전체(440조원)에서 2%가 채 안된다. 그는 “온라인에서도 모든 금융 니즈를 해결하는 환경이 구축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네이버, 카카오 대표들에겐 ‘디지털 시대와 거리가 먼 중장년층에 대한 배려방안’이 주제로 주어졌다.

다만 한성숙, 여민수 대표는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건 이미 지났다’며 ▲사각지대 및 ▲ 보다 전문적인 부분에서 디지털기기 활용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그래서, 내년에는 어떤 사업을 할건가요?

마무리는 ‘내년 주력 사업분야 및 제일 큰 난관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제기됐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송금으로 시작해 금융관련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앱으로 발전 중”이라며 “제일 큰 난관은 금융서비스 업이라는 게 존재하고 어떤 효용과 리스크를 갖는지 모르는 것이다. 파트너사 등에게 잘 말씀드리고 소개하는 게 난관”이라고 말했다.

또 ‘임대, 중고에 이어 신규 부동산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라는 안성우 직방 대표는 부동산 소유 분들의 연령대가 높아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걸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시행사, 시공사 등 부동산관계자들이 참여한 포럼 등을 만들어 의견을 묻고 스터디도 하고 있다”며 “기존 부동산을 가진 분들이 이런 것을 통해 인식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카카오톡의 다양한 기능을 최대한 빨리 개선할 예정”이라며 “다른 방향은 대화뿐만 아니라 일상문제 해결에도 카톡을 찾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현재 사업전반의 글로벌화를 진행 중인데, 언어문제부터 사용자들의 성향파악, 조직 체질개선 등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페이스북, 구글도 5만명의 개발자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우린 또 어떻게 (개발자)를 확보해야 할지 (고민)"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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