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내 심상정의원실을 방문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지난 12일 돌연 모든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 후 현재까지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해지고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내 심상정 의원실을 방문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돌연 모든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 후 현재까지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해진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3일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칩거하는 가운데, 심 후보가 중도 사퇴와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쇄신 중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심 후보는 전날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일정 중단을 통보하고 숙고의 시간을 갖고 있다. 심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을 돌아보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 여영국 “대선 승리를 위한 의지 표현”

심 후보는 전날 한국기자협회와 채널A의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돌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정의당 선대위는 이날 선대위원장 및 선대위원의 일괄 사퇴를 발표했다. 사실상 선대위 해체인 셈이다. 선대위 해체 작업은 심 후보와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 후보가 숙고 끝 선대위 쇄신을 결심할 경우, 빠르게 작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심 후보는 일정을 중단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심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시각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심 후보는 지지율 2.2%로 대선 본선 돌입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3.2%)보다도 1.0%p 낮은 수치다. 심 후보가 일정 중단을 선언한 것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심 후보가 6%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는데, 당시보다도 낮은 지지율인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국 심 후보는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지율 반등을 위한 묘책을 찾거나, 사퇴를 선언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심 후보가 이대로 선거를 완주할 경우, 선거비 보전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대선 이후 6월에는 지방선거도 치러야 한다. 이에 심 후보의 ‘무리한 완주’로 인해 지역기반을 다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영국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에 “후보의 잠시 멈춤에 언론은 많은 억측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한 성찰과 의지의 표현”이라며 심 후보의 사퇴설을 일축했다. 여 대표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심 후보를 저는 믿는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희망의 메시지를 틀림없이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약한 지역기반·대안인물 부재·정체성 상실 등 원인

심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우선 정의당은 지역기반이 미약하다. 현재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은 6석이지만 심 후보를 제외한 5명은 비례대표다. 또 광역의원은 11석, 기초의원은 24석에 불과하다. 이는 정의당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계보를 이었지만, 지역조직은 통합진보당에서 갈라졌을 당시 사실상 궤멸된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조직이 미약하다보니 총선 및 대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심 후보를 제외한 다른 지역구 출마자들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고, 정의당이 ‘공중전’에만 천착하게 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은 고(故) 노회찬 의원, 심 후보 등 몇몇 스타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오랜 기간 동안 받아왔다. 21대 국회에서도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 ‘화제성’이 뛰어난 인물들에게만 이목이 집중돼 있다.

정의당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것은 ‘대안인물 부재’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 출마가 4번째다. 당 안팎에서 ‘또 심상정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정의당 ‘정체성 상실’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의당은 전통적으로 노동 지지 클러스터가 존재했으나, 이제 정의당은 수도권 진보층 중심으로 정체성이 바뀌었다”며 “결국 50대 노동자들이 민주당으로 이탈해버렸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 여론 우위 속에서 진영대결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 역시 심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스탠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대안 의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심 후보는 ‘주 4일제’를 제시했으나,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진보계의 ‘대모’인 심 후보로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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