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릉의 경관을 훼손하며 지어지고 있는 문제의 아파트들. /뉴시스
장릉의 경관을 훼손하며 지어지고 있는 문제의 아파트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의 경관을 훼손하며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는 끝끝내 완공될 수 있을까. 해당 아파트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기로가 임박해오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공사가 한창이던 세 건설사(대방건설, 금성백조주택, 대광건영)는 지난 7월 초유의 파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이 이들 세 건설사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대해 무기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해당 공사현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릉’과 인접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데, 세 건설사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문화재의 경관을 훼손하며 아파트를 짓고 있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특히 장릉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모습이 널리 알려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해당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을 정도다.

이번 사태에 얽힌 각 주체들의 입장 또한 첨예하게 엇갈렸다. 문화재청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건설사 책임이고, 형평성 및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는 측면에서 원칙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건설사들은 해당 부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김포시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다며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지어진 아파트를 철거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아파트들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기로가 다가오고 있다.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 등을 심의하는 문화재청 자문기관 문화재위원회는 오는 28일 해당 사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물론 사안이 복잡하고 중대한 만큼, 당장 철거 또는 허용 등의 결정이 내려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최종적으로 아파트 건설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또한 높지 않은 분위기다.

앞서 세 건설사는 아파트 외벽 색깔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방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했으나 문화재청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핵심 쟁점은 아파트의 높이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건설사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철거를 촉구하는 쪽에선 문화재 경관 훼손에 따른 국가 위상 저하까지 우려하며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거든 허용이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해당 아파트는 사상 초유의 아파트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릉을 병풍처럼 둘러싼 아파트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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