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배상을 결정했다. /뉴시스<br>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배상을 결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배상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한 첫 사례다. 다른 은행들도 배상 행렬에 동참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키코 사태 피해기업 2곳(재영솔루텍, 일성하이스코)에 총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12년 만에 피해 기업들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게 됐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환헤지를 대비할 수 있다는 은행의 말을 믿고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의 2010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738곳이 3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키코 피해 기업들은 사기 판매 의혹을 제기하며 판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불공정계약이 아니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키코 사태는 2018년 윤석헌 금감원장이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금감원은 피해기업 4곳을 중심으로 조사에 시작, 은행의 불완전판매 문제에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후 해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은행에 권고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또 금감원은 나머지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 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 같은 권고에도 배상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키코 사건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상태다. 은행들로선 법적 배상 의무는 없는 셈이다. 이에 배상을 진행할 시, 자칫하면 주주들이 배임 논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은행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이번에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키로 하면서 피해 배상의 첫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다른 키코 피해 기업과 자율 조정을 하기 위한 은행협의체 참여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인 단계다.  

이에 업계에선 우리은행의 분쟁조정 결과 수용이 다른 은행들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고 배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3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재 논의키로 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키코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 협의체에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분쟁조정 결과 수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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