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은 8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면서 미사일 개발 4인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식, 리병철, 김정은, 장창하, 전일호 순.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이례적으로 불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23주기인 7월 8일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나선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이었다.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이날을 전후해 군사 행동을 하거나 김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는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인지 중앙추모대회는 열리지 않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지난 1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무력기관 책임 일꾼들이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 16일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현재까지 보도되지 않고 있다”며 “만약 김 위원장이 방문하지 않았다면 집권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공식 집권 이후 할아버지 김 주석의 생일에 참배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태양절에 늘 고위 간부를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으며, 북한 매체들도 이를 당일이나 다음날 오전 6시에 보도했지만 이번에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참석할 자격이 없지만 지난해에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나선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7일 분석자료를 통해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로 간주되는 김일성에 생일 날 금수산태양궁전에 북한의 고위간부는 참석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4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도 다음날 관련 소식을 일체 보도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의 사진도 공개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14일에 사고가 발생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고, 미사일 발사 현장에 있었던 김정은도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 못했다. 최근 무리하게 공개활동을 진행하면서 심한 몸살에 걸리는 등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사고가 있었다해도 그 정도는 경미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자 명단에 김 위원장의 군사관련 공개활동을 수행하는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불참에 대해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불참한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은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시행 중인 지난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면서 “이번에 만약 가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4일 순항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특정한 의도를 꼬집기 어렵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보도가 어떤 패턴을 갖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활발한 군사 활동 행보를 보인만큼, 미국이나 한국 등 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개 행사에 불참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중앙추모대회·최고인민회의·참배행사 등에 참석해 소위 ‘센 발언’을 해야 하는 위치기 때문이다. 북미협상이 교착상태를 지속하고, 북한의 군사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발적인 언사는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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