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양궁 국가대표 양우진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양궁 국가대표 양우진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열기 또한 예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스포츠가 안겨주는 즐거움과 기쁨, 감동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처럼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절정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로 울고 웃는 기업들의 희비교차가 새삼 주목을 끈다. 

◇ 또 다시 빛난 현대차그룹의 양궁 사랑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열리긴 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은 모든 올림픽이 그랬듯 새로운 스타를 여럿 배출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는 건 양궁대표팀이다. 양궁대표팀은 양궁 종목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쓸며 ‘양궁 절대강국’의 위상을 지켰고, 특히 3관왕에 오른 안산, 고등학생 김제덕 등 선수들이 단숨에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양궁 종목을 물심양면 지원하기 시작해 어느덧 37년째 뜻깊은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정의선 회장에 이르기까지 37년간 양궁에 쏟아부은 지원만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전폭적이고 세심한 지원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거듭 회자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줄곧 당찬 모습을 보이던 안산 선수가 정의선 회장을 만나 눈물을 보인 모습은 뜻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홍보효과가 아닐 수 없다.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 중인 NC소프트와 흥국생명은 최근 불미스러운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뉴시스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 중인 엔씨소프트와 흥국생명은 최근 불미스러운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뉴시스

◇ 엔씨소프트-흥국생명은 스포츠로 ‘곤욕’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올림픽으로 활짝 웃고 있는 반면, 같은 시기 눈물을 머금고 있는 기업도 있다.

먼저 프로야구단을 운영 중인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올림픽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방역수척을 어긴 채 외부 여성들과 술자리를 가졌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는 프로야구 전반기 조기 종료로 이어지는 등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특히 문제를 일으킨 NC 다이노스 선수 중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백신을 맞은 선수도 포함돼있었다. 이 선수는 결국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에 나섰고, 구단 고위진을 대대적으로 갈아치웠다. 하지만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일본에 패하는 등 기대를 모았던 금메달과 멀어지면서 엔씨소프트는 싸늘한 여론이 지속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당 선수들이 방역 수칙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만큼 올림픽이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면 NC 다이노스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흥국생명 역시 스포츠로 인해 씁쓸함을 겪고 있는 기업이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숙적 일본을 꺾고 준결승에 오르는 등 순항을 이어가며 국민적 성원을 받고 있지만, 흥국생명은 여자배구단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흥국생명이 운영 중인 여자프로배구단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해 슈퍼스타 김연경과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모두 품으면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을 뿐 아니라 뜨거운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향한 학교폭력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구단 차원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거센 파문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우승은 물 건너갔고 싸늘한 비판만 쏟아졌다.

특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 6월 이재영·이다영의 새 시즌 선수등록을 추진했다가 ‘트럭 시위’가 등장하는 등 거센 역풍을 맞았다. 결국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두 선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두 선수에게 투입한 비용과 기업 이미지 등 모든 것을 잃게 된 셈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기업에게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큰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주기도 한다. 물론 그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스포츠를 대하는 기업의 진정성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