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북미 5G 시장 선점 기회
반도체, 삼성전자 ‘파운더리’ 사업 호재

/ 이가영 기자
17일 개최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9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 현장. /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재점화로 반도체·자동차·IT 등 주력산업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가운데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19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김지산 키움증권 기업분석팀 팀장은 “업력 이래 이렇게까지 불확실하고 예측 어려운 시기는 처음이다”며 “대체로 전기전자 부품 업체는 부정적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화웨이의 중국 외 지역 판매량 감소분 상당량은 삼성전자가 흡수할 가능성이 높고, LG전자의 경우 V50의 판매 호조를 통해 5G시장 초기 안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 화웨이 제재에 삼성·LG ‘반사이익’… 북미 진출 급물살

스마트폰 등 IT·전자 기기 산업은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우선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로 인한 통신망 설치 등 글로벌 5G 인프라 구축 지연과 IT 수요의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출 차질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의 스마트폰 사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5G 시장 초기 대응이 가능한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뿐이어서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달 4일 5G 상용화 때 모토로라 ‘모토 모드’를 출시했지만,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모토 Z3’에 5G 통신용 모뎀을 따로 끼워야 5G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사실상 5G 스마트폰으로 보기 어렵다.

여기에 중국 제조사들은 미국 시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이다. 또한 애플은 통신 기술 변화에 대응이 늦은 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애플의 경우 내년쯤 5G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 시장에 5G 스마트폰을 앞다퉈 선보이며 북미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에 급성장이 예고된 5G 시장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볼만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5G폰 수요는 1,320만대로 중국 800만대, 미국 330만대, 한국 85만대, 일본 70만대로 전망된다. 이후 2020년 7,760만대, 2021년 2억3,0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 반도체, 하반기 D램 공급 감소 본격화… 파운더리 ‘맑음’

반도체도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존재한다. 실제 무역분쟁 재점화로 인해 반도체 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중심이어서다.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은 SK하이닉스 분기 영업이익이 올해 4분기에 손실로 돌아서, 내년 상반기 내내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분기 적자는 7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은 80% 이상이다.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 매출이 비중은 99%에 달한다. 

또한 중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대한 반독점 규제 적용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중국은 3사를 반독점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기존 과잉 재고로 인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올 하반기 D램 공급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서버 D램의 수요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D램공정을 CIS(CMOS 이미지 센서)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올해 3분기부터 D램 공급 감소가 기대된다. D램과 CIS 공정은 80% 가까이 비슷해 공정 전환이 용이하다. 업계 내 높아진 재고로 인해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 폭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파운더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업체들이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면서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중화권 업체들보다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와 파운드리 분야에선 거래가 없고,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 엔비디아, IBM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의 차세대 칩셋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 소비심리 위축은 ‘악재’… 車 소비 의지는 ‘호재’

자동차 산업의 부진도 어렵지 않게 전망해볼 수 있다. 실제 중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부가가치세 인하 등 자동차 수요 촉진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대수는 12월 연속 하락을 기록 중이다. 장기화되는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중국 승객차량협회(PCA)에 따르면 5월 자동차 판매는 161만대로 직전달 대비 12.5% 줄었다. 앞서 지난 3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前)달 대비 12% 줄었고, 4월에는 16.6% 감소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완성차업계 1·2위인 현대·기아차는 물론 부품업계도 중국발 실적악화에 시달려왔다. 현대차의 1분기 중국 판매는 13만1,000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9.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판매량 역시 8만19,79대로 0.3% 줄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신차수요 부양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만큼 반등 기회도 있을 전망이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연간 국가 소매총량에서 28%를 구성하고 있는 자동차 소비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올해 초부터 피력해왔다”며 “세제혜택·보조금·도시별 수요제한 정책 완화 등으로 수요 회복과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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