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최근 NC 다이노스에서 발생한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택진이형’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마케팅’이 최악의 시련을 맞고 있다. 앞서도 냉탕과 온탕을 오간 바 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른 초대형 파문에 휩싸였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사과에 나섰으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야구판 뛰어든 ‘택진이형’, 돌풍을 일으키다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2010년 12월이다. 이러한 행보는 즉각 여러모로 큰 주목을 끌었다. 

우선,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자 KBO와 창원시가 추진하고 나섰던 신생구단 창단이 엔씨소프트의 가세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특히 그동안 프로야구가 전통적인 대기업그룹에 의해 운영돼왔다는 점에서, 벤처기업 출신의 게임회사는 등장만으로도 많은 것을 의미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야구단 창단 의지를 밝힌 뒤 엔씨소프트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돈 먹는 하마’로 여겨지는 프로야구 구단 운영이 기업의 본업 측면에선 부정적인 요소로 여겨진 것이다. 또한 이미 9구단 창단에 적극 반대하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한 일각에선 대기업이 아닌 엔씨소프트의 자금력 및 안정성에 의문부호를 붙이기도 했다.

이에 당시 엔씨소프트는 “우리가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급작스런 결정이 아닌, 치밀한 조사 및 준비를 거쳤다고 강조하며 매년 2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그렇게 엔씨소프트가 창단한 NC 다이노스는 준비기간을 거쳐 2013시즌부터 KBO리그에 가세했다. 그리고 이내 돌풍을 일으켰다. 초반엔 연패 수렁에 빠지며 신생구단의 한계를 노출하는 듯 했으나, 곧 안정을 찾더니 첫 시즌을 7위로 마감한 것이다. 심지어 이듬해부터는 아예 상위권에 포진하며 강팀으로 우뚝 섰다. NC 다이노스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줄곧 2~3위권의 성적을 거뒀으며 2016년엔 리그 참가 4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20시즌 KBO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집행검을 들고 세리머리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이후 NC 다이노스는 2018년 최하위로 추락했으나 2019년 다시 가을야구 무대를 밟더니 지난해에는 기어코 ‘대형사고’를 쳤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압도적 우승을 차지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강호 두산 베어스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그 사이 엔씨소프트를 향했던 일말의 우려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또한 김택진 대표의 ‘택진이형’이란 별명이 널리 알려지고, 야구를 활용한 광고가 화제를 모으는 등 마케팅 효과도 쏠쏠했다. 특히 지난해 첫 우승을 달성한 뒤 세리모니에선 엔씨소프트 게임 ‘리니지’ 속 ‘집행검’이 등장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NC 다이노스는 승부조작, 음주운전, 폭행, 불법베팅, 뒷돈 트레이드 등 각종 불미스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NC 다이노스는 이를 알고도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은폐하다 들통 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는 더욱 거센 비판은 물론 신뢰 훼손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 집행검은 어디로… ‘문제아’ 전락한 NC 다이노스

이처럼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마케팅은 대체로 성공적이었지만 명암 또한 뚜렷하게 공존했다. 그런데 최근 최악의 파문이 터졌다. 각 구단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시즌 프로야구가 전격 중단된 가운데,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들의 각종 일탈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NC 다이노스의 박석민·박민우·권희동·이명기 등은 이달 초 서울원정 숙소 호텔에서 2명의 외부 여성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갖다 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유일하게 감염을 피한 박민우는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돼 백신을 맞은 상태였다. 심지어 이들은 방역수칙 위반 등에 대해 거짓진술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NC 다이노스 역시 선수관리가 부실하고 사후대처가 미온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번에도 해당 사안에 대한 은폐·축소 의혹을 초래했다.

특히 단순한 선수 개인 또는 구단 차원의 일탈행위가 아닌, 프로야구 리그를 중단시키고 코로나19 방역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거셌다.

KBO는 문제를 일으킨 4명의 선수에 대해 72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1,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72경기는 리그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들은 후반기 출장이 어렵게 됐다. 또 NC 다이노스 구단에 대해서도 1억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KBO리그는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 4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뉴시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김택진 대표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택진 대표는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구단주인 자신에게 있다”며 “저와 구단에 실망을 느끼셨을 모든 야구팬 여러분들, 다른 구단 관계자 여러분, 폭염 속에 고생하시는 방역 관계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무엇보다 다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즐거움을 드려야 하는 야구단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주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며 “이번 사태와 관계있는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은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 구단 운영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과 가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황순현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와 배석현 경영본부장이 물러났으며 김종문 단장도 직무배제 조치됐다. 이어 검사 출신인 서봉규 엔씨소프트 윤리경영실장에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맡겨졌다.

하지만 김택진 대표의 사과와 대대적인 인사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KBO 차원의 징계도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해당 선수들에 대한 경찰 조사 등이 진행 중인데다 리그 재개가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파문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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