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우 BYC 상무 등 오너일가 3세의 국적이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변경됐다.
한승우 BYC 상무 등 오너일가 3세의 국적이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변경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토종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BYC가 난데없는 오너일가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나란히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 오너일가 3세는 물론, 이들의 모친이자 한석범 BYC 사장의 부인인 장은숙 신한에디피스 이사의 국적이 ‘대한민국’에서 돌연 ‘캐나다’로 변경된 것이다. 일찌감치 3세 후계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한승우 상무에게 무거운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 한 달 만에 달라진 그들의 국적

BYC는 지난 3일 최대주주 측 지분변동을 공시했다. 지분 변동 폭이 크지 않은 평범한 공시였지만,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은 따로 있었다. 한석범 사장의 부인이자 계열사 신한에디피스 이사로 재직 중인 장은숙 이사와 이들의 자녀인 오너일가 3세 3명의 국적이 돌연 ‘캐나다’로 명시된 것이다.

BYC는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공시에서 이들의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표기한 바 있다. 불과 한 달 새 주요 오너일가의 국적이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변경된 것이다. BYC는 앞서 다른 공시에서도 이들의 국적을 모두 대한민국으로 기재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최근 불거진 BYC 오너일가 국적 관련 논란이 반영된 결과다. <일요시사>는 이달 초 단독보도를 통해 BYC 오너일가 3세 및 장은숙 이사의 국적이 공시 상엔 대한민국으로 표기돼있으나, 등기부등본 상에선 캐나다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도를 전후로 이뤄진 공시에서 BYC는 이들의 국적을 변경했다.

무척 이례적인 오너일가의 ‘국적 변경’은 여러 논란과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캐나다 국적 취득 시점 및 방법, 그동안 대한민국 국적으로 기재해온 이유 등에 물음표가 붙은 것이다.

BYC 관계자는 이들의 국적이 캐나다가 맞고, 담당부서의 단순실수로 국적 기재를 잘못해왔다고 해명했다. 최근에 국적을 변경했거나, 이를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BYC 관계자는 “초등학교 시절 삼남매가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고, 대학까지 해외에서 마치면서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것”이라며 “초기 기재 당시부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논란이 불거져 담당부서가 무척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애국 마케팅 적극 활용하던 ‘토종기업’ BYC

현재까지 BYC 오너일가 3세 및 장은숙 이사의 캐나다 국적 취득엔 별다른 불법 또는 편법이 확인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잘못된 국적을 공시해온 점도 질타를 받기엔 충분하나 허위공시에 해당하진 않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국적은 단순 참고자료인데다,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BYC는 씁쓸한 상처를 남기게 됐다. 특히 3세 경영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한승우 상무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이자, 두고두고 따라붙을 꼬리표로 남을 전망이다.

속옷 전문기업 BYC는 ‘토종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6년 창업주 한영대 회장이 1946년 설립했으며, 오랜 세월 ‘국민속옷’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여러모로 어려웠던 시기 우리 국민들의 위생·보건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BYC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설립돼 73년의 세월 동안 속옷 외길만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랑 받는 대표 속옷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사를 소개한다.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지난해, BYC는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를 향한 반감이 ‘토종기업’ BYC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였다. BYC는 당시 ‘토종기업’임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애국마케팅’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불거진 오너일가 3세의 캐나다 국적과 이것이 밝혀진 과정은 BYC의 토종기업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승우 상무를 비롯한 BYC 오너일가 3세는 앞서 일찌감치 임원 대열에 합류하며 주목을 끈 바 있다. 1992년생인 한승우 상무는 27살이던 2018년 BYC 이사로 승진했고, 한승우 상무의 두 누나 역시 젊은 나이에 계열사 및 BYC 임원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 행보로 엇갈린 시선을 받았다.

이들의 ‘초고속 승진’에 대해 BYC 측은 “‘젊은 감각’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적 논란으로 한승우 상무 등 오너일가 3세는 BYC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토종기업 위상에 중대변수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향후 보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과정에서, 국적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BYC 관계자는 “BYC는 그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에 비해 국내에 많은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단순히 오너경영인의 국적만으로 BYC가 토종기업의 위상을 잃어버린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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