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왼)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의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잡음이 표출되고 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의 총선 전략과 공천 작업을 주도하며 친문 핵심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외국으로 떠났던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2년 만에 당으로 돌아와 지난해 5월 14일 민주연구원장에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하면서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하겠다”라며 거침 없는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지난해 5월말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이근형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여론조사비서관으로 일했으며 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전략기획위원장은 총선 전략 수립, 공천 경선 여론조사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양 원장이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에 앉은데 이어 이 위원장까지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되자 비문 진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친문 핵심 인사들이 총선을 주도하면서 민주당의 친문 색채가 더욱 강화돼 중도층을 이탈하게 하고 ‘친문 공천’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우려를 뒤로 하고 양 원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일 한 언론에 따르면, 민주연구원은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합류하면 연합정당은 17석,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획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는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 연합정당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양 원장은 지난 2월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민주당 호남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며 4‧15총선 선대위 구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으로부터 “국정원이 내년 총선에 개입하려는 전조가 아니냐”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말에는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이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과 관련해 양 원장은 이해찬 대표에게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 ‘중도 확장’ 우려 목소리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을 둘러싸고는 공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부터는 공천관리위원과 여론조사소위원장 등의 직책을 겸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의 의뢰를 받아 총선 예비후보 적합도 등 공천 관련 여론조사를 맡아 하는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을 상대로 정치 컨설팅까지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위원장이 전략위원장을 맡은 이후 ‘윈지코리아컨설팅’이 민주당의 전략 공천 지역 선정 등에 활용된 비공개 여론조사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윈지코리아컨설팅’ 최대 주주이며 그는 지난해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내정되기 전에 이 회사 대표였다.

최근 서울 성북갑 민주당 경선에서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에게 패한 유승희 의원은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에 경선 관련 자료 폐기를 막기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하며 경선 부정 의혹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김 전 구청장이 윈지코리아컨설팅에 경선 홍보 기획을 위탁했다며 이 위원장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투표 결과 및 특정후보와 당 전략기획위원장, 윈지 간의 긴밀한 연결, 경선 관련 당 규정의 변경과 투표 실시 기관 단수 선정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유착 및 부정행위가 존재하였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충남 천안병 민주당 김종문 예비후보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윈지에서 후보 적합도 조사를 했는데, 박양숙 예비후보 홍보물에 윈지가 명시돼 있었다”면서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잡음이 터져나오자 민주당 최고위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했으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공천 공정성 논란을 제기한 언론에 “윈지가 어떤 후보를 컨설팅하는지도 모른다”며 “후보 적합도 조사업체는 모두 입찰을 통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0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양정철 원장이 거의 총선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며 “문제는 양 원장이 중도층까지 세력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지자들만 가져가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거 구도를 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근형 위원장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전략기획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와 의혹은 따라 올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의혹 제기를 공당이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진보 논객이지만 ‘조국 사태’ 이후 ‘친문’ 공격수로 돌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비례 연합정당 논의를 위한 의총과 관련 “의총이나 당원투표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들 몇 사람만 빼면 그냥 친문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모든 게 양정철을 중심으로 한 친문세력이 미리 짜놓은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능하지도 않은 탄핵 시나리오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면, 중도층은 버리고 문빠들만 데리고 가려는 것 같다”며 “하여튼 친문이 문제다. 그런 친문에게 이번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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