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5 04:24
“달나라 갈 줄 알았는데”… ‘도지코인’이 추락한 까닭
“달나라 갈 줄 알았는데”… ‘도지코인’이 추락한 까닭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1.05.10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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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1달러의 벽을 돌파할 것으로 보였던 암호화폐 ‘도지코인(Doge coin)’ 단 하루만에 40%나 시세가 급락했다. 이번 급락은 그동안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모았던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의 SNL 직후라 투자자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하늘을 찌르는 기세로 가격이 급등하던 암호화폐 ‘도지코인(Doge coin)’의 시세가 단 하루만에 40%나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공황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이번 급락은 그동안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모았던 테슬라 CEO 일론머스크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 직후 터진 것이라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머스크 버프 받을 줄 알았는데”… 도지코인 ‘나락’으로 보낸 SNL

전 세계 수많은 도지코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SNL은 결국 실망감이 가득한 폭락으로 끝을 맺었다.

한국시간으로 9일 12시 24분부터 SNL의 방영이 시작되면서 도지코인의 가격은 순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 770~780원 대에서 횡보(큰 변동없이 시세유지)하던 도지코인은 12시 30분경, SNL이 시작되자 순간적으로 844원까지 8%나 급등했다. 당시 유튜브 생중계 채널에서 투자자들은 일제히 “TO THE MOOOOOOON(달나라로!: 암호화폐 가격이 높게 오르는 것을 기대하는 말)”을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SNL에 출연하는 날이 '제2의 도지데이'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정작 SNL당일이 되자 도지코인의 시세는 무려 40%나 급락했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하지만 SNL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도지코인의 시세는 순식간에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일론 머스크가 “어버이날 선물은 도지코인이에요”라며 가벼운 농담 정도로 도지코인을 소개하면서 도지코인의 시세는 다시 780원대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 이후 도지코인의 시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적 계기는 SNL이 코너로 마련한 암호화폐 전문가와의 대화’ 콩트쇼였다. 콩트쇼 진행자가 던진 “도지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일론머스크는 “통화의 미래, 세계를 장악할 멈출 수 없는 금융수단”이라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도지코인 시세를 폭등시킬 요인으로 보였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진행자가 “도지코인은 속임수(Hustle)인가”라는 질문에 일론 머스크가 농담조이긴 했으나 “사기가 맞다”고 답한 것이다.

그 순간 크게 실망한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급속하게 매도를 진행하면서 도지코인의 시세는 급격히 떨어져 670원대가 됐다. 그러면서 동시에 패닉셀(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전반적인 혼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공포심에 따른 급격한 매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도지코인의 시세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고, 9일 오후 10시 기준 40% 가까이 감소한 548원대까지 추락했다.

◇ “머스크 버프 이제 끝?”… 진짜 ‘달’ 가는데도 소폭 반등에 그친 도지

이처럼 도지코인의 시세는 크게 떨어졌으나 아직까지 ‘존버(끝까지 버티기)’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다수 있는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의 또다른 ‘버프(상향 효과)’를 노리며 ‘고층 구조대(너무 높은 가격에 코인을 구매해 기다리고 있을 때, 언젠가 코인 가격이 상승해 자신을 구조해 줄 다른 구매자)’를 기다려보겠다는 것.

다만 일론 머스크의 효과는 예전보다 한풀 꺾인 듯하다. 도지코인의 시세가 급락한 9일, SNL방송 이후, 일론 머스크는 CNBC 등 주요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에서 내년 1분기 ‘도지(Doge)-1 달 탐사 임무’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성발사 주체인 민간 회사 지오메트릭에너지로부터 관련 비용 전액을 가상자산인 ‘도지코인’으로 받기로 했다.

9일 SNL이 방영 후 도지코인의 시세가 급락했다. 같은 날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에서  내년 1분기 ‘도지(Doge)-1 달 탐사 임무’를 추진한다는 등 도지코인에 강한 호재가 될 수 있는 소식들을 전했으나, 도지코인은 이전의 800원대 시세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해당 소식은 도지코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도지코인 시세를 수백 퍼센트 급등시킨 ‘나는 도지 아빠다’ ‘도지는 멋지다’ 등의 SNS발언보다 훨씬 더 큰 ‘호재’인 셈이다. 실제로 도지코인의 시세는 해당 뉴스가 방송되자 580원대에서 다시 7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슬금슬금 시세가 떨어지더니, 5월 10일 오전 기준 다시 640~650원대로 추락했다. SNL방송 직후 크게 떨어진 시세보단 높긴 하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일론 머스크 파워’치곤 영 시원찮은 셈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양치기 소년’처럼 투자자들의 믿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도지코인에 대해 그럴싸한 말만 해왔고, SNL에서조차 ‘속임수’라고 농담하면서 그를 믿고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스페이스X 소식에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도지코인을 연관지은 사업을 직접 언급했음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론 머스크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도지코인에 대해 그럴싸한 말만 해왔고, SNL에서조차 ‘속임수’라고 농담하자 그를 믿고 투자해야할지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 도지코인, 암호화폐로써의 가치는 ‘글쎄’… 전문가들, 투자 신중해야

금융권과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도지코인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으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에 시세가 폭등·폭락을 반복할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도지코인이 최고가인 850원대를 달리던 지난 5일 미국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산업은행 갤럭시 디지털 CEO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도 미국 시장분석업체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에 대한 지금의 열풍이 사그러들거나 그 열풍이 죽게 된다면 그 가격은 더 오랫동안 하락할 수는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아울러 도지코인이 암호화폐로써의 가치가 별로 없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도지코인의 경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블록체인기술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모건크릭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마크 유스코 CEO는 지난 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이 도지코인이 비트코인 등의 메이저 암호화폐보다 가치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마크 유스코 CEO는 “암호화폐시장에서 몇가지 프로토콜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1,000개가 넘는 코인들 중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며 “도지코인은 정말 쓸모없는 범주에 속하는 코인으로 기본 가치도, 사용 사례도 없는 유틸리티 토큰일 뿐으로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