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파 파묘법′ 처리를 거론하자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일파 파묘법 추진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청산’을 강조하고, ‘친일파 파묘법(국립묘지법 개정)’에 목소리를 내자 더불어민주당이 비호에 나섰다. 그간 지지율 하락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여당은 이를 통해 ‘국면전환’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 민주당은 ′친일파 파묘′를 두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인권연대와 공동으로 주최한 ‘국립묘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세미나를 통해 파묘 주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민 의원은 “보훈처는 백선엽 장군에 대해 충분히 여유를 갖고 안장이 가능한지 봐야 하는데 심각하게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내가 볼 땐 실정법상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간 민주당은 친일파 파묘에 관한 군불을 계속해서 때 왔다. 지난 5월 고(故)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문제를 두고 이같은 주장을 했고, 최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파묘법 관련 공청회를 열고 법안 발의에 나서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옮기기도 했다.

여기에 김 회장의 기념사가 더해지자 본격 공론화를 시키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복회장으로서 그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며 김 회장의 발언을 지지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복절 날 광복회장이 친일파 청산하자고 해야지 독립운동가 청산하자고 말해야겠는가”라고 언급했다.

◇ ‘정치적 목적’ vs '국민 통합‘ 

친일파 파묘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위기 상황과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 성추행 논란과 부동산 이슈 등 여권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이념’을 꺼내 든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적 입장에서 소위 친일, 반일 구도로 가르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도 지난 13일 민주당이 파묘법을 추진한다는 데 대해 “그 사람들이 무엇을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행보가 다분히 ‘목적’을 갖고 있다고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여당은 과거의 오점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편 가르는 게 아니라 친일을 청산해낼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국민 통합이 된다”고 반박했다. 

고(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으로 불거진 파묘 논란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파묘 주장으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박정희 파묘’로 불씨 튀나

‘파묘’ 논란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도 파묘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안익태와 박정희, 백선엽 모두 명백한 친일행위가 확인된 반민족행위자”라며 “친일이 확실한 사람들의 파묘를 다룬 국립묘지법 개정안, 상훈법 개정안을 모두 처리해 입법으로 말하자”고 주장했다. 배 원내대표의 발언은 파묘 대상으로 고(故) 박 대통령까지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민주당으로서도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자칫 극심한 국론분열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친일파 파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박 대통령 파묘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6일 이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애국가를 공식 폐기할 의사가 있는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파묘할 것인지 이 두 가지 물음에 공식 답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준석 통합당 전 최고위원도 전날(1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친일파라고 국가에서 공인할 수 있겠느냐”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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